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묵 서울대 교수 '장애인, 컴퓨터 그리고 선진사회'

서울G20 정상회의 기념 ‘대한민국 선진화 길을 묻다’ 릴레이 강연이 이어진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에는 특별한 연사가 시민을 맞았다.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로 장애를 안게 됐지만, ‘장애가 없는 사람보다 더 위대한 과학자’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상묵 서울대 교수가 주인공이었다.

4년 전 미국에서 자동차 천장에 온 몸이 깔리는 큰 사고를 당한 이 교수는 사고 당시 신경이 몰려 있는 네 번째 척추를 다쳤고, 그뒤 뇌와 목의 교신이 끊겨 어깨 아래로 감각과 제어를 할 수 없는 장애의 몸이 됐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이 교수는 “병상에서도 ‘이렇게 다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를 생각했고, 마침 할 수 있는 대학교수직에 있어 공부와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에서 열린 서울G20 정상회의 기념 릴레이 강연 ‘대한민국 선진화, 길을 묻다’에서 서울대 이상묵 교수가 ‘장애인, 컴퓨터 그리고 선진사회’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 교수는 “중증장애를 가졌지만 특수한 마우스와 음성인식 프로그램 덕택에 장애를 입기 전과 비슷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가 말을 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문장을 받아 적는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는 아직 한글이 없어 영어만 가능하다. 책은 컴퓨터로 스캔해서 보며, 가족과 문자와 전화도 주고받고, TV도 본다고 한다. 학생들 시험지는 조교가 스캔을 해 오면 그것으로 채점도 한다. 이 교수는 “인터넷에서 채팅을 하면 남들은 내가 장애인인 줄 모른다”고 했다.

장애를 갖게 된 뒤 이 교수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서울대에는 장애인 학생이 60여 명 있는데 80%가 문과라고 한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가 IT강국이고, 이공계 국가라고 하지만 장애인들은 ‘과연 장애인이 이공계에 가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만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극복하게 위해 노력하겠다”고 제의했고, “현재 장애인 이공계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학에 대해 “처음부터 명확한 답을 줄 수 없는 학문”이라며 “답을 떠나서 개연성이 있고, 합리적인 것을 찾아가는 것에 있다”고 했다. 그러다보면 어떤 답에 도달하는 것이 과학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고대 철학자이자 과학자로 명성을 날린 소크라테스는 인간은 교육과 환경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믿고 실천했다”며 “소크라테스는 어려움을 겪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삶이 가장 가치있는 삶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놀라운 발전에 대해 “우리는 한 세대 만에 고급사회로 발전했지만 의식은 아직 제자리걸음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녹색성장, 스마트코리아 정책이 단순히 온실가스를 줄이는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되고, 따뜻함, 가족, 남을 도울 수 있는 시민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어야 우리나라는 G20 이후에도 변화하고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혼자서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인류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나라임을 강조한다”며 “우리나라도 단순한 경제성장이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하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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