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선거전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무능하고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고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법치국가를 만들겠다는 야당과 뿌리깊은 부패기득권 보수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여당의 주장이 불꽃처럼 부딛치고 있다. 

초반에는 정권교체냐 정권재창출이냐로 시작하던 대선전이 종반에 이르자 가진자와 없는자의 구도로 바뀌고 있다.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이 각종 지원금을 나눠주겠다는 공약을 계속 발표하고 있는 이유가 무얼까. 빈부격차로 분노한 사람들이 많고 이 표를 모으지않고는 집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의 선거공약을 분석해보면 극단적 빈부격차가 가져온 사회적 불만과 갈등이 이번 선거의 핵심이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되어 약 30년간 지속된 신자유주의 열풍은 모든 집단과 개인이 경제적 성과창출에 매진하게 만들었다. 인본주의가 결여된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열풍은 마침내 배금주의를 확산시켰다. 기술이 혁신되고 경제는 성장했지만 빈부격차로 인해 돈이 계급이 되는 사회가 나타난 것이다.

봉준호감독이 만든 '설국열차'는 돈으로 만들어진 계층사회를 열차의 객실로 비유하였다. 

지구온난화를 막기위해 CW-7이라는 냉각물질을 대대적으로 살포했다가 그 부작용으로 지구가 빙하기를 맞이한다. 이런 일을 미리 예상한 자가 만든 열차 한 대가 끊임없이 지구를 돌 뿐이다. 열차의 각 칸은 철저하게 빈부로 나뉘어져 있다. 꼬리칸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있고 음식은 바퀴벌레를 압축한 사료같은 걸 먹는다. 그 앞칸은 열악하지만 조금 형편이 낫고 그 앞칸은 조금 더 낫다. 중간을 지나 앞칸으로 가면 좋은 옷과 좋은 음식이 넘쳐난다. 맨 앞칸에는 물질이 넘치다 못해 향락에 마약까지 돌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알게된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는 사람들을 선동하여 폭동을 일으키고 한칸씩 앞칸을 습격하여 점령해 나간다. 만민평등의 깃발을 내들고 유혈투쟁을 벌인 것이다. 한마디로 무자비한 피투성이 아수라장이다. 마침내 맨 앞칸을 점령해보니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조종하는 기관실이 있다. 이 기관실을 움직이는 자의 목소리가 의미심장하다.

"이 세상은 어차피 불평등할 수 밖에 없는거야. 강력한 지도자가 없으면 더 큰 혼란에 빠지는걸 왜 몰라"  

설국열차는 이 사회가 빈부에 의해 칸칸이 나뉘어져있고 불만이 쌓이면 유혈폭동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동시에 유혈폭동이 대안이 아니라는 것도 시사한다. 원래 프랑스작가의 만화를 봉준호감독이 새롭게 각색하여 영화한 것으로 세계적 화제작이 되었다. 

봉준호감독이 빈부격차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다음 작품이 바로 '기생충'이다. 빈부격차가 너무 견고해 지고 고착화되면 폭동으로 대항해 보아야 곧바로 진압당하게 된다. 이것을 깨달은 가난한 사람들이 아예 부자들에게 스며들어 기생충처럼 빨아먹고 사는 사회가 된 것이다. 너무 가진게 많은 숙주는 어지간히 빨려도 큰 타격이 없다. 심지어는 기생충이 빨아먹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압권은 기생충끼리 싸운다는 것이다. 지하실 밑에 주인도 모르고 관리인도 모르는 비밀지하실이 있고 그곳에 숨어서 빨아먹고 사는 또다른 기생충이 있는 것이다. 이 기묘한 공생관계는 균형이 깨지면 언제든지 서로 죽이는 공멸로 치닫게 된다는 걸 암시하고 있다. 이 영화가 서로 죽이는 비극으로 끝나는 이유다. 자하실에 그리고 더 깊은 지하실에 기생충처럼 살아가는 인간이 있는한 부자들도 행복한 삶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초양극화로 인한 사회문제를 다룬 최근 드라마가 '오징어게임'이다. 돈을 벌려고 발버둥치다가 밀리고 밀려서 서바이벌게임에 몰린 사람이 있고 돈이 너무 많아서 세상만사가 싱거워지니 사치향락을 넘어 살인게임을 즐기는 초부자까지 나온다. 인간성을 상실하고 돈의 노예가 되면 부자나 빈자나 모두 불행해진다는 걸 경고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명대사가 있다. 

"제발 이러지 마, 이러다간 우리 모두 다 죽어"

이번 선거는 역대급 비호감선거라는 펑을 듣고 있다.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과 그 가족들이 흠집이 많다고 서로 헐뜯고 있다. 실제로 비난받고 비판받을 만한 사항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보수 진보 진영이 서로 무능하고 부패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 또한 근거가 있는게 사실이다. 

민주와 정의를 외치던 586세력의 지도부들은 20년넘게 권력과 부를 누리고 있다. 그 과정에 내로남불이 누적되어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 여당에서조차 586기득권이 퇴진해야 새로운 정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터져나오고 있다. 586기득권 세력은 지금 스스로 물러나지않으면 어차피 후배들에게 쫒겨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수진영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권력과 부를 누려와서 서민의 정서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특히 젊은 시절 판검사가 되어 권력을 누리고 정치권에 진입한 법조인들이 너무 많다. 이들이 서민의 심정을 알까. 장사나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 본 적도 없고 을의 입장이 되어 본 적도 없다. 인생에서 가장 큰 고생을 한게 무어냐고 물어보면 고시공부한거라고 말한다. 이게 고생이라고 말할 정도면 진짜 고생이 뭔지 모르는거다. 이 사람들은 여당의원하다 정권 빼앗기면 야당의원으로 특권 누리며 산다. 이제는 보수도 진보도 기득권 세력이 되고 말았다. 

이런 정치구조에서 정권교체를 하든 정권재창출을 하든 빈부격차가 해소될 수 있을까. 지금 무얼 잔뜩 퍼주겠다는 선심성 공약이 진정 서민들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집권을 위해 표를 얻기 위한 것인가. 

열악한 꼬리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냄새나는 지하실에서 살고있는 사람들, 돈 때문에 서바이벌게임에 내몰린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를 듣지 못하는 정치인들은 이제 퇴진해야 한다. 

여야 대선캠프중 기득권 누리던 사람들이 많이 퇴진하는 쪽이 그나마 국민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게 이번 선거의 승부수다. 돈을 퍼주겠다면서 기득권을 강화하고 양극화를 고착화하는 진영보다 과감하게 기득권을 내려놓는 진영을 찍어야 한다. 비호감인 후보가 싫어서 상대후보를 찍을 수 밖에 없는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기득권을 연장하기 위해 권력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여야정치인들에게 고한다. 

"제발 이러지 마, 이러다간 우리 모두 다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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