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에 고배당·저PBR 관심
"국내 증시 스타일 쏠림 경계 이르러"…가치·성장주도 주목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위협과 3고(고환율·고물가·고유가) 현상 및 국내 경기 침체에도 새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한 증시 부양 정책과 반도체 등 대표적 수출기업의 부진 탈출로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를 경신하는 가운데, 앞으로는 가치주·가치성장주가 증시를 이끌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으로 쏠린 자금을 증시로 돌리는 시장 우호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사충실 의무를 일반주주까지 확대하고 3%룰을 도입하는 1·2차 상법 개정이 완료됐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개정도 추진중이다.
논란이 있었지만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을 기존 5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고,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한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하 기조가 맞물리며 고배당과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주가 앞으로도 상승 모멘텀을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4분기에도 증시가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추석 연휴 직전 거래일인 지난 2일 코스피는 3541.21로 마감하며 사상 처음 3500선을 돌파했다. 시가총액은 2922조 2264억원으로 3000조원을 목전에 뒀다. 연초 이후 48% 상승한 수치로 글로벌 주요국 중 상승률 1위다.
주가가 크게 뛰었지만 증권가에서는 앞으로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코스피 5000 달성이 수 년 내 가능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5년 코스피 순이익 추정치를 205조원(26년 247조원)을 적용할 경우 코스피 지수는 3570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또 코스피 강세장은 일반적으로 2번의 상승 싸이클을 형성하는 패턴인데, 과거 강세장의 2차 수익률을 기준으로 보면 코스피 예상 상단은 3800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분기 국내 증시는 가치주가 이끌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인하 시기에 PBR이 낮지만 배당에 적극적인 고배당주 위주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연준의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다.
지난 9월 FOMC는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서며 연내 2차례 더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줬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역대 최장기 금리 역전 상태인 우리나라와의 금리차는 더욱 커진다. 한국은행 역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높아진다. 또, 국내 경기도 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어 금리 인하 요구가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각종 대책에도 뛰는 집값은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저PBR 주의 경우 자사주 소각 등의 조치는 주식 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이다. 유통 주식 수가 줄며 한 주당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가 지속되면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높은 투자자는 채권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채권은 금리 인하가 지속되면 향후의 실질 지급 이자가 내려가는데, 배당주는 채권과의 경쟁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더 매력도가 높아진다.
국내 주식 시장은 전통적으로 성장주 위주의 장으로 인식됐다. 최근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일환으로 기업들이 주주환원율을 높이며 성장주와 함께 배당주에도 관심이 쏠린다. 성장주와 가치주의 경계가 모호해 지는 시기기도 하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저PBR 주식의 상대적 선호도가 제고될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스타일의 쏠림이 경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며 "최근 한국 주식시장 내에서 가치주와 성장주의 12개월 수익률 차이를 보면 -16%에 이른다. 해당 수준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팬데믹 당시를 제외하고 가장 낮다"고 짚었다.
이어 "즉 그동안 가치주가 외면받았으며 성장주가 주목받았던 현상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의미"라며 "얼마 전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가치주로 분류되는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주식에 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됐던 바 있다. 이러한 모습처럼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가치주로 관심이 이전할 여지에 대하여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김경훈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치주 장' 환경은 지난 7월 이후 4개월 연속 강화되는 추세"라며 "10월 '경기체감지수' 및 'CPI', '기업실사지수' 등 주가 설명력이 높은 변수들이 시그널을 전환시키고 있다"고 봤다.
이밖에도 국내 증시가 주주자본주의 선순환 초기에 진입한 만큼 성장주와 가치주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종목이 국내 증시에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고 미국 증시에선 테슬라가 꼽힌다.
일반적으로 가치주는 기업의 내재 가치가 현 주가보다 현저히 높아 어느 시점에 주가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되는 종목을 의미한다. 즉, 현재 저평가 된 기업을 뜻한다. 성장주는 현재 수익이나 실적이 크진 않지만 향후 매출·이익 등 큰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에 주로 수식된다. 유망 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
투자 실무에서는 종목을 단순히 가치주, 성장주로 구분하지 않지만 논쟁은 꾸준히 있어 왔다. 삼성전자처럼 대기업이고 코스피 대장주이면서도 향후 기대감이 높고 배당성향도 유지하는 기업의 경우 구분이 쉽지 않아서다. 이에 가치성장주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고배당과 저PBR의 가치주 성격과 성장주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종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