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흑색선전과 돈만있으면 미키마우스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

2016년선거에서 트럼프를 미국대통령으로 만든 킹메이커 로저 스톤의 신념이다. 사악한 천재, 직업적 싸이코패스, 선거공학자, 네가티브 선거전략의 귀재, 전설적 책략가, 정치공작의 달인. 그는 미국언론과 정계에서 이런 별명으로 불렸는데 스스로도 '정치공작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대학생시절인 1972년 리처드 닉슨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일하며 일찌감치 선거공학자의 싹수를 키웠다. 당시 상대후보인 험프리 상원의원의 운전기사를 매수해 정보를 빼내고 여기에 허위정보를 섞어서 선거전략을 만들어냈다. 사회에 나와 워싱턴정가의 로비스트이며 정치컨설턴트가 된 그는 젊은 사업가 트럼프를 꼬득여 대통령출마를 부추겼다. 처음에는 펄쩍뛰던 트럼프도 마침내 마음을 바꿔 대통령에 도전하게 되었고 선거전략을 자칭 킹 메이커인 로저 스톤에게 맡겼다. 그는 힐러리가 국무장관시절 국가안보사항을 개인 이메일로 주고받아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언론에 퍼뜨려 코너로 몰아넣었다. 트럼프의 여성편력이 불거져 위기에 몰리자 TV토론에서 과거 빌 클린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던 여성들을 방청석 맨 앞줄에 앉혀서 힐러리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그의 물타기전략으로 트럼프를 위기에서 건져냈다. 허위정보로 허위정보를 덮고 끊임없이 물타기를 해서 상대후보를 무력화시키는 사악한 책략가였던 것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로저 스톤같은 인물만 내곁에 있으면 나도 대통령이 될 수 있겠다고 여길 정도였다.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이되자 워싱턴 정가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로 돈과 권력을 챙겼다. 그러나 법과 윤리를 뛰어넘어 살아온 그는 법망을 피하지 못했다. 2019년 러시아스캔들 관련 허위진술, 증인매수, 공무집행방해등 혐의로 40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여론이 들끓었으나 트럼프는 그를 사면으로 석방하였다. 한때 트럼프의 남자로 불리던 그의 존재감은 여기까지였다. 새로운 측근에게 둘러쌓인 트럼프에게 그는 별 가치가 없는 존재가 되었고 여러가지 스캔들로 계속 시끄러워지자 인연을 끊고 말았다. 이게 킹메이커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권력쟁취 다툼이기도 한 대통령선거와 대통령주위에는 온갖 책략가들이 모여든다. 이들의 특징은 대통령보다도 더 집요한 권력지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어느 시대나 최고권력의 온도는 뜨겁다. 뜨거운 인물들끼리 만나면 큰불이 나기 마련이다. 큰불이 꺼지고 나면 앙상한 재만 남는다. 

우리나라 현대정치사의 전설적 킹메이커는 허주 김윤환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영민한 두뇌와 인맥을 가졌던 그는 5공이후 역사적 전환점마다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늘 승자가 되었다. 그러나 이회창후보와 어긋나면서 정계에서 강제퇴출되었고 화병을 얻어 세상을 뜨고 말았다. 하도 억울해서 죽을 때도 눈을 감지못했을거라는 소문까지 돌았었다. 

킹메이커이며 동시에 황태자 소리를 들었던 인물도 있다. 노태우대통령의 책사 박철언이다. 만년 2인자이자 전두환대통령 측근들의 견제를 받던 노태우를 보좌해서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황태자소리에 걸맞는 권력을 누렸다. 그도 정권이 끝나자 수의를 입는 신세가 되었다. 얼마전 노태우대통령 장례식장에 나타난 그의 표정 어느 곳에서도 왕년의 황태자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영삼 정권때는 아들인 김현철이 황태자소리를 들었다. 모든 공적 사적 주요정보는 그에게 들어갔고 그의 권력은 하늘을 찔렀다. 그의 월권과 국정간여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람들은 곧바로 다시 그에게 불려갈 정도였다. 이 황태자도 정권이 바뀌자 몰락의 길을 걸었다. 김대중대통령의 아들들도 역시 황태자 소리를 들었고 권력을 누렀지만 결국 법정에 서고 말았다.  

요즘 이재명후보와 윤석열후보 주위에는 온갖 책사들이 몰려들고 있다. 정치적  집념과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스스로는 모두 나라를 위한 일이리고 굳게 믿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신념이 너무 강해서 자기자신도 속이고 마는 선거공학자들이 적지않을 것이다. 핵관은 권력자의 핵심관계자를 말한다. 윤핵관은 윤석열후보의 귀와 눈을 잡고있는 최측근을 말한다. 과연 이들은 사심없이 공명정대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윤핵관이 있으니 이핵관도 있다. 이재명후보의 실세 측근들이다. 매일 후보 옆에 붙어다니는 사람도 있고 장막에서 선거전략 각본쓰고 연출하는 사람도 있다.  유권자들은 여야후보의 핵관들까지 꿰뚫어보아야 한다. 불법 비리 거짓등 수단방법 가리지않고 오직 승리만을 위해 몰두하는 사람들이 만든 책략에 넘어가면 안되기 때문이다. 

정치인 김종필의 어록이 떠오른다. 청년시절 정계에 뛰어들어 평생동안 영광과 굴욕등 산전수전을 다겪은 그 분이 말년에 한 말이다. "정치는 허업이야. 아무리 쌓아올려도 결국 남는 것이 없는게 정치라구"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얼마전 길상사에 다녀왔다. 법정스님의 정신이 깃든 곳이라 잠시 경내를 돌아보고 와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경내에 있는 느티나무에 소박한 액자가 걸려있다. 요즘 정치뉴스를 보며 가슴태우는 국민들에게 하신 말씀인지 여야정치인들에게 하신 말씀인지 생각이 깊어진다. 

"우리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은 사회적 지위나 신분,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들 자신이  누군인지를 아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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