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매출·수주잔고 급증…주가 외국인 매수로 급등

국내 증시 '방산 대장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사로잡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선이 7개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중동 정세가 격랑에 빠지자 'K-방산주'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정세가 서방의 개입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든다 해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자국의 국방력을 키우려는 동인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신뢰'와 '가성비'를 모두 갖춘 K-방산의 매력은 더욱 돋보일 전망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4일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16.4% 상승했다. 10월 1일과 3일이 휴무일로 증시가 휴장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거래일 사이 주가가 16% 넘게 뛴 셈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3.1% 하락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더욱 두드러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를 밀어 올린 투자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식을 1460억원어치 사들였다. 코스피 순매수 규모 2위로 방산주 중에서는 가장 큰 순매수 규모를 자랑했다. 외국인 외에도 연기금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을 250억원어치 담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적 분할에 따라 8월 29일부터 9월 26일까지 한 달간 거래가 정지된 바 있다. 이번 인적 분할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회사로 두고 있던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가 떼어내고 주력 사업인 방위·항공 분야 사업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인적 분할을 통해 신설된 지주회사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100% 자회사로 두게 된다. 인적 분할 후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지분을 각각 33.95% 보유하게 된다. 이번 인적 분할로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3사 중심의 방산 기업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으로 혼란에 휩싸인 중동 정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자주국방이 요구되는 세계 정세 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 장남현 연구원은 "(인적) 분할 이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 상승을 이끈 요인은 지상방산 부문의 성장성이며 분할 이후에도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유는) 실적과 수주잔고 모두 성장성을 보유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적의 경우 수출 사업이 매출로 인식되며 외형과 수익성 모두 개선될 것"이라며 "2026년 지상방산 내 해외 매출 비중은 59.6%로 2023년 대비 22.8%포인트 성장할 것으로 보이고 2026년 영업이익률은 2023년과 비교해 4%포인트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LIG넥스원은 이라크 국방부와 3조7135억원 규모의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천궁-Ⅱ는 '한국판 패트리엇'이라고 불리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로 미사일과 통합 체계는 LIG넥스원,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생산한다.
장 연구원은 "수주잔고 역시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데 2025년 K9과 레드백의 파워팩 국산화가 완료된 후 중동으로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교체 수요만 고려해도 1조원 이상의 자주포 시장과 19조원 규모의 장갑차 시장에 접근이 가능해진다"고 짚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 등 최근 전쟁 양상이 재래식 무기에 좌우되고 있다는 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 국내 방산 기업들에는 큰 호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국지전이 많이 늘면서 평화의 시대가 저문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며 국방비 강화가 전 세계적인 추세라 자리잡고 있다"며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군비를 늘려야 하는데 최근 전쟁의 양상을 보면 재래식 무기에 전황이 좌우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산 수요가 재래식 무기와 연계돼 있고 그 수요를 충족시키는 국가가 몇 개 안 되는데 대량 생산, 빠른 납기에서 경쟁력을 자랑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시장이 커지면서 요구하는 점들은 많아지는데 그런 요구 사항들을 적절한 가격에 맞춰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는 한국을 빼면 찾아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