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대 패션 소비·신차 구매 주요 소비층으로
모바일 활용도 높아져…쿠팡·G마켓 회원 비중↑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잡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는 은퇴 이후 능동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움직이는 소비자를 뜻한다. 이들은 MZ세대처럼 다양한 취향과 개성을 추구하는 한편, 1970~1980년 고도의 성장기를 거치며 모은 자산과 쌓인 연금을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특징이 있다. 이들이 소비 주도 세력으로 떠오른 이유는 고령층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의 중위 연령은 2020년 52.6세에서 2050년 64.9세로 12.3세 높아질 전망이다.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가구도 2020년 464만 가구(22.4%)에서 2050년 1137만5000가구(49.8%)로 2.5배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 온·오프라인 아우르는 취향…시니어도 '무신사' 간다
5070세대의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서 최근 의류 가두점을 운영하는 세정과 신원 등 패션 브랜드들이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해당 브랜드들이 젊은 감각을 가미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한편, 직접 입어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시니어의 특성이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세정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웰메이드는 지난해 3000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약 7% 신장한 수치다. 웰메이드는 전국에 370개 매장이 있으며, 남성복 '인디안'과 '브루노바피', 여성복 '데일리스트' 등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를 위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신원의 대표 여성복 브랜드 베스띠벨리의 지난해 매출도 약 5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1% 성장했다. 2021년부터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다.
액티브 시니어는 특정 브랜드 외에 다양한 캐주얼과 개성있는 디자이너 브랜드에도 손을 뻗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마크로빌 엠브레인은 패션 플랫폼 ‘무신사’ 앱의 60대 이용률이 2022년 1월 0.9%에서 2023년 8월 7.9%까지 오르며 타 연령대보다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무신사 관계자는 "최근 시니어 고객으로 불리는 중장년층도 후드티셔츠나 청바지, 스니커즈 같은 캐주얼 의류를 착용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며 "그런 영향으로 무신사도 자연스럽게 이용하게 되는 게 아닐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수입차 구매, 2030 줄고 5060 늘어
장기화하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해 자동차 구매 연령층도 높아지는 추세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차 구매는 118만6664대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33만6021대로 가장 많았으며, 성장률도 12.4%로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60대는 21만6188대로 전년 대비 19.7%, 70대는 4만8366대로 전년 대비 19.1% 늘어나며 성장을 이끌었다.
반면 30대와 40대는 전년 대비 2%대 성장에 그쳤다. 작년 30대의 구매는 22만1693대로 전년 대비 2.9% 늘어났고, 40대는 28만6630대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20대는 7만7766대로 0.8% 증가에 불과했다. 즉, 50대 이상이 자동차 시장 성장을 이끈 셈이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2030세대의 신차 등록 대수가 크게 감소한 반면, 5060세대의 수입차 등록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의 수입 신차 등록 대수는 4만8178대로, 전년(5만8661대) 대비 17.9% 줄었다. 전체 수입차 등록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7.8%로, 이들의 등록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50∼60대의 수입차 등록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 연령대의 수입 신차 등록 대수는 2020년 5만43대에서, 2021년 5만1334대, 2022년 5만2971대, 지난해 5만6066대였다. 50대의 경우 2020년(3만161대)까지만 해도 30대와의 신차 등록 대수 차이가 2만 대 넘게 났지만, 지난해에는 50대의 등록 대수가 3만8738대로 껑충 뛰면서 격차가 2000대 수준으로 좁혀졌다.
◆온라인 거래도 늘어…식품·가전 구매
경제적 여유와 소비력을 갖춘 액티브 시니어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의 편의성을 경험하면서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주체적으로 쇼핑에 나서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 G마켓, 티몬, 옥션 등 주요 쇼핑 애플리케이션에서 60대 회원 비중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증가했다. 쿠팡의 60대 이상 비중은 3.74%에서 4.34%로, G마켓은 2.91%에서 3.55%로 늘었다.
G마켓 조사에 따르면 50~70대가 지난 3년간 가장 많이 산 제품군 10개 중 8개가 식품이었다. 1위를 차지한 과자·간식 등 가공식품에 이어 건강용품과 건강식품이 뒤를 이었다. 신선식품 구매액이 2019년에 비해 90%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11번가 역시 60~70대가 구매한 품목 10개 중 8개가 식품이었다. G마켓의 경우 가전제품의 구매객단가는 2019년보다 평균 46%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온라인 부문에서 액티브 시니어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60~70대의 매출 비중은 4.5%로, 2021년(3.1%)에 비해 1.4%포인트 늘었다.
◆소비 패턴 변화…'액티브 시니어' 타깃 상품 앞다퉈 출시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산업·유통업계에서는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맞춤형 상품을 늘리는 추세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국내외 완성차 기업들은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실내 가죽이나 우드 등 차량 인테리어에 고급 소재 비중을 높이고 있다. 특히 수입차 업계는 고급화 전략으로 중장년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BMW코리아는 플래그십 모델인 7, 8시리즈, X7, X8 고객을 대상으로 ‘BMW 엑설런스 클럽’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BMW 엑설런스 클럽은 골프, 공연, 렌터카 등 중장년층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올해 고급 모델 차량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달 새로운 E-클래스 출시를 시작으로 CLE 쿠페, CLE 카브리올레,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SUV, 전기 구동 G-클래스 등 1억원이 넘는 신차들을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롯데홈쇼핑은 5060세대의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헬스케어와 뷰티 중심의 상품을 늘렸다. 지난해 롯데홈쇼핑에서 50대 이상 고객의 주문금액 비중은 70%를 웃돌았다. 현대홈쇼핑도 지난해 4분기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관절 관련 건강식품 상품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0%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시니어 세대와 달리 액티브 시니어는 건강 등 자기 관리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들은 시니어 세대로 변화하는 소비 행태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과 이해를 통해 이들을 타깃으로 한 시장에서 선점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