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석열 후보는 정치 신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보수진영의 대통령 후보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 윤 후보가 최종 대선후보가 된 것은 본인이 대통령 역량을 두루두루 갖췄다기 보다는 상대진영의 자살골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첫번째 자살골은 조국 선수가 차넣었다. 법무부 장관 후보가 되면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비리 의혹이 터져나왔고 윤석열 검찰이 수사를 하였다. 청와대가 말리고 여당이 압박해도 조국일가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자 조국 선수는 윤석열 총장과 정면승부를 하다 낙마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민심이 동요하고 진보진영 최고 논객인 진중권 선수가 보수진영으로 이적하였다. 당시 무기력하던 야당을 대신하여 진중권 선수는 조국과 진보진영을 맹폭하였다. 

조국 선수 다음에 출장한 선수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별명이 자살골 헤트트릭 선수다. 추 장관은 말로는 검찰개혁을 내걸었지만 실행은 윤석열 총장 찍어내기였다. 법무부 장관의 기본 임무와 역사적 사명이 검찰총장 쫒아내기라도 되는양 매일 윤석열 총장과 각을 세웠다. "감히 명을 거역하고.." 이런 무도한 언행으로 윤석열 총장이 정치계로 들어설 명분과 힘을 실어준 것이다. 결국 본인이 법무부 장관에서 퇴장하고 윤석열 선수를 운동장으로 불러낸 것이다. 윤석열 총장이 보수진영 대통령 후보가 되는데 일등공신은 조국 장관이고 특등공신는 추미애 장관이다. 이런 공로를 모를리 없으니 윤석열 후보는 두사람에게 감사패부터 주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이 어떤 자리인가? 법치사회를 만들고 법의 정의를 이끌어야하는 사람 아닌가. 법무부 장관 두 사람이 보여준 행위는 결코 정의롭지가 않았다. 지금 세번째 선수가 출장하였다. 박범계 장관이다. '나는 장관이지만 정치인이다' 이런 소리를 하며 운동장에 나왔으니 처음부터 불안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 윤석열 후보 관련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다가는 조만간 화끈한 자살골이 터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지난 대통령 선거를 보면 자살골이 승패를 가른 경우가 적지않다. 제16대 대통령 선거를 돌아 보자.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대결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것은 화끈한 자살골 덕분이다. 대한민국 재벌집안 출신에 누가보아도 보수진영 인물인 정몽준 회장이 뜬금없이 노무현 후보와 연대하였다. 축구협회 회장답게 그라운드를 누비더니 막판에 화끈한 자살골을 넣어 보수진영 이회창 후보를 패배시켰다. 극적인 자살골 그 순간을 돌아보자.

2002년 종로에 있는 한 식당에서 그날 노무현 후보와 합동 유세를 마친 정몽준 일행이 분을 삭이고 있었다. 그날 낮 유세에서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측의 염장을 지르는 발언을 하였다. "우리당에는 정몽준 회장 말고도 훌륭한 차기 대선 후보감이 많습니다. 추미애 의원도 있고~"

그렇지 않아도 정몽준 측은 노무현 후보 측과 정책내용뿐만 아니라 의전문제로 갈등이 고조되어 왔었다. 정몽준은 대한민국에서 대표적 금수저 출신이고 막강한 학력에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각국 FIFA위원들과 교류하며 최고수준의 의전에 익숙한 사람이다. 노무현 후보는 대표적 흙수저 출신으로 권위주의 청산과 의전파괴를 외치고 있을 때였다. 유세장에서 단상  맨앞줄 노무현 후보 바로 옆자리에 앉도록해야 하는데 이것도 수시로 무시되었다. 일부러라기보다 의전개념이 없는 노무현 후보와 참모들 때문이다. 의전에 익숙한 사람이 의전예우를 무시당하면 분노하기 마련이다. 그날 의전은 최악이었다. 

저녁 식사자리에서는 그동안 쌓였던 울분이 터져나왔다. 

"다 때려치웁시다. 이렇게 무시당하면서 공동으로 뛸 이유가 있습니까" "알았어요. 오늘부로 마무리합시다" 그런데 아까부터 귀를 쫑끗하며 유심히 듣던 사람이 있었다. 식당에서 서빙하던 젊은 여종업원이었다. 그는 이 엄청난 결정이 나자마자 곧바로 열린우리당 선거상황실로 전화를 걸었다. "조금전 정몽준 측에서 공조를 깨기로 결정했습니다" "뭐라구요?" "정몽준 측이 노무현지지를 철회한다구요" "잠시만이요. 상황실장을 바꿀게요" "실례지만 지금 전화하신 분은 누구십니까?" "저는 이 식당종업원이고 노무현 후보 지지자입니다" 식당종업원이 제보를 한 것인데 상황실에서는 이걸 믿어야할지 무시해야할지 판단이 서질않았다. 매일 온갖 제보가 쏟아져들어오고 상당수는 허위제보기 때문이다. 결국 상황실장은 이 제보를 무시하고 말았다. 

다음날 정몽준 측에서는 지지철회를 밝혔고 대선판은 발칵 뒤집혔다. 모든 언론이 '이회창 승리 노무현 패배 확정적'이라고 기사를 냈다. 노무현 후보가 부랴부랴 정몽준 자택을 찾아갔으나 끝내 만나주지 않아 대문밖에서 머물다 눈물을 머금고 돌아갔다. 이 문전박대가 반전을 불러일으켰다. 젊은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진보진영이 똘똘 뭉쳐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켰다. 정몽준 후보의 자살골이 아니었으면 대선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보수진영에서는 아직도 김대업의 병풍사건 때문에 억울하게 패배했다고 하지만 막판 정몽준의 자살골이 결정타였다. 결국 자살골이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을 결정지은 것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도 자살골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후보 캠프에 의욕이 넘치는 자살골 전담선수들이 잔뜩 포진해서 몸을 풀고있다. 안철수 선수도 다시 몸을 풀고있다. 나라를 위해 준비된 후보들이 나와서 정책대결을 하고 이를 토대로 훌륭한 대통령을 뽑아야 정상적인 선거다. 언제까지 자살골로 대통령이 결정되는 선거를 할 것인가. 대통령 후보들도 유권자들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려있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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