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약품 비축·제도 개선 등 정부 지원 요청

최근 제기되는 수급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채산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대한약사회가 주관한 '제약산업 육성 및 의약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개회사를 맡은 김미애 의원은 "세계적으로 의약품 품절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토론회 개최 취지를 소개했다.
행사를 공동으로 주관한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최근 미국 하원을 통과한 생물보안법에 대해 언급하며 "제약·바이오 산업은 공급망 외에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전했다.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은 "최근 의약품 수급이 적절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수의료만큼 필수의약품도 중요한 문제"라며 "의약품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첫 발표는 김동숙 국립공주대 교수가 '국내 의약품 수급 불안정 현황 및 개선 과제'를 주제로 맡았다. 김 교수는 의약품은 유효성과 안전성 외에도 안정성과 적시 공급이 중요하다고 설명하며 의약품이 환자에게 도착하기까지의 전 주기에서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의약품의 공급 내역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고시스템을 통해 데이터가 갖춰져 있다"며 한국과 해외 타 국가의 의약품 수급불안정 사례를 공유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91년까지 OECD 국가 14개국 대부분에서 수급불안정이 보고된 활성물질은 평균 496건으로 동기간 국내에서는 329건이 보고됐다. 다만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등은 해당 보고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보고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의약품의 수급불안정이 사회적 문제가 됐다"며 "국내에서 의약품 부족 사례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에서 김 교수가 소개한 제약사의 의약품 공급 불안정 사유로는 채산성 문제가 가장 많았다. 이외 행정처분으로 인한 제조원 문제나 급작스러운 수요 증가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혔다.
김 교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함께 이해관계자 간 협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약품의 공급 전 주기에서 수급불안정 요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생산 필요성에 따라 등급을 나눠 긴급생산과 처방제한·대체조제 장려 등 차등적으로 분류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뒤이어 발제를 맡은 이종혁 중앙대 교수는 경쟁력 있는 제네릭의약품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중점으로 '제약산업 선진화 및 제네릭의약품 활성화'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혁신신약 개발도 중요하지만 제네릭이나 개량신약 개발도 제약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이나 건강보험 재정적 측면 등을 고려하면 제네릭의 가치도 분명히 있다"며 "외국은 제네릭 사용량이 증가하는데 한국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확대된 수요를 따라가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제네릭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의·약사 대상 제도가 2개 있지만 실효성은 적은 것 같다고도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저가약 대체조제 장려금의 지급 현황은 1% 미만에 그쳤다.
이 교수는 특히 신약의 특허 만료돼도 제네릭을 사용할 만한 유인이 적어 특허가 만료된 신약의 사용량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완제의약품 자급률이 계속해서 감소하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수입하는 신약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는 의미다. 또한 제네릭 가격도 인하된다는 점을 들어 갈수록 저가의 원료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외국은 우리보다 신약의 가격도 높지만 제네릭 가격도 처음에 우리보다 높게 등재된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해외의 경우 제네릭 가격이 급락해 한국과 가격의 역전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약가 사후관리제를 합리적으로 운용해 제약사 손실을 막고 제네릭 사용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패널 토론에는 서동철 럿커스-뉴저지 주립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민필기 대한약사회 부회장 ▲김진이 보령 개발전략실 상무 ▲이우진 히트뉴스 팀장 ▲송양수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권혁승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관리지원팀장 등이 참여했다.
민필기 부회장은 처방전에 적힌 이름이 달라도 성분명이 같으면 같은 약이라는 점을 우선 언급하며 "유행성 질환이나 팬데믹과 관련된 의약품은 미리 비축해서 재고 부족 시 대응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필수의약품의 경우 최소한 3개월의 비축분을 갖추면 제약사가 증산에 들어가도 현장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는 일선 약국가의 입장을 전달했다.
김진이 상무는 현재의 공급망 안정화 법안이 특정 국가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품의 생산기반 확충 비용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환영 의사를 표시하면서도 의약품은 국가필수의약품 원료에만 한정됐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국가필수의약품이 아니더라도 공급 불안정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법안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사업 지원 대상도 확대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채산성 문제로 공급 이슈가 발생하는 경우 원가 보전이나 추가적인 약가 인하 방지 등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김 상무는 "현재 약가의 지정기준선은 20년째 변함이 없다. 기준선을 상향 조정하고 초과할 수 있는 예외적용 규정도 공급 확대 요건을 반영해 수정되길 바란다"며 "현재는 사용량 약가연동제가 적용돼 제약사 입장에서는 증산할 경우 약가 인하 리스크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항암제에 주력하는 보령의 특성을 고려한 발언도 이어졌다. 김 상무는 "항암제 제네릭은 개발 난이도가 높고 비용과 시간도 다른 제네릭 대비 더 많이 필요하다"며 "항암제 시장이 특허가 만료돼도 수입 의약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11개 제품은 다국적 제약사가 단독으로 공급하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국내에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김 상무는 "항암제 제네릭을 생산하려면 별도의 시설과 인력 필요한데 투자비용이 큰 데 비해 제품을 출시하면 지속적으로 약가가 인하돼 적자 상황에 놓이기 쉽다"며 "지속적으로 공급 가능한 환경이 형성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측 패널들은 일선 현장의 우려에 공감을 표하면서 관련해 논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