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영구채 1조 주식전환 10월 매각…SM그룹·글로벌세아 등도 거론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 경영권 공동 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면서 최소 5조원대의 인수합병(M&A) 시장 대어로 꼽히는 HMM의 매각 작업이 본격화됐다. 업계에서는 과거 HMM인 현대상선을 보유했던 현대차그룹과 오래전부터 해운·물류업 진출을 타진해왔던 포스코그룹을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분류했지만, 이들 두 기업이 “HMM 인수 의사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LX그룹이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산은과 해진공은 HMM 경영권 공동매각을 위한 공고를 냈다. 매각 방식은 공개경쟁입찰방식이다. 앞서 양사는 삼성증권·삼일회계법인·법무법인 광장과 함께 매각 자문단을 구성해 컨설팅 절차를 마친 바 있다.
매각 지분은 총 3억9879만156주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를 포함한 희석기준 지분율은 약 38.9%다. 이는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구주와 10월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원어치의 영구전환사채(CB)·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해 함께 파는 것이다.
2조6800억원 중 나머지 1조6800억원의 영구채는 HMM의 상환권 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간 HMM 매각의 관건은 영구채였다. 구주 가치가 4조원에 이르러 인수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도 문제지만,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2조6800억원의 영구CB·BW도 인수자에게는 부담이다.
앞서 산은과 해진공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HMM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 2조6800억원의 영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그러다 오는 10월부터는 HMM이 영구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산은은 콜옵션 행사 전에 주식 전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산은이 영구채 상환이 아닌 주식 전환을 선택한 이유는 배임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낮은 가격으로 고평가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데도 산은이 이러한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은이 우선 영구채 1조원만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조금이나마 인수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5조원(구주 4조원+영구채 1조원) 안팎으로 오가는 매각가는 여전히 인수자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다만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HMM 인수에 관심 있는 후보 기업이 적지 않다”며 “HMM 인수를 통해 한국 해운산업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자본·경영 능력을 갖춘 업체가 인수기업이 되길 원한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공개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SM그룹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LX그룹 등을 거론해왔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HMM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SM그룹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해운업계 호황으로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며 자산이 16조원대까지 뛰어 올랐지만, 최근 해운업계 부진으로 자산이 줄어들면서 5조원이 넘는 몸값의 HMM을 인수하기에는 자금력이 딸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LX그룹의 경우 아직까지 구체적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자본력이 있고, 계열사인 통합물류기업 LX판토스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HMM 인수 유력 후보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해 쌍용건설을 인수한 글로벌세아가 HMM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가 재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