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종식으로 'R&D 집중' 기조 날개 펼칠 전망
희귀질환 치료제와 고형암·비만치료제 등 줄줄이 대기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이사 사임으로 지속되던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종식되면서 혁신 신약 개발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8일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최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이에 맞춰 송 회장은 단독 대표 복귀를 통해 그룹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의 R&D 투자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R&D 투자 규모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2022년 1779억원, 2023년 2050억원, 2024년 1536억원(3분기 기준)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25년 연구개발비용 예상 규모는 2000억 대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도 제약바이오협회 전문기자단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비만치료 영역 외에도 대사질환·항암·희귀질환 분야의 치료제를 공격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mRNA·ADC·TPD·CGT 등 신규 모달리티도 확대 중이다"고 말했다. 또 기존 바이오와 합성 분야로 이분화됐던 R&D 연구조직을 질환별로 재정비 하면서 연구 시너지도 높이고 있다.
이런 한미약품의 R&D 강화 행보는 혁신 신약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특히 차별화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로 나타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선천성 고인슐린증 치료제 '에페거글루카곤(HM15136)'은 미국 FDA·유럽 의약품청(EMA)·한국 식품의약처 등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선천성 고인슐린증은 유전자 이상으로 발현하는 희귀병으로 심하면 뇌 손상에까지 이를 수 있다. 약 2만5000명에서 5만 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매년 약 300명의 신규 환자가 진단되고 있다.
현재까지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은 치료제는 미국 바이오기업 레졸루트의 에르소데투그와 한미약품의 에페거글루카곤 뿐이기에 기대가 크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개최된 유럽소아내분비학회(ESPE)에서 에페거글루카곤의 임상 2상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해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했다. 특별한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다.
에페거글루카곤은 세계 최초 주 1회 투여 제형으로 개발됐다는 점이 특징으로, 상용화 시 치료 안전성과 투약 편의성 측면에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희귀질환 신약으로 GC녹십자와 파브리병 치료제 'LA-GLA(HM15421·GC1134A)'를 공동개발 중이다. 글로벌 파브리병 치료제 시장은 2023년 19억달러(한화 약 2조5337억원)에서 2028년 30억달러(약 4조원)으로 연간 9.6% 성장할 전망이다.
LA-GLA는 2024년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고, 지난달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2상 임상시험계획승인신청(IND)을 허가 받았다. 특히 현재 파브리병 치료제 대부분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개발한 정맥주사형이지만, LA-GLA는 월 1회 피하투여 용법으로 투약 편의성을 대폭 개선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미약품은 희귀질환 뿐만 아니라 면역항암 신약 개발도 추진 중이다. 한국산업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은 2019년 713억달러(한화 약 94조8290억원)에서 2025년 1327억달러(약 176조4910억원)으로 연평균 10.9%의 고성장이 전망된다.
한미약품의 면역조절 항암 신약 LAPS-IL2 analog(HM16390)은 IL-2를 기반해 T세포를 직접 조절하는 차별화된 개발 방식을 가지고 있다. 기존 IL-2 치료제는 T세포(면역세포)와 Treg(면역억제세포)를 동시에 활성화 해 오히려 면역 반응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고, 한미약품의 치료제는 T세포만 활성화해 치료 용이성을 높였다.
TIGIT 항체를 통한 면역항암제 개발에 로슈·MSD·머크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적극적으로 투자 중으로, 업계가 주목하는 기술인 만큼 한미약품의 치료제에도 관심도가 집중될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비만치료제 시장을 공략하는 프로젝트에도 주력해 2023년부터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임상 3상 진행 중으로 2026년 상업화 목표로 빠르게 진전 중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하반기 2상 진입 예정인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HM15275)와 올해 하반기 임상 1상 진입 예정인 신개념 비만치료제(HM17321)는 시장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이들 치료제는 HM15275은 근손실을 최소화하면서 25%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고, HM17321은 근육 증가와 체중 감량이 동시에 가능한 계열 내 최초 신약(First-in-Class)로 개발 잠재력이 입증해 주목된다.
한미약품은 내달 정기주총 이후 발전된 거버넌스 체제를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기업 정상화에 속도를 내면 신약 파이프라인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은 "GC녹십자와 공동 개발 중인 파브리병 신약 후보물질 임상 1/2상시험계획 승인 등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H.O.P 프로젝트 외에도 의학적 미충적 수요가 높은 면역·표적항암, 희귀질환 등 신규 모달리티의 확장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