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회장 "이르면 연말, 늦어도 2025년 추진"
상장 시드머니 활용해 100조 헬스케어펀드 조성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왼쪽은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총괄. 사진/셀트리온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왼쪽은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총괄. 사진/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이르면 연내 셀트리온홀딩스를 상장하고 확보한 자금을 통해 100조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지 약 5일 만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은 지난 14일 강원 강릉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퓨처리더스 캠프에 연사로 참석해 상장 계획을 언급했다. 

서 회장은 "이르면 연말, 늦어도 오는 2025년 초에는 셀트리온홀딩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라고 관련 부서에 주문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서 회장이 지분 98.5%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서 회장은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 등 5조원을 직접 투자하고 시드머니를 유치해 총 100조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만 공개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말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의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10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플라이마(성분명 아달리무맙)와 오리지널 의약품인 휴미라 간 상호교환성 확보를 위한 변경허가 신청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셀트리온은 앞서 중등도 내지 중증 판상형 건선 환자 367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했다. 유플라이마와 휴미라 간 다회교차 투약군과 휴미라 유지 투약군 간의 통계적 동등성·안전성을 입증해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변경허가를 신청한 것이다. 

이번 변경허가를 통해 상호교환성을 인정받으면 유플라이마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도 보다 순항할 전망이다. 상호교환 바이오시밀러(인터체인저블) 지위를 확보하면 의사 처방 없이 약사가 임의로 유플라이마의 대체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플라이마는 최초의 고농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로 저농도 대비 약물 투여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시트르산염(구연산염)을 제거했다. 지난해 9월에는 FDA에서 80mg/0.8mL와 20mg/0.2mL 용량제형 허가를 추가 획득해 기존 40mg/0.4mL 포함해 3가지 용량제형의 라인업을 갖췄다. 

또한 네덜란드 시장과 이탈리아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FVG)·시칠리아에서 열린 아달리무맙 주정부 입찰에서 유플라이마가 연달아 낙찰되는 등 유럽에서도 수주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유원식 셀트리온 이탈리아 법인장은 "고농도 제형인 유플라이마는 용량 다양화로 환자의 상황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점 등 오리지널과 가장 유사한 바이오시밀러로서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통합 셀트리온 출범으로 원가율 개선이 이뤄진 만큼 한층 차별화된 가격 전략 수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신약 출시를 앞둔 '짐펜트라(램시마SC·성분명 인플릭시맙)' 역시 셀트리온이 주력하는 품목이다.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총괄 대표는 지난 10일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진행하며 짐펜트라가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서 대표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면역체크포인트·다중항체 등 여러 질환과 모달리티를 고려한 혁신신약을 개발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에도 나설 것"이라며 "셀트리온이 갖고 있는 방대한 임상·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한 독자적인 데이터뱅크를 구축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산업이 융합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는 2030년까지 22개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신약을 활용해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램시마는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셀트리온이 유럽 등에서 주요 포트폴리오로 내세운 제품이다. 피하주사제형(SC)으로 개발된 램시마SC는 지난해 말 미국에서 신약으로 허가를 받아 오는 2월 29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와 네덜란드 주요 의약품 구매 조합인 IZAAZ 등의 인플릭시맙 입찰에서 꾸준히 수주에 성공하며 제품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게 셀트리온 측 설명이다.

유럽 외 오세아니아 시장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실제로 지난 2021년 7월 호주에 출시된 램시마SC는 지난 2022년 기준 약 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3분기 누적 기준 118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년 연매출 대비 48%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호주는 세계에서 6번째로 국토 면적이 넓고 인구 밀집도가 낮아 병원까지 이동 거리가 긴 국가로 꼽힌다. 그만큼 의약품을 집으로 배송하는 비대면 유통 시스템이 보편화돼 있다. 

셀트리온은 병원에서만 투약 가능한 정맥주사제형(IV) 대비 집에서 간편하게 자가투여가 가능한 램시마SC의 강점을 홍보해 인플릭시맙 IV제형에서 램시마SC로의 전환을 유도했다. 

유럽에 이어 호주에서도 경쟁 인플릭시맙 IV제형 제품에서 램시마로 전환하고 다시 램시마SC로 전환하는 듀얼 포뮬레이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램시마SC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램시마 시장 점유율 역시 지난 2021년 25%에서 지난해 3분기 32%로 증가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가 호주에서 거둔 성과가 짐펜트라의 사전 검증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넓은 국토 면적 때문에 비대면 의약품 유통망이 활성화돼 있고 고가의 진료비 부담으로 SC 제형 등 자가투여 치료제를 선호하는 점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짐펜트라는 의약품 가격이 높은 미국에서 신약으로 허가를 받은 만큼 특허 확보 시 최대 2040년까지 특허 보호가 이뤄질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 대비 경쟁 부담이 적어 한층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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