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이 몇개월째 계속되면서 접경지역인 김포와 강화군 주민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가 극심하다고 한다. 동물소리, 귀신소리 등 여러 소음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들려 수면 장애를 겪고 있고, 스트레스, 불안 증세 등이 심각하다고 한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고객이 불편함이 없도록 돌보고 챙기는 일이다. 위정자들의 고객은 국민이다. 국민이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위정자들은 누구하나 적극 나서 챙기는 것 같지 않다. 이것은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할 위정자들의 직무유기이고 정치의 몰락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세종대왕은 가뭄이 들어 비가 안오면 본인이 백성을 돌보지 못해 하늘이 노해서라고 생각하고 밥을 굶어가며 방에 들어가 철야기도를 했다고 한다. 중국말과 우리말이 달라 의사소통이 불편한 백성을 불쌍히 여겨 한글을 창제했다. 북방의 여진족이 우리 백성을 괴롭히니 여진족을 몰아내고 북방에 6진4군을 설치했다. 이처럼 세종대왕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오로지 백성을 위한 민본중심의 정치에 몰두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현실은 여.야, 보수·진보 양쪽이 갈등과 대립, 분열과 불신만이 넘쳐나고, 리더십은 실종된지 오래다. 양쪽은 상대가 성공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처럼 리더십이 실종된 정치적, 사회적 환경은 변화에 빠른 대응과 신속한 의사결정도 어렵게 만들어 기업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최근 우리 경제는 장기 내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수출 호조로 버텨 왔으나 6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던 수출마저 금년 3분기 전기 대비 마이너스 0.4%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수출이 주춤한 가운데, 전기차 수요 정체로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주력 산업군이 수출 부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GDP대비 20%에 해당하는 삼성그룹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역시 침묵으로 일관하며 리더십이 부재한 모습은 마찬가지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환경, 수출 주력 제품의 판매 하락, 장기화되는 내수 부진, 심각한 저출생·고령화, 온갖 규제 속에 위기극복과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변화와 혁신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도 위기 때마다 빚내서 돈 푸는 방식의 해결책만을 반복할게 아니라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히 풀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경제의 활력을 주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기업과 함께 협력해서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역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경제 수장들의 이런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수의 99.9%인 770만개이고, 종사자수는 80.9%인 1800여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많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으로 빈부격차는 더 커지고 있어서 독일처럼 두터운 중산층으로 사회 안정을 이루는 것도 더 멀어지고 있다.

내수경기가 부진하면서 내수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대출 연체율이 2022년기준 2년새 2배가 증가했다. 또한 전체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이 순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영업이익으로 대출상환조차 어려운 한계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취업자 감소폭이 11년만에 최대이고, 사라진 청년 일자리로 10, 20대 신규채용은 2018년 이래 최소 수준이다. 가계부채도 1900조로 역대 최고치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른 충격이 한국 주식, 외환 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트럼프의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고환율로 인해 수입물가가 뛰면서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위기가 다시 재현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뿐만아니라 남북관계는 갈수록 악화되고 남북긴장이 고조되면서 역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대외변수를 돌파할 강력한 '경제 리더십'이 필요하나 그런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리더십이 없으니 위기의식 또한 못느끼게 된다.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개혁 정책들이 정치인들의 당리당략에 막혀 번번히 좌절되는 것도 안타깝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위기를 맞을수록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금의 위기도 사회 전반의 리더십이 굳건해지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리더십은 조직과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리더십이 결여되면 비전과 목표가 없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며,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

특히, 기업에서는 유능한 인재들이 리더십이 없는 조직에서 일하기를 꺼리게 되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지금은 정치, 기업을 비롯, 사회 각 분야에서 대립과 반목을 멈추고, 서로 협력하는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 변혁적 리더십 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한국강소기업협회/ 한국은퇴자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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