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大혁신 나서는 농협②
도‧소매사업 온라인 중심 전환…당일배송체계‧오픈플랫폼 구축

농협이 소비트렌드 변화와 비대면 쇼핑 확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도‧소매사업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혁신에 팔을 걷었다. 농협이 농축산물 유통大혁신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온라인 사업추진 방향은 ▲당일배송체계 구축 ▲상품소싱 오픈플랫폼 운영 ▲온라인 공판장 B2B사업 구축의 세 가지 핵심 축으로 농산물 유통대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농축산물 온라인 시장 진출에 농협이 적극 나선 배경에는 인구구조와 소비트렌드가 확 바뀌고 있는 것을 읽어낸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포함한 대형마트 매출이 줄고 온라인 및 특화 배송서비스 증가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농협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액이 2017년 33조8000억 원에서 2019년 32조4000억 원, 2020년 33조8000억 원으로 마이너스 성장 내지 정체현상이다. 반면 온라인 매출은 2017년 91조3000억 원에서 2019년 135조2000억 원, 지난해는 무려 159조로 가파른 상승세다.
농협이 작년 4월 ‘올바른유통위원회’를 출범시켜 올해를 ‘농축산물 유통혁신 실천의 해’로 삼고 도‧소매사업을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하는 한편 당일배송체계 구축과 오픈플랫폼 운영으로 신선농산물 식재료 공급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른 행보에 나섰다.
우리나라 택배 추정량만 봐도 지난해 32억 박스(2020년 물류산업총람)로 전년대비 14% 증가한 데다 쿠팡 로켓배송센터의 경우 5년(2014~2019년)간 27개소에서 168개소로 6배 이상 증가하는 등 ‘배송 전쟁’에서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농협의 절박함도 배어있다.
◆e하나로 당일배송체계 확대…2023년 전국 구축 완료
농협은 e하나로마트 매장과 DFC(디지털풀필먼트센터) 확대로 배송혁신에 팔을 걷었다. e하나로마트의 경우 고객별 주문시간에 따라 하루 세 번 관내 당일배송을 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64개이던 e하나로마트 매장은 4월말 기준 72개로 불어났다. 농협 경제지주는 농‧축협과 같이 당일배송체계를 본격 확대해 도서‧산간 지역을 제외하고 2023년까지는 구축을 마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유통혁신상(像)’ 시상을 통해 조기에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당일배송서비스 사업 우수사무소로 선정돼 유통혁신상을 받은 서울 송파농협은 e하나로마트로 4억7600만원, 안동농협은 3억8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천농협의 경우 14개 섬 지역으로 당일배송서비스를 한 기여(매출 1억4000만 원)로 혁신상을 받았다.
농협은 신속한 배송을 위해 미비했던 인프라를 연초부터 DFC로 구축해 배송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농협이 운영하는 DFC는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 내 별도로 마련한 전용공간으로 판매장‧전시장‧창고‧배달센터를 결합한 점포형이다.
DFC는 고객이 농협몰(e하나로마트)에 주문을 하면 출고할 상품을 창고에서 꺼내는 ‘피킹’을 거쳐 분류‧포장(자동분류시스템(DAS)해 온라인 소매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시스템이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DFC는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비대면 소비에 최적화된 온라인 점포배송시스템으로 온‧오프라인 시너지 창출을 위해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성남유통센터 DFC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웃는 농축산물 유통 대변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농협 경제지주는 DFC 구축으로 3㎞ 이내 2시간 내 ‘싱싱 배송’ 실현에 나섰다. 1월 성남유통센터를 시범매장으로 상반기까지 고양유통센터, 연말까지는 12개 유통센터와 농협충북유통‧농협부산경남유통 등 모두 14개소로 확대해 ‘온라인 배송전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농협은 배송혁신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지자체 꾸러미사업으로 유입된 신규 회원이 지속적으로 구매를 유도하도록 하는 한편 범농협 멤버십(NH멤버스 등)과 연계한 회원모집을 추진한다. NH벰버스 회원 2500만 명을 비롯해 도시농협 준조합원(980만 명), 올원뱅크(500만 명), 콕뱅크(600만 명) 등과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꾸러미 신규고객 204만 명을 대상으로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한편 특판 행사 등으로 1년 내 재 구매율을 50% 이상 끌어올리고 유효회원도 30% 이상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상품소싱 오픈플랫폼 운영…2023년까지 온라인 대표 플랫폼 육성
농업인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는데도 적극 나섰다. 기존 농협몰은 사업자만 농산물 판매가 가능하고 계약체결에 소요되는 기간도 최대 7일로 길어 일반 농업인이 참여하는 데는 미흡했다. 또한 다른 온라인채널과의 호환성이 낮고 콘텐츠 제작기술도 부족한 등 외부 온라인 채널을 통한 농산물 판매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협 경제지주는 이에 지난해 구축한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대외채널을 확대하기로 했다. 농협 오픈플랫폼은 농업인이 생산만하고 온라인산지어시스턴트가 오픈플랫폼에 상품설명을 만들어 업로드해 농협몰과 외부쇼핑몰에서 판매하도록 지원하는 구조다. 작년까지 네이버‧카카오 등 4개 몰과 자동으로 연계하던 것을 올해는 11개 몰로 확대 추진하고 있다.
산지 농업인이 플랫폼에 상품을 한 번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타 몰에 연결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우수농식품을 발굴하고 원활한 상품등록을 위해 신지유통관리자, 청년농부, 농협직원 등으로 구성된 온라인 산지어시스턴트를 올해 30명을 육성하고 오는 2023년까지 100명으로 확대해 농업인 지원에 나선다.
농협 관계자는 “플랫폼에 등재하기 어려움이 있는 농업인들을 도우려고 산지어시스턴트를 도입하고 있다”며 “이들이 농업인 등록지원과 스토리텔링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올 상반기 안으로 지역센터 2개소를 오픈(전북, 충남)하고 연말까지 10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자체 몰 ‘농민마켓’에 농업인‧농축협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할인쿠폰과 카드행사 등으로 지난해 100억 원 규모의 판매액을 2023년까지 2000억 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실시간 판매방송인 ‘라이브커머스’도 도입해 현재 4개의 제휴업체를 11개로 늘려 지난해 50억 원이던 매출액을 2023년까지 1500억 원으로 확대해 온라인 대표 플랫폼으로 키운다.
◆온라인 공판장 B2B사업 추진…신선농산물 식재료 공급시장 선점
오프라인 중심의 현행 도매시장 취급물량이 정체 현상인 데다 정부의 온라인 도매거래방식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온라인 공판장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한다.
농협에 따르면 2014년 공영도매시장 청과농산물 거래량은 721만6000t에서 2016년 702만7000t으로 준 데 이어 2018년에는 684만3000t으로 더 줄었다. 유통대기업(CJ, 현대그린푸드) 등 산지직거래‧계약재배 확대로 도매시장물량 감소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상태다.
농협 관계자는 “정부가 온라인거래방식의 장점인 경쟁체계 구축과 거래비용절감 등에 주목하면서 가격급등락에 대한 해법으로 온라인 경매 활성화를 고려하고 있다”며 “이에 온라인 도매사업 신규 추진 및 확대로 신선농산물 식재료 공급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IT기술을 활용한 거래시스템 현대화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은 지난해 양파‧마늘‧사과를 온라인농산물거래소 시범사업으로 도입한 데 이어 올해는 무‧배추‧배‧감귤을 추가해 7개 품목으로 확대해 기존 도매시장의 보완경로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존 수급위주의 품목에서 비즈니스형 품목으로 확대하되 규모화‧표준화가 이뤄진 APC 공선출하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취급할 계획이다.

공판장 온라인농산물거래소 우수사무소(양파부문)로 선정된 경북 구성농협은 작년 5월18일부터 올 2월28일까지 2242t(17억1000만 원)을, 마늘부문 우수사무소로 선정된 경남 창녕농협은 작년 8월18일부터 올 2월28일까지 602t(38억8200만 원)의 실적으로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농협은 로컬단위 B2B사업 신규추진에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농협은 공판장 인근 요식업체 및 중소슈퍼를 대상으로 새벽배송 중심 로컬단위 B2B 신규추진으로 3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로 했다. 모바일을 통한 ‘수요처-중도매인’ 간 매칭방식으로 식재료를 납품하고 경락가를 공개해 24시간 배송(수확-배송) 등 차별화 전략을 도입한다.

축산물온라인 경매에도 적극 나선다. 정부 정책과 연계한 단계별 비대면 온라인 거래 시스템 도입으로 비용절감과 축산물 유통구조 구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농협은 지난해 돼지를 중심으로 이미지경매를 도입한 데 이어 내년에는 원격경매(소 포함), 2023년에는 온라인 경매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온라인농산물거래소 선도산지 등을 찾으며 유통혁신에 총력을 쏟고 있는 장철훈 농업경제대표이사는 “온라인농산물거래소를 비롯해 농산물 유통혁신을 통한 범농협 시너지 창출과 산지‧소비지가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전 임직원이 노력하고 있다”며 “농산물 유통혁신에 농협이 한발 더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 쏟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협 하나로유통 삼송유통센터는 비대면 거래 선호도 증가에 따라 지난 14일부터 e-하나로마트 '드라이브-스루' 픽업 서비스를 시작해 고객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e-하나로마트에서 매장상품과 같은 상품들을 주문하면 원하는 시간에 내점해 차량에 탑승한 상태로 픽업 부스에서 상품을 수령할 수 있어 주말 나들이 고객과 맞벌이·직장인 고객들이 매장방문 시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해 만족도가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