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강남 3구 전체로 확대…잠실 '엘리트' 호가 최대 1.5억↓
갈아타기 실수요자 패닉…"가격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어"

서울시의 오락가락 정책에 부동산 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른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지 35일 만에 철회하고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로 확대 재지정하면서 토허제 해제 이후 거래를 준비 중이던 매도·매수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갑작스러운 토허제 유탄을 맞은 용산구 일대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9일 '부동산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특정 지역이나 동이 아닌 구 단위의 광범위 지정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 도입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잠·삼·대·청 내 291곳의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지 35일 만에 확대 지정하고 나선 이유는 이상 거래 급증으로 일대 집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지난 달 21일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토허제 해제 후인 2월 12일~20일 강남 3구의 아파트 평균 거래 가격은 24억5139만원으로 해제 직전인 1~11일(22억6969만원) 대비 약 8%(2억원) 급등했다.
정부는 토허제 해제 이후 투기 수요가 증가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강남 3구 외 주민이 이 지역의 주택을 매수한 비율은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우하향을 그리고 있었으나 2월 들어 반등하며 60%를 돌파했다. 이 지역에서 전세와 대출금 등을 동원해 최소한의 자본을 들여 주택을 사들인 '갭투자' 비율도 지난 1월 35.2%에서 2월 43.6%로 뛰었다.
정책이 한 달 만에 극과 극으로 뒤집어지면서 시장의 혼란은 극에 달하고 실수요자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토허제 해제로 수혜를 입었던 송파구 잠실동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는 재지정 이전 호가가 2~3억원씩 올랐으나 재지정 후 1억~1억5000만원까지 호가를 내린 매물이 나오고 있다. 토허제가 적용되는 오는 24일 전까지 계약해야 '갭투자'가 가능해 매도인들이 호가를 낮췄기 때문이다.
강남 3구와 용산구 안에서 '갈아타기'를 하려던 실수요자들도 혼란이 크다. 기존 집을 처분한 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던 수요자들은 토허제 재지정에 따른 거래 위축이 발생하면 '갈아타기'가 어려워진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7월 DSR(총부채상환비율) 3단계 시행, 추가적인 규제(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가능성에 단기적으로는 서울 중심의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는 부작용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금리의 인하 사이클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의 입주 물량 급감 사이클(2026~2028년)의 도래와 전월세 가격의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어 규제 강화는 향후 가격 측면의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