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10.7조·기간 106개월로 확대… 건설사 31곳 집결
해상·공항 노하우가 관건…대우건설·DL이앤씨 행보 주목

부산 가덕도와 신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부산 가덕도와 신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재입찰을 앞두고 공사비와 공사 기간을 늘리자,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사업설명회에 참여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해상공사와 대규모 공항 부지 조성 노하우를 보유한 대우건설 등의 행보가 눈에 띈다.

28일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에 따르면 지난 26일 열린 사업설명회에는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등 주요 건설사를 포함해 총 31개사가 참석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공사는 앞서 수차례 유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수의계약 포기를 겪은 뒤 조건을 대폭 수정해 이번 설명회를 열었다. 공단은 공사비를 기존 10조5300억원에서 10조 7000억원으로 증액하고, 공사 기간을 84개월에서 106개월로 연장했다. 특히 공사 기간은 이전 주간사였던 현대건설이 요구한 108개월에 근접한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여건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공정 난이도는 여전히 높다. 수심 30m의 바다를 메워야 하고, 점토층이 두터운 연약지반 처리를 위해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전체 조성 면적(약 666만9000㎡) 중 약 59%를 바다 위에서 짓는 초대형 난공사다.

과거 현대건설이 사업을 포기했던 주된 이유도 이 같은 난이도에 따른 안전·기간·비용 부담이었다. 따라서 새롭게 주간사를 맡을 건설사 역시 해상 공사 및 공항 부지 조성 노하우 보유 여부가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곳은 대우건설이다. 앞선 현대건설 컨소시엄에서도 지분 18%를 보유해 현대건설(25.5%)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만큼, 사업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고난도 해상 공사와 풍부한 공항 사업 경험도 강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토목)에서 2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국내에서는 부산신항, 부산북항 재개발과 시화호 조력발전소 등을 수행했고, 해외에서는 이라크 알포(Al Faw) 방파제와 신항만 공사 등 대규모 해상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공항 부지 조성 실적으로는 과거 인천국제공항(당시 수도권 신국제공항) 부지조성공사의 주간사를 맡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인천국제공항 1활주로 남측 토목시설 공사 등을 수행하며 다양한 시공 경험을 쌓았다. 대규모 매립·항만·공항 토목을 복합적으로 다뤄본 건설사인 셈이다.

함께 설명회에 참여한 DL이앤씨도 주목받는다. DL이앤씨는 가덕도신공항과 지리·환경적 조건이 유사한 울릉공항을 2020년 7월부터 시공 중이다. 울릉공항 역시 깊은 수심과 거친 파도를 극복하고 대규모 매립을 해야 하는 난이도 높은 현장이다.

DL이앤씨는 이곳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을 가라앉혀 기반을 조성하는 ‘케이슨 공법’을 통해 성공적으로 토대를 쌓고 있다. 해외에서도 싱가포르 투아스(Tuas) 항만 1단계 공사 등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매립·항만 공사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한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설명회에 불참했고, 현대건설은 부지공사 참여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최근 신규 인프라 수주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대우건설과 DL이앤씨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유력 주자들 간의 '슈퍼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정부가 10조 원이 넘는 사업 규모와 난이도를 감안해 이번 재입찰에서도 상위 10대 건설사 간 공동도급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토목 강자인 대우건설을 필두로 울릉공항 노하우를 지닌 DL이앤씨, 부산 지역 기반이 탄탄한 롯데건설 등이 경쟁 대신 '동맹'을 맺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막대한 리스크를 분담하고 각 사의 기술·지역적 강점을 결합하는 전략이 수주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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