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자금지원 확대 기대…2·3공장 시설 확충으로 이어지나
신 대표 일본 국적…현지 ADC 공략에 송도 지리적 이점 활용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오너 3세인 신유열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향후 ADC(항체 약물 접합체) 위탁개발생산(CDMO) 중심의 사업 전략을 펼칠지 주목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이하 롯데바이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 글로벌 전략실장(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롯데바이오는 신 대표 및 박제임스 대표이사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롯데그룹은 최근 바이오 사업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신동빈 회장과 신유열 대표는 롯데바이오의 미국 뉴욕에 위치한 시러큐스 캠퍼스에 방문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지난 2020년 일본 롯데 영업본부장으로 그룹에 합류한 뒤 일본 롯데부동산·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를 거쳐, 2023년 롯데바이오 글로벌 전략실장·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를 맡았다. 올해는 롯데바이오 부사장에서 대표이사로 올랐다.
오너 일가의 롯데바이오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그룹의 자금 지원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송도 바이오캠퍼스 증설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롯데지주·롯데홀딩스는 지난 4월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1680억원·420억원을 투입해 송도 1공장의 신설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모기업의 롯데바이오 지원 규모는 2022년부터 누적 약 8000억원에 달한다. 롯데바이오는 앞으로 송도 바이오캠퍼스에 각 12만 리터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3개의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에 완공되는 1공장은 2027년 상반기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한다. 이어 순차적으로 신설될 2·3공장은 시장의 CDMO 수요에 따라 용도가 정해질 전망이다. 롯데바이오 관계자는 "2공장·3공장은 항체의약품 또는 ADC 생산시설 중 시장 수요에 맞춰 시설 성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일본 국적이며 최근까지 일본에서 생활을 해온 만큼, 일본 성과를 내고 있는 롯데바이오가 ADC 사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필요한 시설 확충도 불가피하다. 롯데바이오는 미국에 ADC 생산시설을 보유해 올해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했지만, 일본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송도에 ADC 시설을 확충하는 편이 유리하다.
전문 경영인 출신인 박제임스 대표이사와의 역할 배분도 중요하다. 박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인 머크·BMS 등을 거쳐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합류, 2023년 지씨셀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는 올해 롯데바이오 대표로 영입이 됐는데, 2022년 창립 후 수주가 없던 회사가 올해부터 계약을 체결해 성과를 내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회사는 올해 4월 아시아 소재 바이오 기업과 ADC 임상시험용 후보물질 생산 계약을 체결해 생산을 하고 있으며, 10월 말에는 SK팜테코와 ADC 솔루션 기반 CDMO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해 추가 수주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영국 오티모파마·미국 바이오기업과의 수주 성과도 보인 만큼, 일본 외 지역에서의 글로벌 파트너십에 박 대표의 역할이 중요할 전망이다. 다만 미국 시러큐스 캠퍼스의 총 생산능력은 4만 리터에 불과하며, 향후 시설 확충은 국내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여 입지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최근 글로벌 빅파마의 ADC 파이프라인 투자 확대에 따라 향후 ADC CDMO 수요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로쓰리서치는 "ADC 산업은 연구개발 중심의 기술 경쟁 단계를 지나,이제는 생산 인프라와 공급망 중심의 산업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링커, 페이로드, 항체의 결합 기술력과 같은 미세한 설계 혁신이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추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