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리리라"

고려말기 무장인 이성계의 아들이며 후에 태종으로 즉위하는 이방원이 고려왕조의 충신인 정몽주의 마음을 떠보고 회유하기 위해 부른 시조 '하여가' 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으니 새로운 정권과 손잡고 부귀영화를 누리자는 솔깃한 제언이다. 여기에 대한 답가가 그 유명한 '단심가'다.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고려왕조에 대한 충성심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한 이방원은 선죽교에서 고려충신 정몽주를 포살한다. 안타까운 이 사건이후 선죽교에는 아직도 충신의 핏자국이 남아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당시 충절을 지키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고 새로운 왕조에 동조하여 신흥세도가가 된 사람들도 있다. 권력다툼을 피해 초야로 피신한 사람들도 있다.
그후 조선왕조 500년동안 권력투쟁은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하여가가 수없이 불리어지고 권력을 따라간 사람도 있고 단심가로 응답한 사람도 있다. 권력을 따라간 사람이라고 모두 부귀영화를 누린 것도 아니다. 권력의 특성은 투쟁이다. 이 투쟁에서 진 사람들은 다시 비참하게 몰락하였다. 

요즘 대통령선거판을 보니 여전히 '하여가'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여야 대선캠프 모두 선거에 활용할만한 인물을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만한 인재발굴은 나중의 문제이고 당장은 선거에서 표를 얻는게 급선무다. 캠프에 참여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정치적 선택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의 언행이나 경력으로 볼때 정반대 성향의 캠프로 가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과연 심사숙고를 한 것인지 하여가에 넘어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일반 상식으로 볼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일들도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선거대책위원회는 최근 MZ세대전문가로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를 영입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자 국민의 힘 한 국회의원은 대학후배인 김대표가 전날 오후 이력서를 지참하고 국회 의원회관으로 찾아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캠프에 참여하고 싶다고 합류를 타진했다고 밝혔다. 하루밤 사이에 정치적 소신이 바뀔 수가 있나. 국민의 상식으로는 이해할수 없는 기가막힌 일이다. 국민의 힘 측에서 이런 사실을 밝히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본인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의사인 함익병원장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하였다. 방송에도 자주 나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과거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만한 발언들이 지적되면서 임명을 긴급히 보류하였다. '여자는 국방의무를 지지않으니 4분의 3만 권리행사를 해야 한다' '세금 안낸 사람은 투표권을 가지면 안된다' 는 말등이 문제가 된것이다. 함원장은 지난번 대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선대위 산하 통합정부추진위 자문위원단에 포함되었다가 역시 이런 발언이 문제가 되어 30분만에 취소된 적이 있다. 지난번에는  문재인후보캠프에 이번에는 윤석열후보 캠프에 합류하려다가 말썽이 난 것이다.

물론 지난번에 지지했던 후보와 반대노선의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 그럴려면 이유와 명분이 있어야 하고 미리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나 선거철이 되면 아무런 설명없이 이당 저당 대선캠프에 이름을 올리는 건 이떻게 이해해야 하나?
역대정권을 보면 캠프에 몸담았던 사람들을 정부요직에 기용하였다. 정치지망생들이나 한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은 기를 쓰고 캠프에 들어가려고 한다. 또한 선거에 도움이 될만한 인물은 온갖 회유를 해서라도 영입하려고 한다.

우리나라 정치문화의 병폐중에 '정치철새'가 있다. 정치에 입문한 이후 자기가 처한 유불리를 따져 이당 저당 옮겨다니는 사람이 정치철새다. 정강이나 정치색이 비슷한 당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까지 대놓고 비난하고 투쟁하던 정당으로 훌쩍 날아가는 정치인들도 수없이 많았다. 정치적 소신이 바뀐 경우보다 대개는 금배지를 탐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철새정치야말로 우리나라 정치를 후퇴시키는 저질정치의 전형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개혁이라면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소리가 가장 요란하였다. 그러나 정작 개혁이 가장 절실한 곳은 정치개혁이다. 정치인을 위한 정치, 정당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개혁의 과제는 수없이 많겠지만 대통령후보캠프문화도 뜯어 고쳐야 한다. 정치적 사심을 가진 온갖 사람들이 몰려들고 정권을 잡으면 한자리씩 나눠갖는 구태를 혁신하여야 한다. 

지금 여야 대선후보캠프를 보는 국민의 심정은 심란하기만 하다. 선거때만되면 불나방처럼 몰려다니는 인물들이 그대로 몰려다니고 있다. 지난번 대선때 보았던 인물들이 다수이고 심지어 당을 바꿔 뛰어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21세기에 하여가를 부르는 정치인이나 하여가에 휘둘려 소신을 저버리는 정치철새들은 국민이 준엄히 심판해야 한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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