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적자전환·바사 백신사업 부진 적자 지속
바이오팜·플라즈마 흑자전환…팜테코 매출 감소세

SK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신약개발과 백신·일반 제약 사업과 CDMO 등 다방면으로 관련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1분기 실적 발표를 마친 시점에서 SK그룹의 제약·바이오 계열사 성적표를 살펴봤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케미칼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3810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4.53% 증가했다. 동기간 영업손실은 127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은 84억원으로 3분기 만에 다시 적자전환했다.
별도기준으로 살펴보면 SK케미칼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지만 연결 자회사의 적자가 지속돼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라이프사이언스(제약) 사업부문의 경우 매출 864억원과 영업이익 42억원을 기록해 매출은 0.2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0.3% 급감했다.
SK케미칼은 조인스(골관절염)와 기넥신(혈액순환·인지기능)·리바스티그맨 패치(치매) 등 주요 제품의 판매가 양호하게 지속됐다고 밝혔다. 동기간 판관비가 증가하고 일부 제품은 약가 인하의 영향을 받아 이익 규모가 축소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SK케미칼의 제품(생산 의약품) 매출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사업보고서 기준 지난 3년간 SK케미칼 제약사업부의 제품 매출은 ▲2021년 8373억원 ▲2022년 4071억원 ▲2023년 3144억원 등으로 감소세를 그렸다.
SK케미칼의 연결 실적을 악화시킨 것은 연결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다. 백신 사업에 주력하는 SK바사의 사업 특성상 계절적 요소가 강해 분기별로 실적이 크게 달라진다. SK케미칼은 현재 SK바사에 대한 별도의 추가 투자·자금운용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SK바사의 1분기 매출은 2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5%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281억원을 기록해 적자폭이 3.77% 줄어들었고 당기순손실은 137억원으로 집계됐다.
SK바사는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의 판매량 증대와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의 남반구(태국) 시장 진출을 통해 매출 개선에 나섰다. 대상포진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한 가운데 지난해 국내 시장 점유율 41%를 기록한 스카이조스터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특히 계절적 요소가 강한 독감 백신의 경우 남반구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하며 매출 공백을 메운다. 이외에도 차세대 폐렴구균과 에볼라 등 백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R&D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사노피의 주요 백신 5종에 대한 유통계약을 체결하고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이어간다. 다만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경우 부스터샷 추적관찰 임상 3상 외에는 엔데믹 전환에 따라 상업적 활용은 중단된 수준이다.
1분기 기준 SK바사의 전체 판관비는 33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0% 늘었다. R&D 비용의 경우 총액 기준으로는 275억원에서 245억원으로 줄었으나 판관비를 반영하면 161억원에서 173억원으로 증가했다.
SK바이오팜은 SK그룹 제약·바이오 계열사 중 상대적으로 흑자폭이 가장 컸다. 1분기 연결기준 SK바이오팜의 매출은 11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5% 증가했다. 동기간 영업이익은 103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영업손실 227억원 대비 흑자로 돌아섰고 당기순이익도 9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주요 제품인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가 미국 매출로만 909억원을 달성하며 매출 성장세를 견인했다.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비 기타 부문 매출은 감소했지만 세노바메이트 매출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현재 SK바이오팜의 주요 제품을 살펴보면 세노바메이트의 매출 비중이 91.3%를 차지한다. 이외에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솔리암페톨) 매출 3.6%·기타 매출 5.1% 등으로 집계됐다.
SK바이오팜은 주요 시장인 미국 내 비용 효율화 전략에 더해 직접판매 시스템을 통한 안정적 흑자 구조를 완성했다고 자평한다. 특히 시장 내 실질적인 월간 처방수로 경쟁 제품을 압도하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합작사 이그니스 테라퓨틱스에 비마약성 진통제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합작사 대상 기술수출이지만 초기 R&D를 맡기고 이후 개발 가능성이 확인되면 국내와 미국 판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양상이 있다.
혈액제제 사업사 SK플라즈마의 경우 1분기 매출은 4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02% 늘었다. 동기간 영업이익은 3억원으로 흑자전환했고 당기순손실은 32억원으로 적자폭이 25.58% 감소했다.
혈액제제는 인간 혈장을 활용해 생산된 의약품을 뜻한다. 알부민과 면역글로불린·혈액응고인자 제제 등이 속하며 혈우병 등의 희소질환 치료제로도 쓰인다. 알부민 제제의 경우 국가적인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필수의약품으로 활용돼 중요성이 높다.
반면 주요 원료인 혈장의 국내 공급량은 헌혈 감소 등으로 인해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 등 해외 수입분은 가격이 증가하면서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지난 3년간 SK플라즈마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고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70억원으로 흑자전환한 바 있다.
SK플라즈마의 사업은 제품 매출 비중이 91.8%를 차지한다. 주요 제품인 ▲SK알부민 ▲리브감마SN ▲테타불린SN ▲SK항트롬빈 ▲정주용 헤파불린SN(IV제형) 등이 1분기 40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SK플라즈마는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에 혈액제제 공장 설립 등을 위한 222억원 규모 지분투자 건을 이사회에서 재결의하기도 했다. 해당 공장은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총 100만L의 원료혈장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SK그룹의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합작법인 SK팜테코는 1분기 매출 17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기간 영업손실은 70억원으로 집계돼 적자폭이 288.88% 급증했다. 해당 실적은 내부 기준에 의해 산출돼 별도의 감사는 받지 않았다.
SK팜테코는 미국과 유럽에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전문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1년 프랑스 기업 이포스케시에 이어 지난해 9월에는 미국 기업 CBM을 인수했는데 이후 CBM 사업 관련 비용이 확대되며 적자폭이 크게 늘었다.
그간 SK팜테코의 사업 수주는 주로 합성의약품에 초점을 맞춰 이뤄졌다. SK팜테코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주요 제품인 당뇨 치료제의 생산은 증가했으나 항암제 품목의 생산 일정이 조정돼 매출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팜테코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CGT CDMO의 경우 비임상·임상용 의약품 생산이 주를 이뤘다. 다만 지난 4월 스위스 제약사 페링의 방광염 치료제 '애드스틸라드린'의 생산 계약을 체결하며 처음으로 상업용 의약품 생산에 발을 들이게 됐다.
애드스틸라드린은 FDA 허가를 획득한 후 아직 출시 전인 제품으로 구체적인 계약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SK팜테코는 향후 생산을 위한 기술이전과 FDA 실사 등을 거쳐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애드스틸라드린의 글로벌 시장 성과에 따라 SK팜테코의 실적 개선도 점쳐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