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계열사 5곳 쟁의 "파업도 고려, 모기업 나서라"

오세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장이 26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계열사 5개 법인의 업무를 소개하고 있다.사진/편지수 기자
오세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장이 26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계열사 5개 법인의 업무를 소개하고 있다.사진/편지수 기자

“5개 법인의 업무 자체는 네이버의 부서라고 볼 수 있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자회사에 용역을 발주하는 전형적인 사내하청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간 빅테크 기업을 비롯한 IT 대기업들은 MZ세대에게 ‘신의 직장’이라고도 불려왔다.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표방, 높은 복지 수준으로 대기업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으며 젊은 기업의 이미지를 쌓았다. 그러나 이러한 IT기업들도 덩치가 커지면서 대기업의 자회사 간접고용 등 악습을 답습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은 26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임금협상을 체결하지 못한 5개 계열사의 쟁의행위를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되는 계열사는 그린웹서비스, 엔아이티서비스(NIT), 엔테크서비스(NTS), 인컴즈, 컴파트너스다.

5개 계열사는 모두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아이엔에스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손자회사’격이다. 이들 계열사는 고객문의에 대한 응답부터 장애관제, 모니터링, 광고운영, 서버 운영 등 네이버 서비스 운영 전반을 담당한다. 독자적인 사업 없이 네이버만을 위한 업무 수행을 하고 있으며, 다른 네이버 계열법인과 용역 계약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자회사지만 일종의 네이버 사내 부서에 더 가깝다.

그러나 공동성명에 따르면 이들 계열사들은 임금 수준이 네이버 대비 5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복지제도 혜택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신입 초임을 기준으로 5개 계열사 중 가장 낮은 곳이 연봉 2400만원에서 2500만원 수준인데, 모기업인 네이버와는 약 2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는 주장이다.

공동성명은 지난해 10월부터 각 법인별로 교섭을 진행하면서 사측에 연봉 인상률 10%와 개인업무지원비 월 15만원,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및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별도 전담기구 설치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계열사 5곳은 네이버아이앤에스와의 단체 교섭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경기·서울·강원 지방조정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노조는 쟁의찬반투표를 진행했고, 5개 법인 모두 ‘가결’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사측과 대화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사상 첫 파업까지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으로, 원활한 교섭을 위해 모기업인 네이버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윤 지회장은 “운영법인은 하루라도 멈추면 안 된다는 이유로 휴가를 받기도 어렵고, 3년마다 15일의 리프레시 휴가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창립기념일에도 운영법인은 쉴 수가 없다면서,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하면 독립경영이라고 외면한다”고 말했다.

“운영법인 차별은 네이버뿐만 아닌 IT업계 전반 문제”

노조는 사내 하청 구조를 만들어 비용 절감을 시도하는 일이 네이버뿐만 아니라 IT업계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IT기업들은 운영법인을 만들어 기능을 나눈다. 같은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의 ‘케이앤웍스’, 게임기업 넥슨의 ‘넥슨네트웍스’ 등도 비슷한 성격을 띤다.

서승욱 화섬노조 카카오지회장은 영상을 통해 “네이버 운영법인 노동자들의 문제는 전체 IT 노동자들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며 “IT기업의 운영법인 노동자들은 (모기업과) 복지 면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고 임금격차 또한 계속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해강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수석지부장은 연대발언에서 케이앤웍스, 넥슨네트웍스가 얼마전 임금단체협상을 체결한 사례를 들며 “자회사 직원에게도 근무여건과 복지를 함께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익을 나눌 때는 사내하청 국민법인, 처우를 개선할 때는 독립법인이라고 주장하는 네이버의 이중적인 형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업무 경영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대표의 인사권까지 가진 모기업 네이버가 직접 나서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3개 지역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위원들 역시 모기업인 네이버의 개입없이 문제해결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네이버는 각사가 하는 업무가 다르며 임금협상은 각 계열사들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직접적으로 고용관계를 맺은 모회사와 자회사에 한해서만 단체교섭이 가능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법적으로는 직접 고용관계를 맺고 있는 모기업과 자회사로 한정되는 게 맞지만, 손자회사의 노동여건을 누가 결정하는지를 감안해야 한다”며 “노동여건에 대한 결정권이 네이버에게 있다면, 손자회사의 노사 문제에 네이버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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