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도 조정, 의약품 수급 혼란…불확실성에 바이오株 2~3%↓
셀트리온 美 현지 공장 고민·삼바는 신제품 전략 수정 불가피

그동안 미뤄졌던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가 눈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 시간) "향후 2주 이내(over the next two weeks)" 의약품 관세에 대한 발표를 할 것이라 밝혔다.
이날 트럼프는 의약품 제조 촉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현지 제약 공장 계획 승인 시간을 단축하도록 지시하는 내용과 해외 의약품 제조시설 검사 수수료 인상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행정명령은 이전 관세 부과와 마찬가지로 현지 공장 구축과 의약품 가격 인하에 방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트럼프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포고문에 서명하며 의약품에도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 밝혔다.
업계에서는 필수의약품에 관세 부과는 쉽지 않고 미국 제약업계에서도 반대 움직임을 보여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번 발표로 다시금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 의약품 위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체로서는 약가를 현지 공장과 연계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영향을 받게 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자국 내 처방약 가격을 낮추기 위한 '한번 더 미국인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한 약가인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행정명령에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을 통한 약가 인하와 처방약 시장에서의 투명성과 경쟁을 촉진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메디케어 프로그램의 경우 특정 처방약에 대한 지불액을 병원이 구입하는 비용에 맞추고, 저소득층에게 인슐린·에피네프린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을 제공한다.
미국 정부의 약가 지원에 따라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네릭·바이오시밀러는 가격 경쟁력이 확연히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수입 의약품은 관세 부과에 따라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현지 공장 신설 압박이 커지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투자자들의 불안함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7일 10시30분 기준 주요 제약바이오 주가는 1주당 ▲셀트리온 15만9000원(-2.09%) ▲삼성바이오로직스 3만4000원(-3.13%) ▲알테오젠 35만3000원(-0.98%) ▲유한양행 11만700원(-2.47%) 등으로 전체 하락 중이다.
이외 미용 톡신에 주력하는 기업들도 ▲대웅제약 13만5900원(-4.90%) ▲녹십자 12만1200원(-3.66%) ▲휴젤 35만9000원(-3.49%) ▲17만400원(2.91%)로 떨어졌다.
셀트리온은 7일 추가적으로 미국 관세 정책 관련 입장과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미국에서 판매 예정인 제품에 대해 현재 약 15개월 분의 재고 이전을 완료해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 현지 원료의약품 생산시설 확보의 경우 예비 검토를 끝낸 가운데 종합적인 내용들을 포함한 상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상반기 중 미국 생산시설 확보 투자 결정을 하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오는 9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SK증권은 매출 8710억원·영업이익 1582억원으로 컨센서스 대비 각각 12.1%·36% 떨어질 것이라 추정했다. 실적 부진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관세 대응을 위한 원료의약품 재고의 선제적 확보·외부 CMO 비중 증가로 인한 원가율 상승이다. 이는 일회성 요인으로 향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관세 부과에 따라 매출보다 매출원가율 개선 폭이 크지 않아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공장 신설에 관망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국내 제5공장 등 생산공장 확대를 통해 현지 공장 없이도 수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올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에피스클리'의 낮은 가격 이점이 사라질 위험이 있어, 신제품의 현지 내 점유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현지 CDMO 업체와의 계약을 대안으로 선택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