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줄줄이 악재…AI 거품론에 2%대 하락한 나스닥
금리·해킹·레버리지 청산에 셧다운까지…추가 하락 전망도

비트코인 가격 10만 달러가 결국 깨졌다. 지난 6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기술주 중심 나스닥이 지난 4일(현지시간) AI 고평가 논란 재점화에 2% 넘게 하락하고, 12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역대 최장으로 장기화 될 조짐이 나타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4일(현지시간)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오후 4시(서부시간 오후 1시) 기준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약 7% 하락한 9만 9306달러(한화 약 1억 4220만원)에 거래됐다. 5일 오전 현재는 낙폭을 일부 만회해 10만 달러 초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6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 6210.5 달러와 비교하면 21% 급락했다. 지난 6월 22일 비트코인은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며 중동 긴장이 고조된 영향으로 10만 달러 아래로 내려왔다가 다시 상승세를 탔다.
비트코인의 추락에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알트코인 대장주이자 가상자산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해킹 사태 여파와 겹쳐 10% 이상 하락하며 3098달러까지 떨어졌다. 리플,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각각 3.9%, 7.13% 빠졌다.
외신들은 비트코인 가격 폭락이 AI 고평가 논란에 따른 위험자산 투자심리 약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일 나스닥이 2% 이상 하락 마감하자 나스닥과 동조해 움직이는 비트코인이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CNBC는 "인공지능과 가상화폐는 서로 연계되어 있다"라며 "한 쪽이 부실하면 다른 쪽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12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연준이 연내 두 차례 더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2월 추가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오스탄 골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12월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위한 기준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길어지는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도 영향을 미쳤다. 셧다운이 트럼프 1기 당시 기록했던 35일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며 시장 유동성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다.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도 부담이다. 가상자산 데이터 업체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에서 10억 달러가 넘는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됐다. 이 중 약 5억 7000만 달러가 비트코인 롱(매수) 포지션 청산으로 집계됐다.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에드 엔겔 컴패스포인트 분석가는 보고서를 통해 "장기 보유자의 매도는 강세장에서 흔한 특징이지만 소매 현물 매수자의 참여는 이전 주기에 비해 낮았다"라며 "장기 보유자들은 여전히 매도세를 기록하고 있어 단기 보유자들도 항복하고 동참하면 하방 위험은 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찰스 에드워즈 카프리올 인베스트먼트 설립자는 X(옛 트위터)에서 "기관 매수세가 비트코인 일일 채굴량을 밑돈 것은 좋지 않은 신호"라며 "사업 모델 없이 무거운 포지션을 유지하는 188개 비트코인 비축 기업과 줄어든 기관의 관심만 남은 상황"이라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