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경쟁 본격화…기술 격차에도 빠르게 점유율 잠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올해 D램 시설투자(CAPEX) 규모가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HBM4 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AI시대에 필수적인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키움증권 리서치센터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CXMT 등의 올해 시설투자 규모가 432억 달러(한화 약 59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미국의 마이크론의 설비투자 금액을 가장 많이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은 올해 D램 설비투자에 지난해 대비 120% 증가한 110억 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금액의 대부분이 미국 내 신규 공장 증설에 사용되고, 일부는 HBM 생산능력 증설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돼 실제 D램 웨이퍼 투입 생산능력 증가는 월 2만 장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도 전년 대비 48% 증가한 122억 달러를 D램 설비투자 비용으로 지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최대 67% 늘어난 196억달러까지 투자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반기 기존 설비들의 공정 전환, 이천 M16팹 설비 증설, 청주 M15X팹 인프라 투자 등이 이뤄진 영향이다. 하반기에는 M15X팹 완공시 전공정 설비 투자 등 3년여만의 신규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CXMT는 올해 D램 설비투자 금액에 55억 달러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대비 45% 늘어난 금액이다. CXMT는 범용 D램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증설을 진행해왔는데, 올해 또한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대중국 수출규제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HBM 생산능력 증설에는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역시 하반기에 평택 4기의 전공정 설비 투자를 집중하며 작년 대비 2% 늘어난 138억 달러를 D램 설비투자 비용으로 사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평택 3공장의 D램이 적용되는 HBM3E 12단의 제품 양산화가 진척을 보이고 있는데다, 1cnm D램의 양산 수율이 개선되고 있어 선제적 증설을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기업들이 이렇게 나서는 이유는 좀처럼 줄지 않는 수요 덕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6세대 HBM4 12단 제품 공급 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파악됐다. HBM4가 최초로 탑재되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루빈 플랫폼’의 출시 일정 등이 구체화되는 대로 초도 물량 규모, 최종 가격 등을 확정해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공장 완공과 함께 HBM4 생산을 위한 신규 장비 반입을 계획하는 등 양산 준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 12단 제품도 선제적으로 공급해 HBM 시장 선두 자리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다만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의 HBM3E 8단 공급망에 진입하면서 HBM4 등 첨단 제품을 바탕으로 격차를 벌리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HBM4를 통해 D램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HBM4부터 성능이 대폭 향상되고 각 빅테크 고객사에 특화된 맞춤형 HBM 기술이 적용되면서 메모리 업체 간 ‘진검승부’가 펼쳐질 예정이다. 향후 HBM4의 시장 지배력을 가진 업체가 전체 D램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면서 삼성전자는 HBM3E 대신 HBM4 조기 양산에 집중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반도체 사업 부진 등을 고려한 하반기 대응 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번 회의는 세트(완성품) 사업을 담당하는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과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이 각각 주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예년처럼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추후 사업전략 등을 보고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설비투자 증설에 따른 D램 공급 확대가 가격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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