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3500억 사들여…올 들어 주가 82%↑
LIG넥스원·현대로템도 각각 2400억원어치 순매수
수은법 개정으로 수출 '숨통'…美국방부 납품 기대

올해 들어 방산주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법정자본금을 10조원 늘리는 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방산 등 대규모 수출 시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금융 한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수출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주에 자금이 몰리는 상황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방산 대장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올해 들어 약 82% 급등했다. 1월 2일(이하 종가 기준) 12만9700원이었던 주가는 전날 기준 23만6000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한 달 기준으로도 주가가 23%가량 뛰었다. 지난달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18만7600원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에도 현대로템의 주가 역시 올해 들어 약 44% 치솟았다. 1월 2일 2만6750원이었던 주가는 전날 기준 3만8500원까지 올랐다. LIG 넥스원도 같은 기간(12만8300원→17만4300원) 35% 뛰며 강세를 자랑했다. 이들 모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시가총액 100위 안에 드는 국내 대표 방산주들이다.
방산주의 주가를 끌어올린 투자 주체는 주로 외국인들이었다. 올해 외국인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3516억원어치 사들였다. 코스피 순매수 규모 11위로 방산주 중에서는 1위다. LIG넥스원은 2432억원, 현대로템은 2410억원어치를 담았다. 특히 외국인 외에는 모든 투자 주체가 매도 우위를 나타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과는 달리 현대로템에는 기관의 자금도 1140억원어치가 들어갔다.
방산주 주가가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이유는 K방산 수출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 방산업계는 2022년 폴란드와 124억달러(약 16조7648억원) 규모의 1차 수출계약을 맺고 약 300억달러(약 40조5600억원)에 달하는 2차 계약을 추진했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 한도가 1차 계약으로 대부분 소진돼 2차 계약이 지연되고 있었다. 기존 수은법은 특정 개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는데 폴란드와의 방산 계약 규모가 이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와 국회가 발 빠르게 움직이며 사태 해결에 나섰다. 지난 2월 29일 법정자본금을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리는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방산 수출에 숨통이 트였다.
과거 내수 중심이었던 한국 방산 시장은 지정학적 갈등으로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군비 확충에 돌입하면서부터 수출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무기가 필요한 국가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고 이른 시일 안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한국 방산 기업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한국 방산 기업들의 수주도 대폭 확대됐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한국 방산의 수출 규모는 2020년 이전 연간 30억달러 수준에서 2021년 70억달러, 2022년 170억달러로 급증하며 방산 수출 증가율 74%를 달성해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주요 방산 수출 대상국이 4개국에서 12개국으로, 수출 무기체계의 종류는 6개에서 12개로 다변화됨에 따라 한국 방산 대표기업 5개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한화시스템·한국항공우주·현대로템)의 수주 잔고가 2020년 26조원에서 2023년 75조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실제로 LIG넥스원은 연초 사우디아라비아와 32억달러(약 4조2500억원) 규모의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하반기에는 미국 국방부에 '비궁' 납품을 앞두고 있다. 만약 비궁 납품이 성사된다면 K방산 최초로 완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사례로 남게 된다.
정부의 강력한 K방산 육성 의지도 방산업계 중장기 성장성을 담보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방산 수출전략 회의'에서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방위사업청은 2024년 방산 수출 200억달러 달성 목표를 발표했으며 국방부의 경우 2028년까지 방산업체들의 매출과 직접적 관련이 높은 방위력 개선비를 28조9000억원까지 증가시킬 것을 공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