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정치에서 매력적 슬로건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못살겠다 갈아보자"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우자"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 

모두 큰 힘을 발휘했던 슬로건이다. 

근래 가장 기억에 남는 정치슬로건은 무엇일까? 

"사람이 먼저다" 

이 슬로건은 짧지만 강력했고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물질만능주의시대 그리고 돈이 계급인 사회에서 인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외치고 있으니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들 수 밖에 없다. 물론 정치슬로건을 내걸었다고 모두 지키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정권도 사람이 먼저라고 내걸더니 막상 집권을 하고나니까 "내 사람이 먼저다" 라고 바뀌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선거에서는 슬로건이 엄청난 힘을 발휘하니 각 후보진영은 슬로건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정치에서 가장 위력적인 슬로건을 뽑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이걸 뽑는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전에서 아칸소 시골뜨기라는 소리를 듣던 민주당후보 클린턴을 승리로 이끈 슬로건이다. 걸프전승리로 압승을 예상하던 공화당후보 아버지 부시를 물리친 해폭탄급 슬로건이다. 여러 소리 필요없고 나를 뽑아주면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말이 위대한 힘을 발휘하였다. 당신에게는 멀리 떨어져있는 걸프지역에서 미군이 승리한 것보다 경제가 더 중요하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경제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쏙쏙 들어오는 명슬로건이다.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듭시다(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인의 자긍심과 자존심을 동시에 강조한 이 슬로건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였다. 이 슬로건은 성스캔들에 소시오패스라는 소리까지 듣던 미국정계의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정치슬로건은 잘 활용하면 표를 긁어 모으는 마력이 있다. 

최근 이재명후보 캠프가 슬로건을 바꾸었다. "이재명은 합니다" 이게 지금까지 써온 슬로건이었다. 나는 시장과 도지사를 하면서 실제 성과를 많이 내었고 대통령이 되면 더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바꾼 슬로건은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다.

 "나를 위해, 이재명" 

이건 무슨 소리인가. 나를 찍어주는게 당신에게 이익이라는 걸 강조한 말이다. 

지금 이재명후보의 핵심 지지층은 40,50대이고 윤석열후보의 지지층은 60대이상이다. 이들이 두 후보의 집토끼인 셈이다. 문제는 2030세대다. 이들이 바로 산토끼다. 산토끼들은 고정표가 아니다. 이번 선거는 산토끼를 끌어들이는 쪽이 이기는 양상이다. 2030세대는 정보화사회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고 민주화이후 세대라서 자유 인권 공정을 중시한다. 또한 개인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 나라를 위해서,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세대이다. 워라벨을 중시하고 소확행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국가 공동체나 우리보다는 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심지어는 나를 위해 축배를 들고 나를 스스로 칭찬하고 자기에게 상장도 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60대이상 기성세대는 우리가 중요하고 나라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우리회사, 우리집, 우리가족, 우리고장을 중시하며 살아온 세대다. 심지어는 우리마누라라는 엄청난 표현까지 쓸 정도로 '우리라는 공동체'를 중시한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험난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형성된 문화다. 젊은이들은 '내 아내'라고 하지 '우리 아내'라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아내는 공동의 아내이기 때문에 신세대들이 들으면 참으로 이상한 표현이다. 기성세대가 '우리' 를 중시한다면 신세대는 '나'를 중시한다. 이번 이재명캠프가 새로 내건 슬로건은 바로 이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재명후보를 찍으면 '나에게 좋다' 라고 각인시키는 것이다. 

기성세대중 60대이상은 우리라는 공동체 특히 국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세대이다. "우리가 어떻게 지키고 가꾼 나라인데 이걸 무너뜨리면 안된다" "나라가 없으면 나도 없다" 이런 생각을 하는 세대다. 이 세대는 우리나라를 위해서라면 나는 어느정도 희생해도 좋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윤석열캠프는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무도한 정권을 심판해야한다는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만들고 키워온 나라입니까" "지금까지 망가진 것도 큰일인데 더 이상 망가뜨릴 수는 없습니다"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다. 60대이상은 대다수 공감하고 지지한다. 그러나 집토끼만 계속 관리한다고 선거에서 이기는게 아니다.

문제는 산토끼인 2030세대가 선거의 승패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최근 윤석열캠프가 자중지란으로 혼란에 빠진 사이에 이재명캠프는 재빨리 2030세대를 파고들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어낸 것이다. 윤석열캠프의 자중지란과 윤후보의 실언이 겹치면서 최근 2030표가 대거 이탈하였다. 일부는 이재명후보쪽으로 가고 일부는 안철수후보에게로 가고 일부는 허경영후보에게 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 상황이 이어진다면 2030표는 윤석열후보를 계속 떠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이재명후보 캠프는 2030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바로 '나를 위해, 이재명'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이다. 이게 먹혀들면  윤석열후보는 필패다. 윤석열캠프의 그 수많은 인재들은 지금까지 무얼하고 있는걸까? 

선거승리를 위해 도움이 될 일을 하는건지 캠프족보에 이름을 올려놓고있다가 젯밥을 먹으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학력과 경력이 화려한 사람들이 캠프에 모여있다고 표를 주는 유권자는 없다. 이번 국민의 힘 자중지란의 주역들은 모두 주요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다. 윤석열후보도 김종인위원장도 김한길위원장도 윤핵관도 이준석대표도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지 자기들을 위한 정치를 하면 부끄럽지않은가. 지금 선대위를 대수술하겠다고 공언 했고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제대로 고치면 살아나겠지만 한번 더 실수를 하면 상황끝이다. 

참으로 궁금한게 있다. 이번 선대위개혁을 통해 새로운 슬로건이 나타날까?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반드시 2030을 사로잡을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 20대 대통령선거의 판세는 여야가 내건 슬로건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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