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아둔 재고 소진, 관세 영향 들어서…"현지 생산율 낮아 불리"
점진적 인상 전망돼…시장 반응·업계 동향·정책 변화 예의주시

현대차의 미국 판매가격 동결 시한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판매 가격이 곧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관세 발효를 앞두고 비축했던 '비관세 재고'가 소진된 현대차가 이달 중으로 미국 판매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자. 또 경쟁업체 동향과 시장 반응, 미국 관세의 변동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가며 가격을 단계적으로 올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이번 달 비관세 재고를 소진하고 수입차 25% 관세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전망이다.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재고 일수는 각각 94일, 62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25% 관세는 같은 달 3일 발효된 바 있다.
앞서 현대차가 6월 2일까지 미국 권장소매가(MSRP)를 동결한다고 밝혔던 것도 이같은 현지 재고를 활용해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이었다. 이로부터 두 달이 흘러 방파제 역할을 했던 재고가 소진되고 직접적인 관세 영향권에 들어온 셈이다.
교보증권에선 현대차의 연간 관세 추정치는 약 6조원으로 예상,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17.5% 감소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미국 내 판매가격을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낮은 현지 생산 비율도 이달 내 가격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출 물량이 많은 만큼 관세 부담이 커서다.
오토모티브뉴스가 인용한 글로벌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 가운데 수입 물량 비중은 65%로 폭스바겐그룹(80%)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이어 메르세데스-벤츠(63%), 르노·닛산·미쓰비시(53%), BMW(52%), 도요타(51%), 혼다(35%) 등 순이었다.
현지 생산 비중이 미국 업체는 물론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보다도 작아 가격 인상의 압박 정도가 경쟁사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대차가 급격한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보다는 업계 동향과 시장 반응, 정책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인 수익 방어에 집중하다가 미국 시장 내 경쟁력을 잃을 우려가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도 아직 변동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미국 자동차업체인 포드가 가장 먼저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3개 차종으로 최대 인상 폭은 2000달러(280만원)다. 이후 일본 스바루가 일부 신차 모델의 가격 인상을 발표했고, 볼보자동차 하칸 사무엘손 최고경영자(CEO) 또한 최근 인터뷰에서 관세 인상의 상당 부분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모델별 상이한 가격 탄력성을 고려해 상승률에 차등을 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