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심사 청구…보호예수 늘렸지만 몸값 안낮춰 '고평가' 논란
내년 7월까지 상장 못하면 투자자들 조기상환청구권 발동 가능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뱅) 케이뱅크가 세 번째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도전 때 각각 시장 상황 냉각과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을 이유로 상장을 철회한 바 있는데 FI(재무적 투자자)들과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전날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거래소의 상장 예심이 일반적으로 약 2~3개월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 시점은 내년 초로 전망된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다.
케이뱅크는 2016년 1월 국내 1호 인뱅으로 설립돼 2021년 연간 흑자 전환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6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9월 말 기준 수신 잔액과 여신 잔액은 각각 30조4000억원, 17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5%, 10.3% 증가했다. 상반기 ROE(자기자본이익률)는 8.09%, 연체율은 0.59%로 집계됐다.
케이뱅크의 코스피 상장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22년 9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한 뒤 코스피 문을 두드렸으나 금리 인상기에 공모주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공모 절차에 나서지 않았다. 당시 케이뱅크가 희망하던 7조원 안팎의 기업가치가 몸을 사리던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기도 했다.
절치부심한 케이뱅크는 지난해 10월 몸값을 5조원으로 대폭 낮추고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까지 진행했으나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또 상장을 철회했다. 당시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았던 부분은 전체 수신 잔액에서 업비트의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문제였다.
케이뱅크는 2020년 6월부터 업비트와 실명계좌 업무 제휴를 진행하면서 수신 규모를 빠르게 키웠다. 케이뱅크 전체 수신 잔액에서 업비트 예치금은 약 4조4000억원으로 비중으로 치면 약 16%에 달한다. 지난 2021년 절반을 차지했던 점과 비교하면 많이 내려갔으나 여전히 적지 않은 수준이다.
케이뱅크와 업비트는 내년 10월까지 실명계좌 제휴 연장에 합의했으나 언제든 업비트 예치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는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업비트 예치금이 단절되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에 대해서 케이뱅크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 10월 IPO(기업공개) 기자간담회 당시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업비트 예치금은 대출 재원으로 안 쓰고 별도 관리되고 있다"며 "이 자금들은 고유동성 성격을 띠면서 안정적인 운영처인 MMF(머니마켓펀드), 국공채로 매칭시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리콘밸리은행(SVB)과 같은 뱅크런 사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업비트 예치금이 빠지더라도 유동화 자금은 많고 가상자산 가격 등락과 은행의 자산 평가는 전혀 무관하다"고 부연했다.
비교기업군인 카카오뱅크 주가가 지난 6월 이후 꾸준히 내리막을 타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지난 6월 2일부터 전날까지 7.6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50.99% 상승하는 불장을 기록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정이다. 은행이나 금융주보다는 플랫폼 기업으로 분류되는 인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아직 차갑다는 의미다.
케이뱅크로서는 이번 상장 도전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FI와 약속한 상장 기한이 내년 7월까지인데 이때까지 상장에 성공하지 못하면 FI는 같은 해 10월까지 투자금 회수를 위한 동반 매각 청구권(드래그얼롱) 또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케이뱅크와 FI는 협의 끝에 기업가치는 기존보다 크게 낮추지 않으면서 FI의 보호예수 기간을 늘리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상장 과정에서 공모주식은 6000만주로 지난해 상장 도전 당시 8200만주 대비 소폭 줄었다. 당시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키지 못했던 상황에서 공모 규모만 하단 기준 7800억원에 달해 상장 후 오버행(대규모 물량 출회)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다만 구주매출 비중은 똑같이 절반 정도다.
상장에 성공하면 케이뱅크는 공모 유입 자금에 더해 2021년 투자받은 1조2500억원 중 드래그얼롱과 조기상환청구권 발동 조건으로 묶인 7250억원을 추가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산정 때 자기자본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 자금이 공모 자금과 자본으로 분류되면 케이뱅크의 자본 건전성은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