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 “묻지마 지원은 모럴해저드, 한화 자사에 유리한 계약 고수”
한화 “DL 오히려 국세청서 부당이득 철퇴…시장가로 계약해야”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부도 위기를 맞은 여천NCC가 공동 대주주인 DL그룹의 유상증자 결정으로 자금지원 길이 열리게 됐다. 하지만 공동 대주주인 DL그룹과 한화그룹이 이번 사태 책임을 두고 서로를 겨냥하며 주주 간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부도 위기를 맞은 여천NCC가 공동 대주주인 DL그룹의 유상증자 결정으로 자금지원 길이 열리게 됐다. 하지만 공동 대주주인 DL그룹과 한화그룹이 이번 사태 책임을 두고 서로를 겨냥하며 주주 간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부도 위기를 맞은 여천NCC가 공동 대주주인 DL그룹의 유상증자 결정으로 자금지원 길이 열리게 됐다. 하지만 공동 대주주인 DL그룹과 한화그룹이 이번 사태 책임을 두고 서로를 겨냥하며 주주 간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여천NCC에 자금지원을 거부해왔던 DL케미칼은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2000억원 유상증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DL그룹 지주회사인 ㈜DL도 같은 날 이사회를 개최해 DL케미칼 주식 82만3086주를 약 1778억원에 추가 취득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다만 DL 측은 “여천NCC에 당장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고 한화그룹 측과 협의를 거쳐 지원 여부와 금액을 확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고 했다.

이어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여천NCC의 제대로 된 정상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DL케미칼은 한화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TFT를 통해 여천NCC의 경영 상황을 꼼꼼히 분석한 뒤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과 제대로 된 자생력 확보 방안을 도출해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화를 겨냥해 “올해 3월 DL과 한화가 각각 1000억원씩 여천NCC를 지원했는데 3개월 만에 상세한 설명 없이 증자를 요청해왔다”면서 “아무런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반복하는 것은 여천NCC 경쟁력에 해악을 끼치는 묻지마 지원이며, 이는 공동 대주주로서 무책임한 모럴 해저드이자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DL은 여천NCC 원료가 갱신계약에 최소 변동비 부분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협상하고 있지만 한화는 여천NCC가 손해볼 수 밖에 없는 가격만을 고수하는 등 자사에게 유리한 조건만 고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화는 “DL은 25년 동안 여천NCC를 통해 2조2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기고도 1500억원 지원을 거부하다 부도 위기를 일으켰다”며 “여전히 여천NCC에 대한 즉각적인 자금지원을 거부하면서 여천NCC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여천NCC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DL에 판매하는 에틸렌, C4R1 등의 제품에 대해 '저가공급'으로 법인세 등 추징액 1006억원을 부과받았다”면서 “국세청은 이 거래가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된 것이고, 이를 통해 DL이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아 법인세 추징액을 부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화가 에틸렌 계약을 시장가격 수준으로 책정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법인세법 및 공정거래법에서 정하는 시가로 거래해 법 위반의 소지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며 “DL이 이를 반대하는 것은 에틸렌 거래조건을 활용해 DL에게만 공급되는 제품의 가격조건을 DL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협상카드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여천NCC는 외환위기(IMF) 여파로 석유화학업계가 통폐합과 대형화에 열중하던 중 1999년 4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각자의 NCC를 통합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한화솔루션(옛 한화석유화학)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이 지분 50%씩 보유하고 있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으로 업황 사이클에 따라 연간 3000억원에서 1조원대의 이익을 내던 알짜 회사였다. 하지만 2020년대부터 본격화한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2022년 3477억원, 2023년 2402억원, 2024년 23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3월 주주사 간 협의를 통해 각 1000억원씩 출자해 2000억원 규모로 증자했으나 누적 손실로 인해 추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현재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한화 측은 DL과 1500억원씩 3000억원을 추가 지원해 여천NCC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DL은 근본적인 해법 없이 증자만 남발하는 것은 여천NCC의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금지원을 미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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