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탄소'와 'RE100' 사이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 이견
수출 지원하겠다는 SMR, 정작 국내 도입은 '불안' 지적

고리원전 전경. 사진/연합뉴스​​​​​​​
고리원전 전경.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에 향후 15년 전력망을 책임질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이 시작도 못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전력 수요량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지만,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자칫 전력 공급망이 제때 가동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제11차 전기본 계획(안)은 지난해 5월 실무안까지 작성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민주당 의원들에게 11차 전기본 계획 중 신규 원전을 3개에서 2개로 줄인 수정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 '무탄소' 전력공급에 원전은 필수…윤석열 정권 기본 방향 유지

가장 큰 이견은 전력 계획 기본 방향을 '무탄소'와 '재생에너지' 중 무엇으로 설정하느냐다. 정부 방안은 무탄소 정책 방향에 맞춰 원전을 전력수급 계획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세웠다. 지난해 9월 산업부가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주요 내용'에 따르면 전체 발전용량 대비 70.2%를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채우고, 2038년 기준 원전 비중을 35.6%로 설정했다.

이는 원전을 배제하고 전력 수급을 맞출 수 없다는 판단과 함께, 윤석열 정권의 기본 방향이 반영돼 있다. 지난 2022년 7월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대책에서는 원전 비율을 30% 이상 차지하게 하고,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등 기존 원전을 계속 가동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런 기조는 11차 전기본에서 지난해 9월 허가 한 신한울 3‧4호기의 계속 가동을 통한 전력 공급을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탄소를 전제로 한 전력 계획에 원전을 포함하는 건 문제가 될 게 없다. 2022년 유럽연합(EU)은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에 원전을 포함했으며, 2023년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무탄소 에너지에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전 포함할 것 요구되기도 했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신기술 분야는 '전력 및 재생 에너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재생 에네지인 태양광 발전.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 'RE100'에 뒤떨어진 11차 전기본…원전 위해 과도한 수요 예측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RE100을 감안하면 "재생에너지 비중 늘려야"한다고 말하며, 제11차 전기본에 대해 "무탄소 에너지(CFE)나 모든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만으로 충당하려는 RE100 중에서 어느 흐름에 동참할지를 결정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RE100은 기업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2030년까지 60%, 2040년까지 90% 이상의 실적 달성을 권고하고 있다. 제11차 전기본은 2038년 기준 전체 발전용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9.1%를 목표로 한다.

제11차 전기본 계획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RE100과 비교해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상향해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제11차 전기본 계획이 과도한 수요 예상치를 반영했다는 주장도 함께 나온다.

실제로 현재 사용되는 전력량은 앞선 전기본 수립 당시 예상했던 수요 예상치와 차이를 보인다. 지난 2023년 1월 산업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당시 2036년 기준 목표수요는 118.0GW다.

목표수요는 기준수요에서 수요관리량을 차감한 수요량으로, 전기본을 수립하는 데 기본 수치가 된다. 기준수요는 모형수요와 추가수요로 구성된다. 모형수요는 경제성장률, 인구, 산업구조, 기온 등의 거시변수에 기반한 전력수요량이며, 추가수요는 과거 추세에 반영하지 못한 수요다. 여기에 소비자의 전기사용 패턴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목표치인 수요관리량을 제외하면 목표수요가 된다. 즉 정부에서 예상한 전력 사용량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묵표수요는 제10차 전기본 2036년 예상치 기준 118.0GW에서 제11차 2038년 기준 129.3GW로 11.3GW 증가했다. 2년 동안 11.3GW가 증가하는 수치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이때 수요 관리량은 17.7GW였지만, 제11차에서는 16.3GW로 축소됐고, 결국 소비자 사용량은 줄지만 산업에서의 사용량이 늘어난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또 제11차 전기본에 따르면 기존 계획 따른 확정설비는 2038년 기준 147.2GW며, 목표설비는 예비율 반영 157.8GW로 10.6GW가 부족하다.

이를 반영하면 과도한 예측치를 줄이면 그만큼 원전의 필요성도 떨어지고, 재생에너지를 준비할 여유는 생기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2010년 제5차 전기본에서는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총 발전량은 60만8591GW와 예상됐다. 그러나 제11차 전기본에서 2023년 기준 총 발전량은 58만8200GW로 예상치 보다 낮았다.

기준수요 전력소비량 전망치도 2017년 제8차 전기본에서는 2030년 기준 6670TWh였지만, 제9차 6202TWh까지 낮아졌다. 이어 제10차에서는 6376TWh로 앞선 계획보다 전망치가 증가했고, 이는 신산업에 대한 예상치가 반영돼 있다.실제로 제10차부터는 제9차까지 등장하지 않던 데이터센터 관련 내용이 나오기 시작한다. 제11차에서는 AI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등장한다.

루마니아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사진 오른쪽)이 두산에너빌리티 경남 창원 본사를 방문해 두산에너빌리티 박지원 회장(사진 가운데)과 함께 SMR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루마니아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사진 오른쪽)이 두산에너빌리티 경남 창원 본사를 방문해 두산에너빌리티 박지원 회장(사진 가운데)과 함께 SMR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 재생에너지, RE100만큼 가능한가…수출하자는 SMR, 정작 국내는 홀대?

과도한 예측치는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신산업에서 필요로 한 전력량이 예측대로만 이뤄질 것이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제6차 전기본은 "2010년부터 제3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06~2020년)상 예측 수요보다 실적 수요가 5000MW 이상 상회하면서 수급 불안이 발생"했다며 "2012년 기준으로는 3차 계획 예측수요는 6만7120MW인데 반해 실적수요는 7만4291MW로 7171MW의 오차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결국 재생에너지냐 무탄소냐로의 방향은 재생에너지로 전력 수급량을 충족시킬 수 있느냐와 함께 이야기돼야 한다. 제11차 전기본은 제10차 대비 태양광과 풍력 보급 전망을 6.2GW 상향했다. 이에 따른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1.6%, 2038년은 32.9%로 RE100을 달성하기엔 크게 부족하다. 발전량 기준 RE100 충족 위해선 신재생에너지 용량이 제11차 계획보다 3배 가량 늘어야한다. 제11차에 반영된 수치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2023년 원전의 27% 수준의 발전량을 보였지만, 2038년엔 82% 수준까지 오른다. 만약 재생에너지로 원전을 대체하려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된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제10차 전기본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중 태양광 비중은 2021년 기준 62%로 타국 대비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높은 일본도 42% 정도다. 태양광은 야간 피크 시간에 공급기여도에 공백이 발생하고, 제11차에서는 풍력발전을 기존 계획 대비 1.9GW 추가 반영했지만 태양광을 메우기에 부족하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른 변동성도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제10차 전기본에서는 2022년 7월 7일 기준 태양광이용률(가동률)이 15%였지만, 약 3주 후인 29일 36%로 큰 편차를 보였다. 태양광을 제외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전제돼야 안정적인 전력 공급 계획을 수립할 수 있지만, 다른 재생에너지 또한 변동성은 동반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RE100을 위한 재생에너지 설치량은 제11차 전기본의 두 배가 아닌 세 배, 네 배가 돼야 할 가능성도 있다.

소형모듈원전(SMR)도 제동이 걸렸다. 제11차 전기본에서 "기술여건 등을 고려시 SMR‧수소전소는 2034~2035년(0.7GW) 이후 가능"하다고 언급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2021년 '제6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을 통해 'SMR 신시장 개척과 원전 수출시장 확장' 제시, 기술혁신에 'i-SMR 개발' 포함, '제6차 원자력연구개발 5개년'에서 원자력 R&D 5대 분야 중 하나로 SMR 선정한데 이어 2023년 7월 '2028년까지 표준설계인가 획득 목표', 지난해 1월 '제5회 혁신형 SMR국회포럼'에서 2030년 전 '1호 SMR' 준공 완료 목표 등 지난 계획들을 반영한 부분이다.

즉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가능성이 낮아 전력 계획에 반영할 수 없는 SMR을 해외 시장에서는 전력 시장에 사용하라며 수출하는 모습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