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웰 랙 생산 속도…고사양 HBM 수요도 크게 늘 듯

엔비디아 GTC 2025.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 GTC 2025.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가 미국의 규제를 피해 중국에 팔기 위한 저가용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을 개발중이다. 새로운 칩은 GDDR7을 탑재하고, 내달부터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 신규 칩에 공급할 GDDR7 공급을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엔비디아의 협력사들이 최신 인공지능(AI) 제품 블랙웰 랙(rack)의 기술적 결함을 해결해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어 고사양칩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중국용 AI 반도체 신형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반도체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 아키텍처인 블랙웰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오는 6월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시 활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HBM에서 엔비디아 공급망에 입성하지 못하고 있는 삼성에게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GDDR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특화된 메모리로 PC, 노트북 등 디바이스에서 GPU가 데이터를 담아두고 한번에 많은 용량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GDDR7은 전작인 GDDR6 대비 대역폭과 처리 속도가 향상된 제품이다. GDDR6가 최초 출시 당시 18Gbps(기가비피에스)의 처리 속도를 구현했다면, GDDR7은 32Gbps 수준에 달한다. 전력 효율 또한 20%가량 향상됐다.

엔비디아의 신규 중국향 저가용 AI 가속기 출시로, GDDR7 시장은 더 빠른 속도로 형성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HBM이 탑재된 호퍼 시리즈 H20 GPU가 미국의 규제로 중국 판매가 제한되자, 블랙웰 기반의 ‘RTX PRO 6000D(B40)’ 신규 AI 가속기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기준 엔비디아의 전체 AI 칩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약 13%로, 규제가 강화되기 이전 26%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점점 더 떨어지는 추세다.

B40은 성능을 낮춘 대신 기존 H20 대비 가격을 34%가량 낮춘 것이 특징이다. H20엔 HBM3 또는 HBM3E가 들어갔지만, B40엔 GDDR7이 이를 대체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GDDR6 제품을 양산하면서 시장을 선도해왔다. GDDR7 역시 지난해 24Gb 용량에 최대 40Gbps 이상의 처리 속도를 구현한 GDDR7 D램을 개발해 상용화를 준비했으며, 올 초 출시를 본격화해 대량 양산에 돌입한 상태다.

SK하이닉스도 같은해 32Gbps 수준의 GDDR7 개발 소식을 전했다. 회사는 사용 환경에 따라 최대 40Gbps까지 속도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GDDR 주요 거래선은 엔비디아, AMD 등 GPU 칩 제조사다. 특히 엔비디아 GDDR 공급망에선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올 초 출시된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50’ 시리즈에서도 메인 공급사는 삼성전자다. 최상급 제품인 ‘RTX 5090’에서 GDDR7 공급을 독점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서버 수요 증가가 HBM을 비롯한 GDDR7 등으로 확장된다면, AI 반도체 수요는 HBM뿐 아니라 일반 D램까지 확대되며 범용 메모리 업황의 반등 지속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HBM 중심의 AI 메모리 수요가 일반 메모리반도체까지 확대되며 수혜 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서버 제품인 ‘블랙웰’ 랙(rack)의 생산 지연 원인이었던 기술적 결함이 해결되며, 협력사들이 인도 물량 확대에 나섰다.

복수의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폭스콘·인벤텍·델·위스트론 등 협력사들은 발열 및 연결 문제로 연기됐던 ‘블랙웰’ AI 서버의 출하를 최근 재개했다. 협력사들은 대만 ‘컴퓨텍스 2025’에서 1분기 말부터 GB200 랙 인도가 이뤄졌으며, 공급물량을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GB200 랙은 데이터센터용 제품으로, ‘그레이스’ CPU 36개와 ‘블랙웰’ GPU 72개가 한 구조물에 결합된 형태다. 지난해 말 출시 초기 제품에서 접속 지연과 발열 이슈가 발생해 주요 고객사 주문이 일시적으로 보류되는 등 차질이 있었다.

해당 결함에 따라 엔비디아는 연간 실적 목표 달성까지 위험을 겪었으나, 최근 수개월간 협력사와 기술 테스트 및 개선 작업을 이어온 결과 출하가 정상화됐다. 한 협력사 직원은 지난 2~3개월 전 내부 테스트에서 연결 문제가 있어 엔비디아와 공동 해결에 나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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