국제유가 단기 급등…재고평가 이익만 1조원대
유가급등 장기화땐 산업 위축·소비 감소로 손해

최근 국내 정유업계가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중국, 유럽 등 글로벌 국가들이 잇따라 정제시설을 폐쇄하면서 정제마진이 상승해 실적 반등을 기대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터지면서 손익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정세의 불안으로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 정유업계가 비축하고 있는 원유 재고가치도 덩달아 상승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스라엘이 '일어나는 사자' 작전을 통해 지난 13일부터 이란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한 이후 국제유가가 10% 가까이 급등하면서 두바이유가 배럴당 70달러대를 기록해 단기적으로 정유업계가 1조원 가량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제마진도 올해 2분기 2~3달러대에서 5월 첫째 주 6.2달러, 6월 첫째 주 7.2달러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것으로,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제마진이 개선된 배경에는 글로벌 정제설비의 공급 축소가 있다. 미국에서 하루 54만7000배럴의 정제설비가 폐쇄될 예정이고, 유럽에서도 하루 40만배럴 규모의 설비 폐쇄가 계획돼 있다. 지난 4월 말에는 이베리아반도에서 정전이 발생해 하루 150만배럴의 정제설비가 일시 중단됐다.
여기에 정유업계의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이 다가오고,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 지면 정제마진은 더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가 지속되거나 가격 변동성이 확대하면 고유가에 따른 글로벌 산업 침체가 이어지고 석유 수요가 감소해 정유업계는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특히 이란이 세계 원유 소비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정유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계는 긴장감 속에 전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의 경우 전체 수입량의 70% 정도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경기 둔화 국면에서 유가가 급등하면 수요에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 수익 예측이 어려워져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