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12만주 취소…하락세인 주가 대비 행사가 높아
법차손 규제도 가시권…인건비 줄여 수익성 개선 모색해

루닛이 적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인력 유출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루닛
루닛이 적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인력 유출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루닛

AI 기반 암 진단 솔루션을 제공해 업계 주목을 받았던 루닛이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 등 인원 감축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스톡옵션을 포기하고 이탈하는 임직원까지 나오며 인력 유출에 따른 내부 동력 약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닛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대상자의 퇴사에 따라 일부 옵션을 취소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임직원에게 부여된 스톡옵션 총 12만2106주가 감소했다. 특히 미등기임원인 옥찬영 최고의학책임자도 포함되면서, 스톡옵션이 성과 체계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루닛이 현재 임직원들에 제공하는 보상체계는 일부 미흡한 모습이다. 회사는 지난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총 20차례 스톡옵션을 부여했는데, 이중 34회차부터 44회차까지의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현재 주가보다 높아 임직원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행사가격의 최대치는 7만7161원(34회차)이며, 최소는 3만9700원이다. 가장 최근에 발행한 스톡옵션의 행사가는 4만2100원이다. 반면 루닛의 주가는 13일 3만원대로 진입해, 14일 오전 10시 48분 기준 3만7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 하락은 실적 발표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루닛의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5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보였다. 회사는 지난해 5월에 인수한 볼파라와의 통합이 완전히 마무리된 영향이라고 설명하며, 볼파라의 3분기 누적 매출이 366억원이라고 밝혔다. 주요 포트폴리오인 암진단 소프트웨어 사업부의 매출도 488억원을 기록해 전년 매출 462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비용 부담이 여전히 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이 압박을 받고 있다. 루닛의 올해 누적 영업손실은 6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41억원 확대됐다. 영업비용은 367억원 증가한 1201억원을 기록하며 1000억원대를 넘어섰다. 적자 기조는 재무체력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유동자산은 전년 말 대비 462억원 감소했고, 현금은 524억원에서 254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187억원 추가됐고, 결손금도 150억원 증가했다. 현재 루닛의 부채비율은 136.3%에 달한다.

루닛은 지난 2022년 기술성장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법차손(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규제에서 면제됐으나, 올해부터는 규제 대상에 속한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3년간 2회 이상 법차손 비율이 50% 넘은 기업을 관리종목에 지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루닛의 지난해 법차손 비율은 50.5%로, 이미 50%를 넘어섰기 때문에 재무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올해 지출한 영업비용 중 특히 인건비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루닛은 급여 167억원(전년 동기 대비 +9.2%), 퇴직급여 16억원(+67.3%), 복리후생비 45억원(+7.7%)을 지출했다. 지난해에도 볼파라 인수에 따른 170여명의 인력이 추가되며 인건비가 전년 대비 72.5% 증가한 바 있다. 올해는 이미 인력 인수가 완료된 상황임에도 인건비가 다시 늘어난 것이다. 비용 압박이 커지자 루닛은 지난달 전체 인력의 10~15%를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4분기에는 퇴직금 지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루닛은 "지난해 말 대비 인원이 늘어난 부분이 (비용에) 반영됐으며, 10월부터 단행한 구조조정을 통해 내년부터는 올해보다 비용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 보상에 따라 올해 4분기는 3분기와 유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구조조정은 루닛 본사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루닛 인터내셔널(전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루닛 아메리카(전 볼파라 헬스) 등 글로벌 자회사에서도 일부 있었다고 밝혀, 그룹 전체적으로 인건비를 축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개발비용 등 인프라 확충을 위한 비용 지출도 늘어나고 있어 인력 유출 가속화가 당분간 이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루닛의 올해 누적 경상연구개발비는 전년 동기 대비 76억원 증가한 269억원이다. 회사는 "DBT 등 신규로 개발한 제품들의 성능 고도화에 따른 데이터 구매 등 일시적 투자가 있었으며, 앞으로 지속되는 기조는 아니다"고 밝혔다. 루닛 인사이트 DBT는 유방단층촬영술의 3차원 영상을 AI 기반으로 분석하는 기기로, 북미 시장에서 관련 매출이 5분기 연속 성장하고 있다. 핵심 제품군에 대한 투자는 경쟁력 확보에 있어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 속에서도 일정 수준의 연구개발비용 지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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