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램시마'·삼바에피스 '에피스클리' 가격 경쟁력↓
유한양행 '렉라자' 로열티 감소, HLB는 투자비 회수 난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약업계에 최대 90% 약가 인하를 요구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시밀러 기업과 신약 성과를 기대 중인 유한양행,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재신청을 앞둔 HLB 등 업계 전방위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13일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오전 약가 인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제약사들이 동일한 제품을 미국에서는 5배 비싸게 팔고 있다"며 "유럽이 치르는 것과 똑같은 가격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명령에 따라 제약사들은 30일 내 59%에서 최대 90%까지의 인하 가격을 제시해야 하거나, 미국 외 국가들의 약가와 연동하는 규정에 따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이 다른 국가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예고했다.
다만 약가 인하를 위한 입법 추진이나 정부 보건 프로그램의 약가 지불 규정을 고치는 등의 구체적인 정책은 밝혀지지 않았고, 업계에서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등 공보험 시장 영역과 오리지널 의약품에 국한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약가 인하 조치가 오리지널 의약품에만 적용되더라도 바이오시밀러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통상적으로 바이오시밀러는 고가의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기에,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이 낮아지면 바이오시밀러를 선택할 필요성이 없어진다.
일례로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오리지널 치료제 대비 20~30%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램시마는 지난해 매출 1조2000억원을 돌파한 대한민국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미국에서 SC제형을 '짐펜트라'라는 제품명으로 출시했다. 셀트리온은 미국 3대 PBM 모두와 등재 계약을 체결하는 등 미국 내 판매 가속화를 목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은 "이번 행정 명령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해 불안감 진화 작업에 나섰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초 미국 시장에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와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를 출시했다. 피즈치바는 스텔라라 대비 약 40% 낮은 가격으로, 에피스클리는 솔리리스의 30% 인하가로 출시됐다. 특히 에피스클리의 경우 낮은 가격을 통해 미충족 수요를 가져가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외 미국에서 신약 매출을 기대하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난관에 봉착한다. 신약 개발을 위해 높은 비용과 장기간 시간을 투자한 것과 대비해 수익 회수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의 로열티 수령으로 실적 성장을 기대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렉라자의 글로벌 판매 로열티·마일스톤 합산 금액을 약 920억원으로 추정했지만, 마일스톤이 판매금액과 연동되기에 가격 인하 시 줄어들게 된다.
이달 리보세라닙의 FDA 허가 재심사요청 제출 예정인 HLB도 신약 출시 전부터 수익성이 줄어들 걱정을 하게 됐다. HLB는 간암신약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품목 허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선 3월 FDA는 해당 신약에 대한 2차 보완요청서(CRL)을 발급했다. HLB는 5월 중으로 재심사요청을 제출하고, 7월 중으로 허가 결정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지속적인 의약품 관세 언급에 국내외 제약사들은 미국 내 재고 확보를 확대 중이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의약품 제제 수입은 전월 대비 70.93% 증가했다. 전체 수입 상품 중 의약품 비중은 2월 9%에서 3월 15%로 증가했다.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미리 재고를 확보한 셀트리온 등은 재고분을 낮은 가격에 판매해야 하므로 출혈이 예상된다.
미국 내에서는 행정명령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트럼프는 더 낮은 약값을 의무화할 명확한 법적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정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며 머크 6%, 화이자 4% 등 미국 제약주는 오히려 반등했다. 월가에서는 주가 변동에 대해 "우려했던 것보다 나은 수준"이라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