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협·하나·부산은행 등 금융사만 9곳…LG CNS도 참여
신용평가 비즈니스모델 강점…자본력·정치적 불확실성 변수

제4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뱅) 예비인가 신청이 25일 시작된 가운데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힌 한국소호은행(KSB) 컨소시엄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경쟁 컨소시엄이었던 유뱅크와 더존뱅크가 각각 신청 연기와 포기를 결정한 이후에도 컨소시엄 덩치를 키우면서 존재감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인뱅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한다. 이후 2~3개월간 민간 외부평가위원회 평가와 금융감독원 심사 등을 거쳐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예비인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예비인가 신청 의향을 밝힌 컨소시엄은 KSB, 소소뱅크, AMZ뱅크, 포도뱅크 등 4곳이다. 이 중 가장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곳은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이끄는 KSB 컨소시엄이다.
KSB 컨소시엄에는 우리·NH농협·하나은행까지 세 곳의 시중은행이 합류한 데다 BNK부산은행, OK저축은행 등 지방·저축은행까지 몸을 담고 있다. 비은행권 금융사로는 유진투자증권, 우리카드, 흥국생명, 흥국화재가 이름을 올렸다. 금융사만 아홉 곳에 이르는 데다 AX(인공지능 전환) 전문 기업 LG CNS를 포함해 메가존클라우드, 아이티센 등 IT(정보기술) 기업도 다수 참여한 상태다.
KCD 관계자는 "예정대로 이날 금융위에 인뱅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할 것"이라며 "신청을 마치는 대로 더욱 구체적인 상황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KSB는 '대한민국 소상공인을 위한 첫 번째 은행'을 표방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의 소호(SOHO)는 개인이 자기 집 또는 작은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활용하는 사업을 하는 소규모 업체다. KSB 컨소시엄을 이끄는 KCD는 전국 170만 소상공인 사업자에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제공하고 있다. 캐시노트는 장부 및 매출 관리 앱으로 시작해 현재는 경영관리·금융서비스·물품구매·커뮤니티 등 소상공인 대상 사업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CD는 자회사인 한국평가정보에서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용평가 관련 라이선스를 이미 보유하고 있고 그 모델들이 이미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우리·농협·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을 비롯해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까지 KSB 컨소시엄에 참여한 이유도 KCD의 신용평가모형(CSS)을 인정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KCD의 CSS는 사업장 매출, 현금 흐름, 단골 비중, 지역 내 경쟁력 등 실질적인 영업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됐던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에게 더욱 정확한 평가와 자금 조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비수도권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 공급 역할에 딱 어울리는 모델이다. 실제로 KCD는 대전광역시, 부산신용보증재단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민·지역 소상공인 특화 금융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제 KCD가 넘어야 할 산은 '자본력'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주요 평가 항목 및 배점을 발표하면서 '자본금 및 자금조달방안'을 직전보다 50점 높였다. 예비인가 신청을 위한 최저 자본금은 250억원 수준이지만 금융당국의 제4인뱅 대주주 자금 조달 능력 자본금 배점(100점→150점) 확대를 고려하면 최대 2조원까지 자본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부터 탄핵 정국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변수다. 사실상 '행정부 공백' 상태인 현재 국내 정치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제4 인뱅 인가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현재 기조는 언제든, 누구든 제4 인뱅에 신청은 할 수 있으나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면 단 한 곳도 인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심사 기준이 물론 존재하긴 하나 국내 금융 산업에는 특히 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정무적 판단이 작용한다면 결과는 정말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