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설 연휴 끝자락에 강릉을 찾아갔다. 푸른 동해바다를 보면서 마음을 씻고 한해의 소망을 빌 생각이었다. 넓고 넓은 푸른 바다를 보니 저절로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끝없이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새해 다짐을 하였다.

첫째, 부질없는 욕심은 모두 내려놓고 조금이라도 세상에 도움되는 일을 하며 살자.

둘째, 대통령선거가 잘 끝나고 국민이 화합하여 국운이 활짝 펴지기를 기원하며 살자. 

겨울바람이 세찬 쌀쌀한 날씨였지만 이내 가슴이 뜨거워졌다. 해변 끝자락까지 가있다가 모래뱥을 밟으며 도로 쪽으로 나왔더니 해안가 전신주에 제법 큰 벽보가 붙어있다.  

'대통령당선시 취임후 2개월이내 1억원 지급+150만원 평생 매월지급'

'결혼 3억원+출산 5천만원'

국가혁명당이 내건 선거벽보다. 관광객 몇 사람이 서서 구경하고 있다. 이게 실제 가능한 일일까. 허경영 후보는 이 뿐만 아니라 미혼자들에게는 매월 20만원의 연애수당을 주겠다는 공약도 하고 있다. 벽보를 보다가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혀를 차는 사람도 있다. 이 글을 읽고 한표 던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구절벽도 심각한데다 목숨걸고 오징어게임도 마다않는 세상이니 이 벽보가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이 벽보를 본 순간 푸른 동해를 보며 정화되었던 마음 속에 다시 거친 파도가 일었다. 왜 신년다짐하러 동해 푸른 바다를 찾은 내 앞에 선거벽보가 제일 먼저 눈에 띄일까. 

요즘 여야 대통령후보들이 매일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영세소상공인. 농수산업인. 문화예술인. 체육인. 독거노인. 장애인. 탈모인. 반려견 주인등 구석구석을 찾아내어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한 후보가 병사봉급을 200만원으로 올리겠다니 서로 따라서 약속을 한다. 전국 이장 통장 수당을 인상하겠다는 약속도 나왔다.

도대체 무슨 예산으로 주겠다는지 근거도 없이 하는 말이 대부분이다. 국민을 위하고 서민경제를 위한 것일까 표를 모아 정권을 잡기 위한 것일까? 집권하면 그 약속을 지키려고 할까 아니면 오리발을 내밀까?

대통령 선거공약은 국정철학과 국정운영에 부합해야 하고 무엇보다 실현가능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수많은 공약을 내걸었지만 상당수는 실천하지 못했다. 광화문에 집무실을 내고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하더니 당선 후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빌 공자 공약이 되고 말았다.

윤석열 후보는 집권시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집무실은 광화문에 두겠다고 공약하였다. 문재인 대통령보다 한발 더 나간 것이다. 모두 제왕적 대통령문화를 깨기 위해서라고 명분을 내걸었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다. 우선 경호상 문제점이 우려된다. 특히 남북한 대치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국제 테러단체들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원수의 경호는 엄중한 일이다. 국가 의전문제도 있다. 많은 외국정상들과 귀빈들이 업무상 우리나라를 찾고 대통령을 예방하는데 격에 맞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있어야 한다. 미국 백악관, 영국 왕실궁전과 총리 공관, 일본 총리 공관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권위주의적 정치를 하지않고 국정시스템을 고치면 되는 것이지 청와대가 구중궁궐 같다거나 터가 나쁘다는 식의 논란은 합리성을 벗어난 이야기다. 

이재명 후보는 고향인 안동을 찾아가서 육군사관학교를 이 지역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육사는 군간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며 동시에 유사시에 서울지역을 방어하는 군요충지다. 1946년 국군의 모체인 국방경비대가 주둔한 역사성을 지닌 군사시설이다. 대통령후보가 자기 고향으로 육사를 옮기겠다는 공약을 하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선거용 발언이다. 특히 경기도 지사 시절에는 육사를 경기북부에 두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왜 생각이 바뀌었을까. 해병대 2사단을 찾아가서는 현재 육군 해군 공군 3군체제에서 4군체제로 해병대를 격상시키는 개편을 하겠다고 발언하였다. 과연 국방안보와 연계하여 군 구조개편을 하려는 의도일까 응집력이 강한 해병전우들의 환심을 얻으려는 것일까? 지금 해병대사령관은 중장이지만 법적으로는 대장 승진이 가능하다. 해병대사령관을 마친후 대장으로 승진하여 합참의장이나 연합사 부사령관을 할 수 있다. 많은 해병대 장병들의 현실적 바램이기도 하다. 국방안보전략의 근간인 군 구조문제를 건드리기 보다는 해병대의 위상도 높히고 육해공군해병대의 합동성도 강화시키는 방법이 더 현실적이 아닐까. 

여야 선대본부에서는 여기서 이 말 하고 저기서 저 말 하면 수많은 표가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을 것이다. 이 숫자를 다 합치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보다 더 많을 것이다. 선거공약이란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하는 공적인 약속이다. 당선되면 실행하는 것을 전제로 한 약속이다. 빌 공자 공약은 헛된 약속이다.  실행할 의지도 없으면서 표를 얻기 위해 내건 사탕발림이다. 헛된 약속을 남발하지않게 하려면 언론이 잘 감시하고 유권자들이 잘 살펴야 한다.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상대방의 비리와 약점을 부각시키려는 네가티브전략과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불건전 선거전이 판을 치고 있다. 3월 9일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엉뚱한 공약이 쏟아질 것이다. 국민이 두 눈을 부릅떠야 한다. 내편 네편 가릴것 없이 사탕발림 공약이 나오면 가차없이 질타해서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야 한다.

가수 영탁이 불러서 유행한 히트곡이 있다. 이중플레이하는 애인을 저격하는 노랫말이 절묘하다. 데이트하자고 전화를 했더니 피곤해 집에서 쉰다고 했던 애인을 강남 클럽 앞에서 우연히 목격한 것이다. 노는 남자 싫어하고 술도 못한다는 그녀 말에 나는 술까지 끊었는데 그녀는 혀가 꼬부라질 때까지 술을 마시고 왠 남자와 비틀거리며 나온다.

"이게 누구십니까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내 눈을 의심해 보고 
보고 또 보아도 
딱 봐도 너야

오마이 너야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사랑을 믿었는데 발등을 찍혔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대통령선거 투표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후보들의 달콤한 공약에 휘둘리다가 제 발등찍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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