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개발사 ‘니칼리스’, 올해 BIC 최고작 ‘땡스, 라이트’로 꼽아

국내 인디 개발사 ‘팀 라이터스(Lighters)’가 이달 25일부터 27일까지 개최한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에서 ‘땡스, 라이트(Thanks, Light)’를 선보였다. (왼쪽부터) 이서현, 정희범 개발자가 부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박재석 기자.
국내 인디 개발사 ‘팀 라이터스(Lighters)’가 이달 25일부터 27일까지 개최한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에서 ‘땡스, 라이트(Thanks, Light)’를 선보였다. (왼쪽부터) 이서현, 정희범 개발자가 부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박재석 기자.

국내 인디 게임사들이 각자만의 무기로 힐링 머지게임부터 조선시대 추리게임, 플랫포머, 1인칭 3D 퍼즐, 시각장애인도 즐기는 방탈출 게임까지 다양한 장르를 ‘부산인디커넥션(BIC) 페스티벌 2023’에 선보였다.

이들이 걸어가고 있는 길은 비포장도로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장르를 개척하기 위해 어두운 길을 빛을 비추며 나아가고 있다.

이 중 손전등으로 어둠을 비추며 국내 게임 장르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개발사 ‘팀 라이터스(Lighters)’의 비전을 들어봤다.

팀 라이터스는 1인칭 3차원 퍼즐게임 장르를 만들고 있는 게임사로, ‘땡스, 라이트(Thanks, Light)’를 BIC 페스티벌에 출품했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 게임인재원에서 졸업 프로젝트로 10개월 동안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정희범, 이서현 개발자 2명이 게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 1인창 3차원 퍼즐 게임은 마니아 장르이기 때문에 낯선 장르처럼 느낄 수 있다. 대표 게임으로는 ‘포탈’이나 ‘슈퍼리미널’ 등이 있다. 해당 장르는 주어진 기믹 및 메커니즘을 이용해 문제를 푸는 퍼즐과 맵 구석구석을 모험하는 어드밴처 요소가 섞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게임은 어린 소년이 손전등 하나만 가지고 적막한 세상을 탐험하는 내용이다. BGM도 없어 소리마저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 같은 현대 도시 세계가 배경이다.

이용자는 도시를 탐험하면서 검은 실루엣의 2차원 도형을 마주하게 된다. 도형을 손전등으로 비추면 2차원 도형의 단면이 3차원의 실물로 변환할 수 있다. ‘원’인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원뿔’이 나온다던가, 네모 도형이 길쭉한 다리 같은 직각 사각형으로 변하기도 한다.

손전등으로 빛을 빛춰 2D 도형을 3D 실물로 변환할 수 있다. 실루엣에 속지말아야 한다. 속이 텅텅 빈 직육면체일 수도 있다. 사진/'팀 라이터스' 제공.
손전등으로 빛을 빛춰 2D 도형을 3D 실물로 변환할 수 있다. 실루엣에 속지말아야 한다. 속이 텅텅 빈 직육면체일 수도 있다. 사진/'팀 라이터스' 제공.

중요한 점은 도형의 단면을 어느 방향에서 비추냐다. 도형의 단면은 이용자를 매번 따라다녀서다. 처음 본 단면은 어느 방향으로 서든 똑같다. 다만 동쪽에서 비추면 다리가 되기도 하지만 서쪽에서 비추면 장애물이 되거나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2D 이미지 단면을 3D로 만드는 퍼즐 메커니즘 자체가 이 게임의 차별점이자 핵심 재미다. 이를 통해 짜여진 레벨 디자인과 상호작용 같은 기믹이 퍼즐을 푸는 재미를 끌어올렸다.

정희범 개발자는 메커니즘에 대해 “무게, 중력도 작용 받지 않고 충돌이 없는 그 물체에 빛을 통해서 중력과 무게와 부피를 선사한다”며 “어떨 때는 발판이 될 수 있지만 장애물도 될 수 있다. 장애물일 때 3D를 2D로 만들어 해당의 부피를 없애고, 무게를 없애서 더 나아갈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양한 도형들은 다양한 단면들을 가지고 있다. 이 도형들을 보는 각도에 따라 회전시켜 다양한 3차원 그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기믹의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 게임의 시작점이 인상 깊었다. 첫 시작은 바다 위에 콘크리트로 세워 놓은 도로 위였다. 무서운 장면이나 연출은 없었지만 공허하고 적막한 바람 소리만 감돌고 있었다. 이곳은 어두운 톤의 배경은 공포게임 ‘파피 플레이타임’의 도입부를 떠오르기도 했고, 거대한 배경에 홀로 있는 소년은 ‘나이트메어’ 분위기를 내기도 했다. 겨우 들리는 소리는 발자국 소리, 바람 소리 등 현실적인 소리뿐이다. 소년은 손전등 하나만 쥔 채로 길을 걸어가야 한다.

정 개발자는 “저희의 배경 콘셉트가 빛을 잃어버린 세상이 콘셉트다. 빛을 잃어버린 도시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어둡고, 배경들이 크고 장엄하게 배경을 만들었다. 이와 반대로 이용자들은 평범한 작고 여린 소년이다. 배경과 소년이 대비돼서 배경을 경외심, 경외감을 느끼고, 두려움이나 외로움까지도 이용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경뿐만 아니라 BGM(배경음악)을 축소한 이유도 감정 전달에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어드밴처 측면에서는 ‘여백의 미’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예를 들어서 바람 소리랑 발걸음 소리가 살짝 살짝씩만 들리게 해 외로움이나 쓸쓸함을 부과시키려 했다”고 했다.

또 “퍼즐을 풀고 변환시켰을 때의 효과음이 나오는데, 오히려 BGM이 적어서 확실히 인식하게 된다. 이용자가 퍼즐을 풀 때마다 성취감을 주기 위해 이 같은 사운드 디자인을 했다”고 덧붙였다.

하필 왜 손전등으로 빛을 비춰서 도형을 만드는 것일까. 개발 의도 질문에 정 개발자는 도형의 단면과 본질을 정보의 단편과 사실을 빗대어 설명했다.

그는 “세상에는 정말 많은 정보와 사건을 단면만 보게 된다. 그런데 빛을 비춰서 면밀히 관찰하고 탐구하면 정보나 사건의 다양한 면을 보게 된다. 빛을 통해 본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 담았다”고 답했다.

정 개발자는 게임 개발로 들어선 계기와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유즈맵을 만드는 등 게임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나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컸다. 중‧고등학교 때도 스타크래프트 유즈맵으로 게임을 만들었다”며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피드백을 주는 것이 삶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개발자는 “커뮤니케이션 채널 중 하나인 게임에서 메시지를 보내는 발신자가 원하는 메시지를 가장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이 점에서 정말 큰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게임은 공간 하나하나 무언가를 배치하느냐, 어떤 텍스트나, 퍼즐을 넣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게임을 통해 이용자에게 감정과 감동, 감화를 주고 전달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BIC 페스티벌의 플래티넘 스폰서로 참여한 ‘니칼라스’가 이날 BIC 폐막식에서 ‘팀 라이터스’의 ‘땡스, 라이트’를 ‘니칼리스픽’으로 선정했다. 사진/'팀 라이터스' 제공.
BIC 페스티벌의 플래티넘 스폰서로 참여한 ‘니칼라스’가 이날 BIC 폐막식에서 ‘팀 라이터스’의 ‘땡스, 라이트’를 ‘니칼리스픽’으로 선정했다. 사진/'팀 라이터스' 제공.

라이터스는 K-포탈과 같은 별명을 얻어, 한국 게임도 3D 퍼즐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목표다. 나아가 인디 게임들의 해외 진출길을 밝혀주는 등대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정 개발자는 ‘팀 라이터스’ 게임사의 목표와 비전에 대한 질문에 “한국 인디게임들도 점차 해외 시장으로 손을 뻗고 있다. ‘땡스, 라이트’ 출시로 글로벌로 진출에 앞장서 ‘국내 후발 주자들에게 하나의 등대(Lighthouse), 선구자가 되자’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빛을 밝히는 자들(Team Lighters)’이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동일 장르인 ‘슈퍼리미널’은 착시를 이용한 메커니즘을 통해서, 포털은 벽과 벽을 통과하는 메커니즘을 통해서 자신만의 메커니즘을 구축했다. 현재 게임 시장에서도 ‘포탈’이나 ‘슈퍼리미널’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차용한 게임들이 출시돼 있다.

정 개발자는 “3D 퍼즐 게임 중 기억하지 못하는 게임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만의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만의 메커니즘과 그 메커니즘에 어울리는 레벨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라이터스의 다음 스텝은 개인사업자를 출범하고, 2024년 여름에 ‘땡스, 라이트’의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플랫폼은 스팀과 스토브인디를 통해서 북미 시장을 겨냥해서 마케팅과 홍보 정책들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BIC 페스티벌 오프라인 행사는 끝이 났지만 온라인 행사는 다음달 14일까지 진행된다. BIC 온라인 티켓 소시자라면 다음달 14일까지 데모버전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플레이해 볼 수 있다.

‘팀 라이터스’는 다음해 여름, 일본에서 열리는 ‘비트써밋(BitSummit)’에 이번 게임을 완성해 출품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이용자가 더 게임에 몰입하고 즐길 수 있게 스토리도 추가할 방침이다.

정 개발자는 “퍼즐 게임에는 퍼즐만이 대체적으로 구성돼 있는데 소년으로서 탐험하는 빛을 잃어버리는 세상을 탐험하는 모험의 스토리를 추가해서, 이용자들에게 우리 게임에 왜 퍼즐을 푸는지, 왜 나아가야 하는지 보여주고 싶다”며 “BIC 페스티벌을 통해서 여러 가지 피드백을 반영해서 레벨 디자인을 조금 더 다듬고 목표로는 3시간 정도의 플레이타임을 가진 빌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고 답했다.

한편 글로벌 인기 게임인 ‘아이작’ 개발사로 알려진 ‘니칼리스’ 미국 게임사가 올해 BIC 페스티벌의 최고 작품으로 ‘팀 라이터스’의 ‘땡스, 라이트’를 꼽았다.

‘니칼리스’는 BIC 페스티벌의 플래티넘 스폰서로 참여했다. 이날 BIC 폐막식에서 “가장 참신하고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평가하며 수상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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