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업률 등 코로나19 경기지표 반영 본격화
‘10년 불황’ 우려도 커져…철저한 중장기 분할매수를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동학삼전운동’ 그리고 ‘동학개미운동’. 최근 코로나19 공포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수십조에 달하는 외국인 주식 매물을 모두 흡수한 것을 일컫는 말이다. 급락한 증시가 반등에 나서면서 개인들의 이같은 베팅 전략은 맞아떨어졌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리크스 관리에 대한 관심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오후 1시 14분 이 시각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7.14포인트(-1.00%) 떨어진 1700.59 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1700 포인트 이하에서 출발했다가 현재 1700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인이 2966억원을 순매도하고 오후들어 매수세로 돌아선 기관이 164억원을 순매도한 상태다. 개인은 3102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외인 매물을 모두 받아가는 모습이다. 최근 증시가 급락하면서 외인들은 던지고 개인은 받는 양상이 오늘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월말 코로나19 대유행이 현실화되고 코스피 지수가 2000에서 1400대로 추락하는 사이 외국인은 14조1992억원 순매도, 개인은 12조3319억원을 순매수했다. 3월 개인 매수규모는 1999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집계된다.

특히 삼성전자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쏠렸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27일까지 삼성전자 주식만 7조643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개인투자자들이 증시 폭락을 막는 방어군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이를 두고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개인투자자 주식 거래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 등 증권사들의 올해 신규 계좌 개설 수도 급증하고 있다.

▲트레이딩뷰 코스피 일봉 차트

현재 1700선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코스피 지수가 추가 반등에 나선다면 급락장에서 주식을 쓸어담았던 개인투자자들은 쏠쏠한 수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에 놓인 상황이 녹록치가 않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코로나19 확산의 불확실성과 실물경제 타격 때문이다. 과거 중국 수요가 받쳐준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경제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3차 비상경제회의 모두발언에서 "당장의 어려움을 타개해 가면서 어두운 터널을 지나 경기를 반등시키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며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남기는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을지, 그 상처가 얼마나 오래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7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현재 경기침체에 진입한 것은 분명하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기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나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도 신흥국, 개발도상국과 함께 경기침체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지난 3월 셋째 주(15~21일) 미국의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328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무려 12배 가까이 늘어났다. 1982년 2차 오일쇼크 당시 기록했던 69만5000건 마저 훌쩍 넘어섰다. 자동차업체인 포드자동차 등 일부 업체가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포드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정크’ 수준인 BB+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공격적인 매수전략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증시의 한 전문가는 “현재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라며 “일단 백신 개발 등 분명한 해결책이 나올때까지는 관망이 유리하고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경기타격 정도에 따라 ‘10년 불황’에 대한 우려가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를 예견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영국 매체 기고문에서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과 동시 추락하는 I형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따라 매수에 나서더라도 중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관심주를 모아가는 철저한 분할매수 전략이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아울러 ‘빚 투자’에 대한 경고음도 나온다. 지난 3월 시중은행에서 가계 신용대출이 급증한 가운데 이중 적지 않은 자금이 증시로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손실 투자자가 늘어날 경우 현재 정부와 각 지자체가 계획하고 있는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까지 상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가뜩이나 빚으로 연명하는 기업, 소상공인, 가계가 즐비한 상황에서 주식 손실 투자자까지 늘어날 경우 정부에서 푼 막대한 유동성이 결국 이자나 빚을 갚는데 쓰이고 실물경제 파급효과는 제한될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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