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인력 재배치 불가피", 노조 "정리해고와 다름없어"
오늘부터 서울노동청서 집회 개시…이달 말까지 이어져

이랜드리테일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사진/이랜드리테일
이랜드리테일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사진/이랜드리테일

이랜드리테일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노사 간 첨예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사측은 오프라인 매장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인력 재배치는 사실상 정리해고와 같다는 주장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노조는 오늘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용노둥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한다. 

■ 이랜드리테일, 코로나 이후 줄곧 적자…5년 만의 비상경영·인력 재배치 불가피

5년 만에 비상경영을 선포한 이랜드리테일은 매년 실적 악화에 시달려왔다. 코로나19 이후 유통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급변하면서 오프라인 쇼핑몰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내수 침체로 소비가 둔화되면서 회복이 어려운 상태에 빠졌다.

매출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감했다. 2019년 2조1067억원에서 2020년 1조7562억원, 영업이익은 1589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떨어졌다. 이익창출력이 악화되자 현금 흐름도 저조해졌다. 2019년 당시 당기순이익 474억원을 기록하면서 그나마 적자를 면했지만 2020년에는 2000억대 영업 손실을 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679억원이다. 

이에 이랜드리테일은 2020년 8월부터 약 1년 간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점포를 잇따라 폐점하면서 경영 효율화에 본격 나섰다. 이후에도 대구 동아아울렛, 2001아울렛 수원점, 뉴코아아울렛 안산점을 비롯해 NC백화점 커넷워크점·이천점·서면점 등이 폐점했다. 이달 중 뉴코아 인천논현점도 문을 닫기로 했다. 신사업으로 추진하던 편의점도 1호점 봉천점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5개 점포를 전부 철수한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지난달 26일 기업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의류부문과 대형마트부문, 쇼핑몰 부문 모두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원인으로는 내수부진과 이커머스 성장, 당기순손실 지속에 따른 재무안전성 저하,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 저하 등을 꼽았다. 보유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지난해 설립한 마곡 사옥(R&D센터)의 투자 부담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차입금 상환 능력이 낮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같은 경영난에 실적 회복이 어려워지자 올해 4월 비상경영을 다시 선포하고, 근무 인력을 재배치하겠다고 나섰다. 이랜드리테일은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사협의회를 통한 충분한 협의를 거치고 업무 발령은 개인 동의를 전제로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 노조 거센 반발 "사실상 정리해고"…오늘부터 집회 예고

노조 측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인력 재배치는 사실상 정리해고와 같다는 입장이다. 이랜드리테일 노조의 양축을 지탱하는 뉴코아노조와 이랜드노조 모두가 반대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희망 퇴직·희망 휴직을 선택지로 제시해왔으며, 이달 말 주차·보안 등 하도급 계약을 중단하고 비정규 직원들을 대량 해고한다고 통보한 만큼 정리해고와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관리직 직원들을 현장 운영에 전환 배치한 것에 대해 노조 측은 "킴스클럽(마트) 인력이 이랜드리테일의 주차관리 등을 수행하는 것에 정당한 대가가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항의했다. 인력 파견 중단과 함께 불가피할 경우 당사자와의 사전 협의를 거쳐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발령에 관해서는 협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일방적 통보와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천안 물류센터로 발령을 받은 직원들의 실제 통근 시간과 사측이 원하는 도착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노조 측은 전보 직원들의 통근 시간이 2시간을 초과하는데 반해 사측은 1시간 30분 이내 도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사측이 불필요한 구조 조정을 단행하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노조에 따르면 모회사 이랜드월드의 현금성 자산은 4400억원으로 구조조정을 피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현금난 해소를 위해 이랜드파크로부터 투자금이나 대여금을 회수하거나 주식을 매각하는 방법이 있는데 별다른 시도 없이 인력 감축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이랜드노동조합은 9일부터 매주 화요일, 목요일 오후 5시 30분에 1시간 가량 집회를 연다. 이달 23일에는 집중 집회도 예고된 만큼 노사간 갈등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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