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수요급증…TPU 생산 브로드컴에 공급
AI칩 기판 납품 이수페타시스…"독보적 점유율 확보중"
반도체 테스트 소켓 ISC·티에프이 등도 낙수효과 기대감

구글의 7세대 TPU '아이언우드'는 행렬(Tensor) 연산이 필요한 대규모 모델 훈련, 강화학습, 대용량·저지연 AI 추론 등에 최적화된 AI 가속기 칩이다. 사진/구글
구글의 7세대 TPU '아이언우드'는 행렬(Tensor) 연산이 필요한 대규모 모델 훈련, 강화학습, 대용량·저지연 AI 추론 등에 최적화된 AI 가속기 칩이다. 사진/구글

구글의 AI(인공지능) 서비스 '제미나이 3.0'에 대한 시장의 호평이 쏟아지면서 기술 구현의 핵심인 TPU(텐서처리장치)에 대한 관심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는 구글과 TPU를 공동 설계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러지의 주가가 급등하고 국내 증시에서도 TPU 밸류체인으로 분류되는 수혜주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시 2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62% 상승한 10만1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구글의 TPU가 주목받으면서 북미 빅테크 업체들을 대상으로 높은 메모리 공급 점유율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투자심리에 불을 지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칩인 TPU의 생태계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자리했다. 구글의 AI 서비스 제미나이 3.0은 시장의 호평을 받으면서 AI 산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는 제미나이 3.0을 접한 뒤 "이제 우리가 쫓아가는 입장"이라며 "당분간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자신의 엑스 계정에 이례적으로 "축하한다"며 제미나이의 성과를 인정하기도 했다.

구글의 7세대 TPU '아이언우드'는 행렬(Tensor) 연산이 필요한 대규모 모델 훈련, 강화학습, 대용량·저지연 AI 추론 등에 최적화된 AI 가속기 칩이다. 구글이 이 칩을 TPU라고 이름 붙인 이유도 기존의 범용 GPU(그래픽처리장치)나 NPU(신경망처리장치)보다 행렬 연산에 특화한 칩이라는 의미를 담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GPU가 범용으로 뛰어난 칩이지만 특정 행렬 연산 작업에는 아이언우드가 가격·성능·효율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 구글의 주장이었고 제미나이 3.0으로 이를 증명한 셈이 됐다. 구글은 지나치게 가격이 높고 품귀 현상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엔비디아 GPU를 대신해 아이언우드를 AI 칩의 새로운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시장이 추론으로 빠르게 확대되며 일반 서버의 메모리 채용량도 동시에 급증해 서버 메모리 수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향후 데이터센터는 GPU, HBM(고대역폭메모리) 조합에서 탈피해 TPU, CPU를 활용한 HBM뿐 아니라 일반 D램의 사용량도 큰 폭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구글 TPU 설계와 생산을 담당하는 브로드컴의 경우 삼성전자가 메모리 공급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어 향후 구글 TPU 생태계 확장의 최대 수혜가 기대된다"며 "더욱이 속도에 강점을 확보한 삼성 HBM4 품질 인증의 경우 연내 조기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어 세계 최대 D램 생산능력 확보한 삼성전자는 향후 빅테크 업체로 메모리 공급량을 크게 늘릴 전망이다"라고 부연했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중에서는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 이수페타시스가 TPU 수혜주로 거론된다. 같은 시각 이수페타시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28% 떨어져 약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전날에는 12.47% 급등하면서 큰 폭의 상승세를 자랑했다. 이수페타시스는 AI 거품론 우려와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등으로 이달 코스피가 고전한 가운데서도 23.52% 상승하면서 약세장의 칼바람을 피해 갔다. 반도체 테마가 본격적으로 지수 상승을 견인한 하반기(7월 1일~11월 24일) 들어서는 상승률이 169.02%에 달했다.

이수페타시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다층기판(MLB)을 생산 중인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다. MLB는 미세 패턴과 홀(구멍)을 형성해 층과 층 사이를 전기적으로 연결한 다층의 PCB 기판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어 'AI 핵심 기판'으로 꼽힌다. 주요 고객사로는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주요 빅테크들을 두고 있어 AI 반도체 관련주로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인지도가 큰 회사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수페타시스가 PCB 기준 TPU 내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 TPU를 중심으로 P(가격)·Q(물량)가 동시에 확대되는 국면에 본격 진입한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이수페타시스가 지난 6월부터 7세대 TPU에 신규 공급하는 물량은 연초 계획 대비 약 두 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내년에 출시되는 차세대 학습용 TPU부터는 다중적층 MLB 기판이 적용돼 구조적인 ASP(평균판매가격) 상승 구간에 진입함에 따라 추가적인 실적 눈높이 상향 흐름이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반도체 테스트 소켓 생산업체 ISC 주가도 0.39% 오르고 있다. 전날 16.33% 급등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테스트 소켓은 반도체 개발 단계와 양산, 번인 테스트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특히 ISC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양산화에 성공한 실리콘 소켓은 현재 글로벌 빅테크, 팹리스(반도체 설계), ASIC(주문형 반도체) 등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다. 구글의 TPU는 브로드컴과 공동 개발한 ASCI인데 이 시장이 커지면 테스트 공정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에 수혜주로 분류됐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ISC는 테스트 장비와 함께 번인 소켓 및 테스트 소켓 공급을 계획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최근 테스트 소켓 기업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열 솔루션(Thermal solution) 기술력을 기반으로 다수의 가속기 고객사 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내년에는 대면적 테스트 소켓 공급 증가에 따라 안정적인 성장을 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브로드컴에 CPO(공동패키지광학) 전용 테스트 소켓을 공급하는 티에프이도 전날 14.11%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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