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기본자본 확충 요구에 자산건정성 관리 비상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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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해보험(롯데손보)이 금융감독원(금감원)과의 마찰을 빚으며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권) 이행 연기 이후, 보험업계가 유통금리 상승 및 기본자본 확충이라는 후폭풍에 직면했다. 자본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보험사가 발행한 후순위채 금리가 오르며 이자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대형사들도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1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8회 후순위채는 채권 가격이 내려갔는데도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 4사 평균 평가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거래됐다. 민간채권평가사 4사 평균 가격은 지난 2일 1만 120.8원에서 이달 9일 9900.8원으로 떨어졌다. 또 9일에는 민평금리 대비 최대 73bp(1bp=0.01%p) 높게 거래됐다. 신용위험 우려가 커지면서 매도세가 몰린 탓으로 분석된다. 

롯데손보 뿐만 아니라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등 자본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산 중소 보험사 후순위채 위주로 유통금리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7일 '푸본현대생명 20(후)가 민평금리 대비 79bp 높게 거래되더니 8일에는 92.2bp까지 높은 금리에 거래됐다. KDB생명보험의 'KDB생명보험12(후)'는 지난 2일 민평금리 대비 0.1bp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 8일 민평금리 대비 39.8bp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급여력(K-ICS, 킥스) 비율이 당국 권고치 150%를 간신히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킥스 비율은 157.3%, KDB생명의 킥스 비율은 158.24%다. 롯데손보의 작년 말 기준 154.59%와 비슷한 수준이다. 

후순위채 가격 하락과 유통금리 상승이 일부 보험사의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기본자본 확충이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비교적 자본 건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대형사들 중에서도 기본자본이 금융당국 권고치 예상 가이드라인에 아슬아슬한 경우가 있어서다. 

보험사들은 그간 신회계제도인 IFRS17 도입에 맞춰 킥스 비율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킥스 비율은 가용자본(보험사의 자기자본)을 요구자본(보험사 리스크를 수치화 한 규모)으로 나눈 비율을 나타내며, 이 비율이 높을수록 보험사가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는 자금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이에 보험사 자본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인식된다. 

가용자본에는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이 포함되는데 기본자본에는 자본금, 자본준비금, 이익잉여금, 보험부채준비금, 기타자본 등이 해당된다. 자본금의 비중이 크다. 보완자본은 전형적인 자기자본은 아니지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자기자본으로 인정될 수 있는 성격을 가진 자본을 말한다. 국내의 경우 재평가적립금, 유가증권평가이익, 대손충당금, 부채성자본조달수단, 기한부후순위채채무 등이 해당된다. 

킥스 도입에 따라 보험사들은 쉽게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보완자본인 후순위채 발행을 위주로 자본조달을 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는 7조 2800억원으로 2023년 3조 1540억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는 4조 6500억원에 달한다. 

기본자본 기준으로 킥스 제재 기준이 변경되면 보험사들은 후순위채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은 그대로 안은 채 기본자본을 키워야 한다. 

기본자본 확충은 유상증자가 대표적이다. 이익잉여금을 배당 등을 통해 분배하지 않고 기본자본으로 편입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보험사들의 경우 매출을 급격히 늘릴 수 있는 사업구조가 아니어서 이익잉여금을 통한 자본확충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기본자본 비율을 맞추려면 유상증자가 사실상 유일한 방법인데,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의 부담이 커 쉽게 단행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기존 킥스 비율을 완화하는 대신 기본자본 킥스 비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은 70%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도입하고 있는 유럽과 캐나다 등의 사례를 참고한 수치다. 

특히 이번 롯데손보와 금감원의 갈등 국면에서 금감원이 롯데손보에 기본자본 확충을 직접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며 여타 보험사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대형 보험사들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생명보험 업계에서는 삼성생명,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삼성화재만이 여유있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우선 대형 생보사 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한화생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생명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73.8%로 대형 5개사 중 유일하게 100%에 못미친다. 예상 가이드라인은 70%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삼성생명이 146.2%로 비교적 여유가 있고, 신한라이프 118.0%, 교보생명 116.0%, NH농협생명 108.3% 수준이다. 

손보업계는 사정이 더 안좋다. 삼성화재만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156.0%로 충분한 편이고, 대형사들도 100%를 밑돈다. 메리츠화재가 91.7%, DB손보 85.7%, KB손보 82.5%다. 현대새상은 57.5%로 70%를 훨씬 하회한다. 

중소형사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예상 가이드라인 70%를 웃도는 곳이 없다. KDB생명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24.8%, 푸본현대생명 43.1%, 흥국화재 53.1%, 하나손보 42.7%, 처브라이프 53.7%, iM라이프 12.5% 수준이다. 

롯데손해보험과 최근 청산 위기까지 몰렸다 가교보험사 설립이 논의되는 MG손해보험은 각각 -1.6%와 -7.4%로 아예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기본자본 확충을 위해 당분간 보험사들의 주주환원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사들은 밸류업 정책의 핵심으로 여겨졌는데 이익잉여금을 주주환원 대신 기본자본으로 편입시키면 그만큼 배당 여력이 줄어든다. 실제로 현대해상의 경우 지난해 23년만에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은 당국의 규제 기준이 절대적인데 기본자본을 권고치대로 맞추려면 장기전이 될 것"이라며 "대형사 중에서도 자본건전성에 지적을 받게 되면 금융시장에서의 역할도 소극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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