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6개월 내 금리 인하 쉽지 않을 것"…경영 애로 가중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기대했던 기준금리 인하가 올해 상반기에는 사실상 불가할 전망이다. 한풀 꺾이는 듯했던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재차 반등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인하론이 완전히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결국 하반기까지 현재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확실시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조달, 이자 비용 등 금융 부담도 커지게 됐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지반인 중소기업들의 경영 애로에 대한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1003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었다. 12월 말에는 은행의 부실채권 매·상각, 기업의 연말 대출 상환 등으로 일시적으로 소폭 감소해 999조9000억원이었다.
지난해 11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평균 5.42%로 전월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이로써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지난해 2월(5.45%) 이후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2022년 10월(5.49%) 이후 14개월 연속 5% 선을 웃돌았다. 이처럼 평균 5% 이상의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진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해 11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비중은 64.6%에 달한다. 이 비중이 과반을 차지한 현상은 2022년 10월 이후 14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 비중은 대출금리가 급격히 오르기 전인 2년 전(3.8%)의 17배에 이른다. 중소기업의 대출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또한 최근 상반기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무너지며 고금리 장기화 부담이 현실화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애로도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3.50%) 결정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사실상 둔화세에 접어들었다고 여겨진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 3.4%로 갑작스레 튀어 오르며 연준의 3월 금리 인하 전망도 꺾이는 분위기다.
금리 인하 시점이 하반기로 미뤄진다면 고금리 부담이 누적돼 한계 상황에 몰리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로 2022년 말 기준으로 국내 상장사 중 17.5%가 한계기업으로 조사됐다. 한계기업이란 3년 연속으로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많은 기업을 뜻한다.
상장사 한계기업 비중은 2016년 9.3%에서 2017년 9.2%로 소폭 줄었다가 2018년 11.2%, 2019년 13.7%, 2020년 15.2%, 2021년 16.5%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그리고 있다.
특히 건설업 침체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등 건설사는 5곳 중 2곳이 파산 위험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이하 모두 외감기업 기준)의 이자보상배율은 4.1배로 집계됐다.
건설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18년 6.8배에서 2019년 5.6배로 하락한 후 오름세를 지속해 2021년 6.4배까지 회복했으나 지난해 급락하면서 최근 5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5.1배인 점을 고려하면 건설업계의 채무 상환 능력은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로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 비용)으로 나눠 산출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영업이익보다 이자 비용이 많아 정상적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잠재적 부실 상태로 진단되며 한국은행은 이러한 기업을 '취약기업'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이 배율이 1 미만인 건설기업, 즉 잠재적 부실기업은 929곳으로 건설업 전체의 41.6%를 차지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부동산 PF 사업장 등을 중심으로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부실 방지 대응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회사 건전성 지표는 아직 양호한 편이나 최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의 중소기업과 가계 여신, 비은행업권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자영업자 대출 부실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