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심의 항공포워딩 사업으로 에어인천과 시너지
경영권 확보 또는 인화정공과 물류밸류체인 구축할 듯

현대글로비스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는 에어인천에 투자를 단행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시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에어인천 대주주 펀드인 ‘소시어스 제5호 PEF(이하 소시어스 5호 펀드)’에 1500억원을 출시한다고 공시하고 지난 19일 1차로 500억원을 출자했다. 소시어스 5호 펀드는 에어인천의 최대주주로 특수목적법인(SPC)인 소시어스PE를 통해 에어인천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낸 것은 지난달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이달 7일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뒤 대략 일주일만이다.
에어인천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47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며 대주주인 소시어스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자금 마련과 추가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자 6000억원 규모의 소시어스 5호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에어인천에 투자를 단행한 데는 성장이 정체되면서 에어인천의 화물사업을 통해 하늘길로 기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자그룹의 물류 계열사로, 해운과 육상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2022년 이후 매출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은 2021년 21조7796억원에서 2022년 26조9819억원으로 껑충 뛴 다음 지난해 25조6832억원으로 다시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물류·유통·해운 등 모든 사업분야에서 매출이 줄었지만 그 중에서도 물류사업의 수출입 매출이 1조7584억원으로 2022년 3조3736억원에서 47.9% 가량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기존 사업에서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에어인천에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글로비스가 1차 출자로 소시어스 5호 펀드에 대해 34.9%의 지분과 함께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하면서 경영권 확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현대글로비스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항공물류까지 사업 포트폴리오가 더 넓어지게 된다.
또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유럽을 중심으로 항공화물 포워딩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항공화물 포워딩 사업은 항공기를 이용해 화물 운송을 주선하는 사업이다. 현대글로비스는 2021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항공 포워딩을 위한 직영 사무소를 설립했다. 또 지난해에는 인천공장 제2공항 물류단지에서 첨단 자동화 장비를 갖춘 글로벌물류센터(GDC)를 짓는 공사에 들어갔다. 해당 물류센터는 2025년 완공 예정으로 향후 5년간 연평균 약 2만5000톤의 글로벌 이커머스 항공화물 취급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에어인천을 인수하기보다는 실소유자인 인화정공, 에어인천과 협력을 도모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인화정공은 선박엔진부품, 금속성형기계제조, 금속구조재사업 등을 운영하는데, 이들과 협력하면 엔진부품-선박-항공간 물류밸류체인이 생겨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인천의 지배구조는 에어인천에 80.3%의 지분을 보유한 소시어스PE를 소시어스 5호 펀드가 가지고 있고 해당 펀드의 대주주로 인화정공이 자리하고 있다.
소시어스 5호 펀드에 현대글로비스 외에도 다른 재무적투자자(SI)가 참여해 지분구조에 변동이 생길 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어 협력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린다. 추가적인 SI로는 롯데, CJ, LX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향후 현대글로비스는 1500억원 중 1차로 출자된 500억원을 제외한 남은 금액을 에어인천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합병하는 시점에 납입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지금 항공 포워딩 사업을 하고 있는데,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하게 되면 항공운송에 필요한 항공기 화물을 확보하는 데 용이해 사업 확장성 측면에서 출자를 진행한 것”이라며 “소시어스 5호 펀드에 추가 참여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총 지분율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