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본더 독점 한미반도체 특허 침해 소송 분쟁 재점화
한화세미텍도 소송 맞불…내년 물량 발주 앞두고 충돌

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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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권을 놓고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가 곧 TC본더 대량 발주를 마무리 지을 예정인 가운데 누가 대량 발주를 맡게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TC본더는 HBM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로, 고온과 압력을 활용해 웨이퍼 기판에 D램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역할을 한다. 올해 HBM 생산가능 물량을 이미 완판한 SK하이닉스가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려면 TC본더를 추가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달 중으로 TC본더를 대량 발주할 계획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한화세미텍에 양산성 검증 등에 대한 보완을 요청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엔비디아에 납품할 HBM 물량을 이미 완판한 뒤 내년 공급 물량을 협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해당 물량을 대응할 청주 M15X 공장을 완공하기 전 TC본더 추가 수주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수주 규모는 약 50대로 금액 기준으로 15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의 갈등은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가 밴더 이원화를 위해 한화세미텍 TC본더를 한미반도체 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공급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미반도체는 8년간 동결한 TC본더 가격을 28% 인상하기도 했다.

한미반도체는 2017년부터 SK하이닉스와 함께 TC본더를 개발하고 독점 납품해왔다. 글로벌 TC본더 시장에서 한미반도체의 점유율은 70%가량으로 1위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 공급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 한미반도체도 덩달아 HBM 장비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제2의 TC본더 장비 공급사를 물색해왔다. 제조업에서 필수 장비를 ‘솔 벤더(독점 공급)’로 조달하는 건 위험하기 때문이다. 한화세미텍 외에도 싱가포르 업체 ASMPT의 장비에 대해 품질 테스트를 진행했고 지난 3월 한화 장비 12대, 420억원어치를 납품받기로 결정했다. 계약 소식이 나오자 한화세미텍의 모기업 한화비전의 주가는 23%가량 상승(12일 기준)하기도 했다. 

이에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간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두 회사의 대립은 특허 분쟁을 넘어 명예훼손 고소로까지 번졌다. 한화세미텍은 최근 한미반도체 임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해당 임원이 방송 인터뷰에서 한화세미텍의 제품과 기술력에 대해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한화 측은 내용증명을 통해 시정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자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미반도체는 “기술 보호를 위한 정당한 주장”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먼저 한미반도체가 주장하는 특허 침해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의 문제다. 또 한미반도체가 비공개 상태였던 한화세미텍 제품 정보를 어떻게 확보했는지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서울중앙법원은 한화세미텍 측 준비서면 검토를 마치는 대로 재판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AI 반도체 경쟁 가속화로 주목받는 열압착 장비 기술을 놓고 벌어진 이번 분쟁은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정도로 TC본더 시장의 성장성은 크다. JP모건은 2024년 4억6100만 달러(약 6450억원)였던 HBM용 TC본더의 시장 규모가 2027년 15억 달러(약 2조990억원)로 3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조만간 한미반도체에 발주하는 물량과 가격에 따라 갈등의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랜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두 업체가 관계를 끊는건 양사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구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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