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이재명 후보는 별다른 스펙이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쟁쟁한 여당 후보들을 모두 물리치고 최종 대선후보가 되었다. 특히 정세균 후보와 이낙연 후보는 역대급 스펙을 지닌 후보들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재명 후보의 발언과 지지세력을 분석해보면 답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부패한 기득권 세력을 모두 청산하고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부패 기득권 세력을 강한 투쟁력으로 분쇄하겠다고 공언한다. 가난한 자, 억울한 자, 흙수저들을 대변하겠다고 깃발을 들었다. 지지세력들도 서민계층이 주류를 이룬다. 노동자 도시빈민 영세농민들이 지지하고 있다. 초양극화 사회에 분노하는 사람들이다. 

이재명 후보가 깨뜨리려는 대상은 부와 권력을 누려온 보수기득권 세력 뿐만 아니라 진보기득권도 포함된다. 민주화 지도자라는 명분으로, 민주투사라는 경력으로 그동안 국회의원, 장차관, 공기업대표를 지내며 호강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개 학력도 좋은 편이다. 소위 SKY대학을 나왔거나 수도권 대학 출신들이다. 대한민국을 공정하고 정의로운 민주사회로 만들어달라고 지지했더니 자기들 잇속만 챙기는걸 알아차렸다.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믿기가 어렵게 되었다. 서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대변할 사람은 누구인가? 일단 흙수저가 아니면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흙수저 중의 흙수저다. 중학생때 생계를 위해 공장을 다닌 노동자 출신이다. 어렵게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을 다니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였다. 지겹게 고생하며 살아온 삶이다. 초양극화 사회의 밑바닥에 깔려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대장감의 조건을 갖추었다. 

새삼 120여년 전에 있었던 동학농민운동이 떠오른다. 당시 관리들과 양반세력이 유착되어 농민들을 수탈하였다. 법과 제도는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것이니 서민들은 기댈 곳이 없었다. 결국 죽기살기로 대든 것이 동학농민운동이다. 동학사상은 그 당시 백성들에게 조용히 퍼져나간 복음이었다. '인내천'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말이다. '대동세상'은 양반 상놈의 신분제가 없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다. 관리들의 수탈상황과 동학사상이 연결되면서 거대한 민란이 일어났다. 민란은 혁명수준으로 확대되었다. 조정에서는 관군으로 막을 수 없게 되자 청나라와 일본에 진압군을 요청하였다. 당시 신형무기로 무장한 일본군은 동학군을 무자비하게 학살하여 진압하였고 청나라 군대와 다투다가 급기야 청일전쟁으로까지 이어진다. 이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고 조선왕조도 몰락의 길로 치닫는다. 동학의 교주 최재우는 관군에 잡혀 처형되었고 동학혁명을 이끈 녹두장군 전봉준은 일본군에 잡혀 처형되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녹두꽃은 전봉준이고 파랑새는 일본군이며 청포장수는 조선의 백성을 비유한 노래다. 이 노랫말에서 빠져 있는 무리가 왕족 귀족 양반등 당시 기득권 세력이다. 이들이 파랑새를 불러들여 녹두밭을 짓밟은 수구세력이다. 수많은 백성을 희생시키면서도 지켜야할 것은 그들의 기득권이었다. 동학운동은 비극으로 끝났다. 수많은 희생이 있었고 조선의 국운은 완전히 기울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고 신흥 기득권 세력은 견고한 카르텔을 구성하고 있다. 더구나 이제 부와 권력은 세습되고 있다. 돈이 돈을 벌고 권력이 돈을 버는 세상에서 서민들이 설 땅은 자꾸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악착같이 노력하면 내집 장만이 가능한가? 악착같이 노력하면 내 자식들은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서민들에게는 답이 안나오는 세상이다. 이럴 때 현대판 녹두장군이 나타난다면? 따르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잘난 사람 많고 스펙 좋은 사람 천지인 대한민국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흙수저 출신 이재명이란 인물이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된 이유를 알아야 한다. 

보수진영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왜 민심이 들끓는지 왜 이재명 후보가 세력을 키워왔는지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다. 형수에게 막말한 것만 널리 알리면 큰 타격을 받을거라고? 여배우 스캔들이 문제라고? 언행에 품격이 없다고? 조폭들과 만났었다고? 성격이 잔인하다고? 소시오패스라고?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은 거대한 기득권 세력과 한판 붙으려면 그 정도의 배짱과 기개가 있어야 대장감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지금 이재명 후보는 분노사회의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것이고 지지자들은 대동세상을 꿈꾸며 모여들고 있다.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예전처럼 여야가 경쟁하는 선거가 아니다. 야당은 무능한 진보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하지만 여당후보는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부패한 기득권 카르텔을 깨고 서민정권을 탄생시키겠다는 것이다. 누가 이길지는 아직 예측할 수가 없다. 분명한 사실이 있다. 아무 것도 가진것 없는 흙수저 이재명을 서민대중을 이끄는 21세기 녹두장군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바로 인본주의가 결핍된 기득권 세력이라는 점이다. 서민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초양극화 대책을 미리미리 마련했어야 했다.

21세기 한복판에 녹두장군같은 투사형 대통령 후보가 나타난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진보 보수 모두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지금 인류는 AI혁명, 메타버스, 뉴스페이스 시대라는 신 문명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 변화보다 요즘 10년의 변화가 세상을 더 크게 바꾸고 있다. 

희망은 언제나 미래에 있다. 대동세상을 외치는 이재명 후보는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희망을 키울 수 있을까 아니면 나라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까.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나라의 미래운명을 가르는 중차대한 일이다. 정말 잘 뽑아야 한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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