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2차전지 보조금 불안감…외국인들 이탈 가속화
트럼프 트레이드로 주목 받던 방산·조선·전력주도 주춤

트럼프 당선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과 수출 둔화·중국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하며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의 '셀코리아'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사진/pixabay
트럼프 당선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과 수출 둔화·중국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하며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의 '셀코리아'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사진/pixabay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지난 8월 5일 '블랙 먼데이' 이후 다시 2500선을 내줬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과 수출 둔화, 중국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하며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의 '셀코리아'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5.49포인트(2.64%) 하락한 2417.08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2500대가 무너진 이후 지수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최근 한 달(10월 11일~11월 13일) 사이 코스피 하락률은 6.9%였다.

외국인은 4거래일 연속 코스피에서 매도 우위를 기록 중이고 한 달 동안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도 5조1807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만큼은 아니지만 기관 역시 755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역시 10.5%에 달하는 하락률을 보이며 휘청였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랠리'에 열광하던 다른 국가의 증시와는 달리 국내 증시는 그 열기에서 소외돼 있었다. 지난 5일 장 마감 후 11일까지 세계 주요 주가지수의 수익률에서 코스피는 1.75% 하락하며 92개 지수 중 83위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기간 코스피보다 수익률이 낮았던 지수는 필리핀 종합지수(-4.38%)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3.01%), 홍콩 항셍지수(-2.76%)를 비롯해 브라질·스페인 지수 등 9개밖에 되지 않았다.

국내 증시의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뉴욕증시의 경우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91% 상승해 4위에 이름을 올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률은 3.78%로 6위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도 2.75% 오르면서 13위에 자리했다.

코스피의 부진은 삼성전자의 약세와도 맞닿아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14.7% 하락했고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하락이 지수 상방을 제한하는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5조3153억원어치 팔아치웠다. 또한 이번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기조가 한국에는 큰 악재로 해석되고 있다.

먼저 '바이든 지우기'에 나설 가능성이 큰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는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의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바이든 정부가 2022년부터 추진한 칩스법은 미국에 반도체 제조 시설을 건설·확장하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법안으로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약 23조8900억원)를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삼성전자에 총 64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상황이나 트럼프가 앞선 정부의 정책을 이어나갈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또한 바이든 정부가 추진 중인 전기차 보조금 등 친환경차 정책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대선 기간 공언해 온 점도 정책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미·중 무역 갈등, 기술 패권 경쟁 심화로 반도체 섹터 피해에 대한 우려가 이어져 왔고 지난 11일(미국 시간), 한국, 대만 등 대미무역 흑자국의 무역 피해 가능성이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로 확산하며 전날 코스피 하락 폭 확대로 이어졌다"면서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기업에 대한 감세 및 규제 완화 기대가 지속되고 있는데 미국에 국한된 증시 호재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으로 이어져 피해국으로 평가되는 한국에서는 외국인 수급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경기부양책의 수혜종목)'로 주목받던 방산, 조선, 전력주도 주춤한 상황이다. 같은 시각 국내 증시 '방산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78% 하락 마감했으며 LIG넥스원(-4.26%), 한국항공우주(-1.93%), 현대로템(-0.48%) 등도 떨어지고 있다. 한화오션(-8.15%), HD현대중공업(-3.26%), 삼성중공업(-3.02%) 등 조선주와 LS일렉트릭(-7.59%), HD현대일렉트릭(-7.47%) 등 전력주도 약세를 기록했다.

그동안 국내 증시의 버팀목으로 자리해 왔던 수출 둔화도 투자심리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달 1∼10일까지 수출액은 14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8% 감소했다. 일 평균 금액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0.9% 줄어들어 수출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 전반에 퍼져나갔다.

KDI가 전날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은 이런 우려들에 쐐기를 박았다.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지난 5월과 8월 각각 0.1%포인트 내린 데 이어 이번에 더 큰 폭의 조정이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투자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도 코스피를 짓누르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이 연구원은 "중국 경제는 코스피 반등 핵심 요소 중 하나인데 최근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 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지방 정부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10조위안(1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부양책을 발표했는데 시장에서는 트럼프 정부와 무역 분쟁에 대한 선제 대응을 기대했으나 그 부분의 내용이 부재해 높아진 시장 기대치를 밑돈 것은 물론 실망감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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