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5번째…1년 5개월 만에 그룹 계열사 시총 180% 급증
정기선 수석부회장 그룹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 성장 주도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 2025 리셉션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 2025 리셉션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HD현대그룹이 삼성, SK, 현대자동차, LG그룹에 이어 다섯 번째로 시가총액 ‘100조 클럽’에 가입했다. 조선업 슈퍼사이클과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전력기기 수요 폭발이 맞물려 그룹 시총이 1년5개월 만에 180% 늘어난 결과다. 여기에 미국 해군 함정 수주와 해외 조선소 건조 등이 더해지면서 몸값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현대그룹 산하 10개 상장사의 시총은 전날부터 100조원을 넘어 103조원을 기록했다. HD현대그룹 시총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시총 100조원 이상인 그룹은 삼성(535조원), SK(226조원), 현대차(137조원), LG(127조원) 등 네 곳뿐이다. 부동의 5위였던 포스코그룹(41조원)은 철강과 배터리 시장 부진으로 한화(94조억원)에도 밀렸다. 

HD현대그룹주의 ‘쾌속 항해’를 이끈 것은 조선업 호황이다. 조선 3사(HD현대중공업·미포·삼호)의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주가는 올해 들어 27% 올랐고, HD현대마린엔진과 HD현대미포의 주가는 각각 63%, 40%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HD한국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이 3조570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년 전 2823억원보다 12.6배 많다.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3년 치 일감이 꽉 찬 데다 배값도 200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덕분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변압기 수요 폭발에 힘입어 올해 917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10개 계열사 중 시총 1위는 HD현대중공업(35조2873억원)이다. 이날 오전 HD현대중공업의 주가는 41만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40%(12만원) 가까이 올랐다. 조선 3사(HD현대중공업·미포·삼호)의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20조4888억원)이 뒤를 이었다.

HD현대그룹이 잘나가는 이유는 최근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지키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수소 등을 연료로 쓰는 친환경 선박을 잇달아 발주하고 있다. 여기에 20~25년 주기의 선박 교체 시기가 맞물렸다. 

수익성도 좋아졌다. 17만4000㎥짜리 LNG 운반선 건조 가격은 이달 2억5500만달러(약 3570억원)로, 2020년 12월 1억8600만달러보다 37% 올랐다.

조선 이외 계열사들도 순항하고 있다. 전력기기(HD현대일렉트릭)와 선박 부품 및 엔진(HD현대마린솔루션·마린엔진), 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건설기계) 등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덕분이다. 이들 7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올해 1조7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증권사들은 예상한다. 

변압기를 제조하는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시총은 13조6799억원으로, 2년 전보다 687.6% 늘었다. 인공지능(AI) 붐 덕분에 전력기기를 찾는 기업이 늘어난 데다 미국을 중심으로 20~30년 전 설치한 제품의 교체 수요가 더해진 결과다.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의 그룹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도 그룹 성장의 큰 역할을 했다. 정 부회장은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의 분사를 주도했고, 이후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유지보수업, 벙커링(급유) 사업에서 친환경 선박 개조 사업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혔다. 2017년 2403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2조978억원으로 10배가량 불어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전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 참석해 HD현대 함정사업의 미래비전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는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해 페루·필리핀·사우디아라비아·말레이시아·태국·콜롬비아·케냐 등 7개국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 부회장은 “HD현대는 대한민국 첫 전투함인 울산함을 시작으로 총 106척의 함정을 제작, 이중 18척을 해외에 수출하는 등 함정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소개하고 “앞으로 HD현대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무인화 및 자동화, 전동화 등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해양 방위를 넘어 글로벌 해양 안보를 뒷받침하는 최고의 함정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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