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런 세일 다시 연장하고 ABSTB 상거래채권 인정
김병주 회장 사재 출연 약속…현금확보·신뢰회복 나서

기업회생절차를 진행중인 홈플러스가 세일 행사를 연장하며 현금 확보에 집중하는 가운데, 납품업체들과의 원만한 합의를 통한 정상 영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갑작스런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 홈플러스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이자 오랜 기간 영업을 해 온 업력을 바탕으로 정상 영업을 이어가며 채권을 상환하겠다는 의지다.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를 승인하면서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를 발령했다. 정상 영업을 통해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고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채권 상환이 가능할 수 있도록 영업을 정상환하라는 의미다. 상거래 채권은 상환이 허용됐고, 금융 채권에 대해서만 상환이 유예됐다. 

그럼에도 시장에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결제일이 타 결제일보다 길고, 상거래 채권 완전 변제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완전히 가시지 않으면서다. 

이에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출연을 통한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5년 홈플러스 인수 후 알짜 점포를 매각하면서 인수 차입금을 상환했던 전략이 홈플러스의 신용도와 재무건전성에 큰 타격을 줬다는 지적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약 2조원 정도의 자금이 수혈돼야 홈플러스의 정상화가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일부터 26일까지 대규모 세일 행사인 홈플런을 다시 진행한다. '앵콜 홈플런 이즈 백'의 마지막 주차다. 홈플러스는 창립 28주년을 맞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홈플런 이즈 백' 행사를 열었고, 곧바로 '앵콜 홈플런'을 진행하며 행사 기간을 19일까지 연장했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정상영업 유지에 안간힘, 협력업체들과 다방면으로 논의

MBK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를 갑작스레 신청했다. 법원은 11시간의 숙고 끝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을 승인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홈플러스에 상품을 납품하던 협력업체들이 잇달에 상품 공급을 잠정 중단했다. 

홈플러스가 단기 유동성에 문제를 드러낸 만큼, 상품을 납품하고 대금을 받지 못할 우려가 높아지면서다. 지난해 결제대금 미지급으로 큰 이슈가 됐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더욱 큰 규모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오뚜기,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동서식품, 팔도 등 주요 식품기업들은 홈플러스 납품을 중단했다가 며칠 만에 재개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도 홈플러스 납품을 중단했다고 10여일 만에 다시 상품 공급에 합의했다. 

홈플러스와 협력업체들의 거래 재개가 가능했던 것은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한 신뢰 때문이다. 단기 유동성 문제가 있음에도 금융채권 상환이 유예된 만큼, 정상영업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기존 결제 대금 정산 및 향후 채권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짐작되면서다. 

또 회생 개시 이후 상거래채권에 대한 변제에도 꾸준히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발생한 밀린 상거래채권에 대해서는 영세·소상공인에 먼저 지급 중이다. 지금까지 홈플러스가 지급한 상거래채권 지급액은 누적 3863억원이다. 홈플러스의 월간 현금 흐름은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홈플러스의 주요 협력사 중 유업계 1위 서울우유는 납품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양측은 대금 결제일에 대한 의견 차이로 아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측은 협력사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정상영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하고 변제 나서 

홈플러스의 납품 대금 정산 주기는 중소업체를 제외하고 45~60일로 다른 대형마트보다 최대 세 배 가까이 길다. 기업 구매 전용 카드로 결제한 대금을 카드사가 증권사를 통해 유동화에 나선 것도 홈플러스의 긴 정산 주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홈플러스의 결제대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는 회생 개시 당시 4618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이 ABSTB는 금융상품의 성격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판매됐고, 개인 투자자들은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홈플러스는 21일 지난 4일 기준 4618억원 규모의 매입채무유동화잔액을 상거래채권으로 인식하고 회생계획에 반영해 회생절차에 따라 변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ABSTB와 관련된 논란은 일단락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회생 절차 이후 발생한 상거래채권 일부에 대해 홈플러스 측이 아직 대금을 미지급하고 있다는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강명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3월 판매 대금은 아직 지급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1월붙은 처리됐고, 2월분은 3월 28일 지급 예정이지만 3월분은 4월 말에 제대로 지급될지 불확실하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14일 홈플러스 사태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와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홈플러스 사태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와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금융부채 조율은 어떻게?

홈플러스는 회생 개시 이후 금융채권 상환을 유예받은 상태다. 채권자들과는 조정을 통해 금리 등을 조율할 계획이다. 매각 후 재임대(세일앤리스백)를 통해 임대료를 내며 운영하는 점포들 중 과도함 임대료를 부과하는 곳에 대해서는 임대인들과 재조정을 시도한다. 채무회생법상 계약 해지권 활용도 고려할 수 있다. 

홈플러스가 부동산 임대료로 매년 지출한 금액만도 매년 4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 회계연도 말 기준 홈플러스의 유동리스부채는 4292억원을 기록했다. 리스부채란 회사가 일정 기간 부동산이나 설비, 기타 고정자산을 빌린 대가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을 말한다. 유동리스부채는 결산일로부터 1년 동안 지급해야 할 리스료를 따로 구분한 금액을 의미한다. 

임대인 외에 채권자와의 협의도 필요하다. 금융권의 홈플러스 익스포저는 1조4000억원 수준으로 드러났다. 이 중 지난해 단독 리파이낸싱에 나선 메리츠금융(증권/화재/캐피탈)이 1조2000억원을 부담한다. 이밖에 KB국민은행이 547억원, 신한은행이 290억원, 우리은행은 270억원의 채권을 들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에 연 10%의 이자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메리츠금융과 금리 조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 사재출연 하겠다는 김병주 MBK 회장

홈플러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김병주 MBK 회장은 사채 출연을 통한 홈플러스 정상화를 약속했다. MBK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김병주 회장은 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출연 액수와 시기, 방법 등에 대해서는 "홈플러스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지급해야 할 금액 등이 파악되는 대로 출연 규모와 지원 방안을 구체화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회장이 최소 1조 5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 수준의 사재 출연이 필요하다고 압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자금이 우선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가 미지급한 납품·임대 대금만 4500억원을 넘고, 매달 3000억~3500억원의 납품 대금과 500억~700억원의 임대료 및 560억원의 인건비 등 고정비가 들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