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산은 회장 "인수자 자기자본 비율 높은지 판단 기준"
50% 기준 LX 충족, 하림·동원 미흡…유찰 염두한 발언 해석도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의 ‘적격인수자’ 발언 이후 HMM 인수자에 대한 평가가 그간 유동성 중심에서 ‘자기자본’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무엇으로 평가해도 현재 인수자로 나선 기업들이 산은에게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24일 강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HMM 매각과 관련해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자기자본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은 2010년 이후 10년 간 극심한 불황기를 거쳤다. 2010년에서 2020년 초 사이 상하이발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10년 7월 1583p가 최고였을 정도다. 이 기간 HMM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0년 간 적자를 기록했고, 한때 결손금만 4조원에 이를 정도로 위기를 겪었다.
강 회장이 자산이 아닌 자기자본 비율을 언급한 건, HMM이 해운업 다운사이클에 접어 들었을 때 얼마나 지원하고 버틸 수 있는지 재정건전성을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기자본 비율은 총자산 대비 총자본 비율로, 자기자본 비율이 높을수록 그만큼 부채가 낮다는 의미다.
현재 HMM 매각에 뛰어든 인수주체 중 자기자본이 가장 많은 곳은 하림그룹이다. 하림지주는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본 5조3458억원에 이른다. 이어 동원그룹의 사업형 지주사인 동원산업이 3조184억원, LX그룹의 지주사인 LX홀딩스는 1조6655억원이다.
총자본의 절대금액을 보면 하림그룹이 유리해 보이지만, 자기자본 비율로 보면 동원그룹과 큰 차이가 없다. 하림지주의 자기자본 비율은 39%, 동원산업은 42%다. LX홀딩스는 자기자본 비율이 9822%지만, 2021년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된 후 부채를 끌어 쓰지 않았기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부채를 감안한 견실함 측면에서는 LX그룹이 좀 더 유리할 수 있다. 통상 자기자본 비율 50% 이상이 건전함의 척도로 여겨지는 점을 감안하면, LX그룹은 1조6000여억원의 부채가 발생해도 자기자본 비율 50%를 맞출 수 있다.
다만 LX홀딩스가 하림지주나 동원산업보다는 기업규모가 작아, HMM 인수를 위해선 LX인터내셔널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반면 하림지주는 상반기 말 기준 8조2673억원의 부채를 가지고 있으며, 동원산업도 약 4조1141억원의 부채를 보유 중이다. HMM 인수를 위해 부채를 더 끌어 온다면 당장의 유동성은 확보되겠지만, 자기자본 비율은 떨어지고 유사시 HMM 지원 가능 폭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하림지주는 총부채 중 유동부채만 5조4663억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강 회장은 "해운산업 종사 실적"도 함께 보겠다고 밝혔다. 이는 벌크선 사업을 영위하는 팬오션을 보유한 하림그룹이 유리하다. LX그룹은 LX판토스를 통해 물류사업을 하지만, 직접 해운사업을 영위한 경험은 없다. 동원그룹의 물류 사업은 육상물류에 집중돼 있지만, 동원그룹은 이미 갖춰진 육상물류 인프라가 해운업과 만나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의 발언이 사실상 유찰을 염두해 둔 발언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때 8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HMM을 세 곳이 감당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게 업계 대부분의 의견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컨테이너선을 통한 원거리 해운사업 경험을 가진 곳도 사실상 HMM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산은이 여전히 현대자동차그룹 또는 포스코그룹 등이 스토킹호스 방식을 통해 HMM 인수에 뛰어들기 바란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 하락으로 몸값은 낮아졌으나, 해운운임 하락과 유가 상승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HMM 인수를 둘러싼 산은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까지 표류 중인 가운데 HMM 매각까지 실패하는 경우 강 회장은 공적자금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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