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대 대통령선거를 30여 일 앞두고 치러진 첫 4자토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부동산, 소상공인, 연금개혁, 사드, 북핵, 재생에너지 등 굵직한 이슈를 놓고 격돌했다.
그중에서도 토론 막바지 이재명 후보가 꺼낸 재생에너지 이슈는 뜨거운 감자였다. 'RE100'과 'EU택소노미', '블루수소' 와 같은 용어들이 등장해서다.
여야 대선후보 4인은 3일 오후 8시 KBS·MBC·SBS 공중파 3사가 주관한 합동 TV 토론회에서 처음 맞붙었다.
이날 이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윤 후보를 지목하고, "'RE100'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며 물었다.
RE100이란 재생에너지 100%를 뜻하는 말로, 'Renewable Energy 100%'의 줄임말이다.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제캠페인이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이베이, GM, 존슨앤존슨 등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기업 349곳이 가입했다. 국내에서도 SK와 아모레퍼시픽, 한국수자원공사 등 10여 개 회사들이 참여 중이며, LG에너지솔루션도 가입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수소경제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하셨는데 RE100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라며 물었고, 윤 후보는 "다시 한번 말씀해달라. RE100이 뭐죠?"라고 되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100%"라며 설명했고, 윤 후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일단락 지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전 세계 유수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RE100을 채택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로 생산하지 않은 부품을 공급받지 않겠다, 이게 정말 많지 않나"며 "RE100이 계속 확산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지 않고 화석연료에 의존했다가 만약 유럽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발동하면 어떻게 대응하려 하냐"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이에 "신재생에너지가 고도화되는 것도 디지털이나 디지털데이터나, 바이오 융합 기술이 있어야 고도화되는 것이지 그냥 수소경제라고 하는 것은 막연하다"고 답했다.
이어 "(탄소국경조정제도 관련해) 석탄의 경우다. 꼭 재생에너지만 아니고 원자력이든 다른 전기에너지들인데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전기에너지를 쓴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의 말에 이 후보는 유럽연합(EU)의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를 꺼내들었다.
이 후보는 "EU택소노미가 매우 중요한데, 원자력 관련해 논란이 있지 않느냐. 원전 전문가에 가깝게 원전을 주장하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윤 후보는 "유럽을 봐도 독일이 원전을 없앴다가 결국 프랑스에서 수입하고 러시아에서 가스 들여오고 그렇게 하지 않느냐"라고 동문서답을 했다.
이에 이 후보는 "그런 뜻이 아니다"라며 "EU택소노미라는 새 제도가 논의되고 있는데 여기에 원전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윤 후보는 "EU 뭔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 가르쳐달라"고 되물었다.
택소노미는(Taxonomy)는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 녹색분류체계로 규정한 것을 뜻한다. EU는 최근 신규 원전에 대한 투자를 녹색으로 분류했지만, 2045년 전 건축허가를 받고 2050년까지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국가에 한해 엄격히 제한했다.
이 후보는 "EU택소노미는 녹색분류체계를 말하는데 여기에 원전을 포함할 것이냐 말거냐가 논란이다"며 "우리나라는 원전을 어디에 지을 것이며, 핵폐기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의제라서 이 두 가지를 해결하지 않으면 녹색에너지 분류가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원전을 어디에 짓느냐 하는 문제는 여기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핵폐기물은 향후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이라든가 이런 걸 통해 폐기물 처리 기술이 아마 신재생에너지 고도화시키는 것 못지않게 빨리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원전문제 등을 정략 대상으로 만들지 않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역전했는데 10년 이내 원자력 발전단가도 재생에너지보다 비싸진다는 추세도 보고되고 있다. 원전문제를 과격하게 문재인정부의 반대로만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블루수소'도 토론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 후보는 "소위 그린수소, 블루수소, 그레이수소라고 하는 새로운 영역의 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블루수소 생산 산업과 관련된 비전이나 생각이 있느냐"고 윤 후보에 물었다.
블루수소란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면서 수소를 만드는 방식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화석연료 없이는 그린수소 생산이 요원하다.
윤 후보는 이에 "미래산업의 핵심은 재생에너지에 있지 않다고 본다"며 "데이터, AI, 클라우드컴퓨팅 이런 것이지 (블루수소) 거기에 있지 않다고 본다"고 차단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알겠다. 블루수소는 화석연료를 분해해 나오는 수소를 만들되,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말하는 거다. 참고하시라"라고 직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