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코로나19가 삽시간에 창궐하면서 아무런 대비도 없던 인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코로나로 생활터전을 잃고 생명을 앗아가는 아픔도 있었지만 재택근무 등 비대면 문화로 인한 산업의 발전 등 얻은 것도 많다. 특히 건강에 대한 중요성은 코로나가 준 가장 값진 교훈이다. 평소 건강관리의 필요성과 면역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면역력은 우리 몸을 외부의 적으로부터 방어하는 능력이다. 군대가 존재하는 이유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서인 것처럼, 우리 몸에도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군대가 존재한다.

외부로부터 항원(Antigen) 즉, 적이 우리 몸 안으로 침입하는 종류와 방식은 다양하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비말을 통해 인두나 비강으로 침입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대장균처럼 음식을 통해 구강 및 위장을 통해 침입하는 경우도 있다. DNA 돌연변이로 인한 암세포의 생성 역시 내가 아닌 적이 내부에서 생성되는 것이므로 면역시스템이 작동한다. 이렇게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 암세포 등 적의 종류에 따라 다른 방식의 면역 시스템이 작동한다. 진화론적으로 인간은 미생물들과 투쟁하는 과정에서 아주 정교하고 발달된 면역시스템을 갖고 있다.

우리 몸에 들어오는 적을 막는 1차 방어선은 물리적 장벽이다. 피부나 점막이다. 죽은 세포들로 이루어진 각질층이 방어벽을 형성하고 점막은 항균 물질이 들어있는 점액과 섬모운동을 통해 방어한다. 장누수(장점막이 훼손되고 장벽 세포의 치밀 결합이 헐거워지는 현상)가 면역 관련 질환 등과 관련이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1단계에서 걸러지지 못한 적들은 다음 단계에서 걸러내기 위해 혈액 내의 면역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인간의 혈액 내 면역시스템은 크게 모든 침입자에 특이성 없이 빠르게 작용하는 선천면역과 특정 침입자에만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적응면역으로 나눠진다. 이 중에서도 선천면역이 먼저 작동한다. 대식세포와 자연살해세포라고 불리는 NK세포다. 선천면역 세포들은 적이 감지되는 순간 빠르게 작동하여 감염된 세포나 세균 자체를 탐식하여 파괴한다. 암세포는 끊임없이 몸 안에서 생성되지만, NK세포는 미리 이 암세포들을 모두 잡아먹어 더 자라는 것을 막는다.

NK세포는 면역세포 중 유일하게 직접적으로 비정상세포를 찾아내고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나 암세포는 세포 표면에 특정 단백질 (MHC class I)이 적어지는 등의 이상이 발생하는데 NK세포는 이 이상반응을 감지한다. 체내에는 약 1억 개의 NK세포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간이나 골수에서 성숙한다. 대부분 20대나 30대에 그 활성도가 절정이었다가 점차 감소한다. 실제로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의 암환자에서 NK세포의 활성도가 일반인에 비해 낮다는 것이 밝혀졌다. 암세포가 NK세포의 활성을 저하시키는 물질을 분비시켜 그들의 작용을 피해 살아남고 그 숫자를 늘려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기적인 NK세포의 활성도를 측정하는 것은 암을 비롯한 질병을 조기 진단하는 데에 유의미하다고 하겠다.

NK세포가 포함되어 있는 선천면역으로도 병원균을 죽이기에 충분하지 않게 되면 적응면역이 작동하게 된다. 적응면역은 T세포와 B세포가 대표적이며 병원균에 특이적인 수용체를 인식하여 작동한다. 백신은 적응면역을 이용하는 수단으로서 한번 싸웠던 병원균을 기억하는 기전을 이용한다. 식균작용을 하는 수지상세포가 병원균을 탐식하면 성숙하여 림프절로 이동하고 아직 병원균을 만나지 못한 T세포에게 자기가 먹어 치운 병원균의 모양을 교육시켜준다. 이렇게 활성화된 T세포는 세포 독성 T세포로서 교육 받은 특정 항원에 감염된 세포만을 찾아서 직접 죽이는 방식으로, B세포는 특정 항원에 대한 맞춤 항체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NK 세포는 선천 면역의 일종으로 그동안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연구들에서 NK세포들도 항원 특이적인 기억을 가진다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암세포의 사멸에 관계하는 NK세포가 선척 면역과 적응 면역의 모두 속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면역 시스템을 분류하는 정의가 다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의도 있다. 그만큼 체내에서 NK세포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NK세포의 활성도는 혈액검사로 시행할 수 있으며 검사 결과에 따라 면역기능이 저하된 원인을 다른 혈액검사와 함께 비교 분석하여 찾아내고, 이후 기능의학적인 치료를 통해 체내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호전시킬 수 있다.

떨어진 면역력은 단기간에 회복되기 힘들다. 주기적인 검사와 꾸준한 노력과 생활 습관 개선으로 건강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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