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결정 주체 부재…100만원 이르던 주가 65만원까지 하락

태광산업이 오랜만에 신시장 진출 소식을 알려왔지만 주주들은 좀 더 적극적인 신사업 투자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태광산업은 이런 주주들의 바람에도 계속된 적와 투자 결정 주체의 부재로 쉽사리 계획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27일 태광산업에 따르면 이달 21일 고품질의 가발 소재 원사 '모다크릴' 수출 판매를 시작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세계 인모가발과 헤어피스 시장은 2022년 40억6000만 달러(약 5조5540억원) 규모며, 2029년 76억3000만 달러(약 10조415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흑인 여성들이 가발을 하나쯤은 보유하고 있는 게 유행으로 여겨지며, 특히 유색 인종이 많은 미국은 2020년 기준 6923억원 어치의 가발을 수입해 주요 시장 중 하나다.
또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대륙도 주요 타깃 시장이다. 약 70억원의 시장 규모로 아프리카대륙에서 가장 큰 인모가발과 헤어피스 시장을 가지고 있는 나이지리아의 가발 시장을 보면 가격대가 1만 나이라(약 9300원)에서 35만 나이라(약 32만 6000원)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제품군이 판매되고 있어, 소비층 또한 다양하게 형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태광산업으로서는 기존에 생산하던 아크릴로니트릴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신규 진출이 용이한 시장이다. 모다크릴은 아크릴 섬유의 일종으로 부드러운 촉감과 가벼움, 불에 잘 타지 않는 안전성 등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 PP‧PVC‧PET 등 다른 소재와 비교해서 사람의 머리카락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의 점유율이 80%에 이르며, 인도 또한 적지 않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산업의 모다크릴 수출 소식에 대해 주주들의 반응은 "간만의 좋은 소식이지만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를 다른 표현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란 말로 표현한 주주도 있다.
2022년 태광산업은 약 1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4조원은 친환경과 고기능성 소재에, 1조5000억원은 신사업, 2조5000억원은 스판덱스와 아라미드 공장 증설과 노후 설비 교체에 사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해당 계획을 실행에 옮긴 건 사실상 아라미드 라인 증설에 투자한 1450억원 계획뿐이다. 태광산업은 2025년까지 3500톤을 증설해 총 5000톤의 아라미드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라미드는 중량은 강철의 20%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5배 이상이고 내열성이 우수한 슈퍼섬유로 꼽힌다. 방위산업 뿐 아니라 소방/안전 분야, 산업용 보강재, 우주산업 등 산업 전반에 다양하게 활용되기에 미래 소재로 꼽힌다. 이를 반영하듯 태광산업과 함께 효성첨단소재, 코오롱, 애경케미칼까지 경쟁자들도 나란히 증설 결정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에 제품 개발과 생산을 위한 추가 투자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다.
또 태광산업에 따르면 아라미드와 함께 현재 진행중인 신사업 연구개발 활동에는 생분해 섬유 개발과 생분해 폴리머 개질 연구 활동도 포함돼 있지만, 이와 관련한 태광산업의 활동으로는 2022년 울산시의 '생분해 바이오플라스틱 실증' 사업에 SKC, BGF에코바이오, 일광폴리머 등 8곳의 기업‧단체들과 함께 태광산업도 참여한다는 소식이다. 해당 사업은 297억원 규모다.
이외 나일론(NY)와 폴리에스터(PET) 신제품 개발도 진행중이지만, 이는 기존 사업의 강화에 더 가깝다. 태광산업은 최근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율은 0.14~0.17% 사이다.
4조원에 가까운 이익잉여금을 가지고 있음에도 태광산업이 소극적 투자를 보여줌에 따라, 저PBR 주식 종목을 대상으로 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로 100만원 육박했던 주가가 현재 65만원 대까지 떨어졌다.
이런 사실을 감안한 듯 올해 정기 주총에서 선임된 성회용 대표는 "매년 의례적으로 하는 투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투자를 위해 우선순위를 가리고 시급한 투자부터 하나씩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태광산업은 올해 정기주총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 추천 인사 3인을 이사로 선임하며 "미래 신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로 트러스톤자산운용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2년과 2023년 1000억원 규모 영업적자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적자를 보임에 따라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현재 건강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호진 전 회장이 복귀해 투자속도를 내줘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5월 횡령‧배임 혐의를 이유로 이 전 회장을 대상으로 한 서울중앙지검의 구속영장 발급이 "범죄혐의 소명 정도와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등을 종합해보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된 반면,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은 직책도 없던 태광산업의 법인카드를 골프장 이용 대금과 와인 구매 대금과 태광관광개발(현 티시스)에 직책이 없던 2016~2017년 15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